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나'는 휴가 차 고향으로 돌아온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던 크누텐과 그의 가족을 마주하면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오래 전 크누텐과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다시금 들출 자신도 없던 '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크누텐과 나사이의 문제는 서로를 멀어지게 한 이유지만 둘은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 다름은 나 뿐만 아니라 크누텐에게도 불안감을 가져다 주기 시작한다. 더욱이 크누텐의 부인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크누텐과 나 사이의 불안감은 조금씩 증폭되고,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보트 하우스에 나와 크누텐의 부인이 방문하면서 그 불안감은 증폭되기만 한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져온다. <보트하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크누텐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놓지 않는다. 반복되는 문장, 반복되는 이야기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무척 피로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독자를 짓누르는 느낌을 주면서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나, 크누텐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람이 나온다. 바로 크누텐의 부인이다. 그녀는 나와 크누텐의 문제를 좀 더 증폭시킨다. 과거 크누텐과 나 사이의 문제를 만들었던, 과거의 그 여인처럼. 그녀의 행동은 의심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한편으론 매력적이다. 그녀로 인해 나의 복잡한 감정과 나를 통해 바라보는 크누텐의 복잡하고 히스테리적인 감정은 더욱 증폭된다. 그리고 그 감정 증폭은, 나와 크누텐의 추억이 담긴 보트하우스에, 나와 크누텐의 부인이 들어서면서 더욱 심해지고 영영 좁힐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마지막 댄스파티까지 그 긴장감은 팽팽하게 유지된다.

<보트하우스>의 시간은 느리지만 빠르게 흐르고, 결국 마지막 진실은 여전히 알 수 없게 된다. 나와 크누텐의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고, 크누텐의 부인이 남긴 의문은 독자에게만 의문을 남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씁쓸한 기분만을 남긴채 '나'에게 훅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불안하지만 글을 쓰기를 멈추기로 한다.

읽는 내내 나의 불안한 정세가 느껴지는 글에 눈도 몸도, 그리고 마음도 무척 피로했다. 이렇게 해서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솔직히 처음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피로하면 누가 이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글쎄, 여전히 나는 이 책 속의 '나'의 불안감에 동조된 상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데, 그 감정만큼은 하나가 된다는 것이 퍽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노르웨이 대표작가인 포세와의 첫 만남은 강렬하면서도 흔들렸다. 갈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