- 책 속의 진주

아그네스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6.12.26
1920년대부터 학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리더십에는 수십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고전적인(?) 것은 막스 베버가 권위의 하나로 주목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다. 대중이나 구성원들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권위를 앞세운 리더십을 이른다. 그리고 한참 뒤인 1978년에 J.M. 번즈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나오면서 이것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된다. 이 리더십은 조직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은 물론, 조직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하여 그러한 변화를 실제 이끌어 낼 수 있는 동기부여 능력이 요구되는 리더십, 곧 대상자들을 기본부터 변화시키는 리더십이다. 그래서 완전히 탈바꿈시킨다는 뜻을 지닌 '변혁적'이란 말이 붙었다.
이 두 리더십의 차이를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앞에서 끌고, 변혁적 리더십은 뒤에서 받쳐준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충성심을 선점하려 들지만, 변혁적 리더는 추종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여 동기 부여를 중시한다는 큰 차이를 보인다. 변혁적 리더는 추종자들을 변화시켜 목표를 이뤄 내게 한다.
박근혜는 낡은 리더십, 곧 카리스마적 리더의 전형을 보인다. '나 홀로 마이 웨이'를 부르짖는 여왕이다. 군왕적 리더십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군소리 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이다. 한편 아버지 박정희는 구시대 인물이었음에도 그녀보다 크게 앞서갔다.
우리는 박정희 시대 경제발전을 들어 그의 독재를 옹호하지 않듯이, 박정희의 독재 정치를 이유로 그가 적어도 부하들에게는 상당한 리더십을 행사했다는 점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박정희의 부하들은 박정희의 비전 제시를 신뢰하고 그 목표를 향해 뛰었다. 목표가 주어지면 물불 안 가리고 내달았으며, 밤낮없이 뛰었다.
박정희는 수시로 담당 부처의 과장급들을 불러 장시간 실무 협의를 하곤 했다. 심지어 댐 건설 현장의 소장에게 밤중에 전화를 직접 걸기도 했다. 챙기려는 목적도 컸지만, 그런 전화를 받은 현장소장은 두 배로 더 일했다. 대통령의 마지막 말, "임자를 믿네!" 때문이었다.
적어도 박근혜가 박정희로부터 그런 리더십을 절반만이라도 배웠더라면 지금 나는 이런 글을 쓸 필요조차 없을 터이다.
<박근혜의 말> 201-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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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