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왔네

Aslan
- 작성일
- 2013.8.3
설국열차(디지털)
- 감독
- 봉준호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13년 8월 1일
B+급 감성의 기묘한 영화 <설국 열차> 리뷰
드디어 봉인 해제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블록버스터 <설국 열차>를 감상했다. 금요일 4시 상영차를 봤는데 사람들이 꽉 차서 놀랐는데 본격적인 휴가철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의 반증이기도 할테고. 그 덕분에 오랫만에 제일 앞에서 본 <설국 열차>는 사실 본 블로거에게는 '믿고 보는' 네임벨류에 속한 봉준호 영화라 작품이 어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건, 영화 선택에 별 영향은 없었다. ^^;
2020년이 한참 지난 미래, 지구에는 불행히도 새로운 빙하기의 재앙이 들이닥쳐서 대부분의 인류가 멸종하였다. 2천여명 남짓만이, 월포드(에드 해리스)가 설계한 설국 열차(기차버전 노아의 방주)에 탑승하였지만, 멸망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급이 철저하게 나누어져 있는 상태였다. 하층민에 해당하는 이들은 열차 꼬리칸에서 겨우 연명하며, 상류층이 사는 앞칸 사람들을 위해 노역하며, 정신적으로도 굴종하면서, 제 2인자 총리 메이슨(틸다 스윈튼)의 압제 아래서 노예처럼 살아왔다. 17년전 열차 꼬리칸에 탑승해 17년이 지나 서른넷이 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동생 에드가(제이미 벨)과 함께, 제2차 반란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4년전 '7인의 반란' 사건은 시도에 그쳐서 주동자들은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
커티스에게 정신적 지주인 노인 '길리엄'이 있었고, 아들 티미를 앞 칸에 빼앗긴 엄마 '타냐'(옥타비아 스펜서)를 비롯한 의로운 사람들과 협력하여, 커티스는 월포드가 있는 최상층 칸으로의 진출을 꾀한다. 그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열차 설계에 참여한 핵심 멤버 '남궁 민수'(송강호)였고 문을 열어 나가기 위해 그를 찾아가고, 남궁민수는 열차에서 태어난 딸 요나(고아성)을 동반하여 커티스와 계약을 하고 앞으로 전진한다.
장르가 전혀 다르지만, 필자의 애호 영화중 <라이터를 켜라>란 영화가 있었다. 재기 넘치는 코미디, 깡패 액션물이었는데, 거창하지 않았지만 소소한 재미와 기발한 발상들이 즐거웠고, 특히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기차에서의 본격 스토리들이 시종일관 시선을 잡아끌었던 영화다. 한국, 외국 영화를 통틀어서 기차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호기심을 잔뜩 일으키는 <설국 열차>는 원작이 있었기에 어쩌면 봉준호가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기도 했다. 보도자료를 보니 원작에서 많이 변형하였다고 하는데 왠지 원작의 세계관도 무척 다크한 염세적인 그런 느낌일 것 같다.
역시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많이 떠올리게 한 요소요소들이 꽤나 있었던 <설국 열차>였다. 중반부에, 메이슨을 대동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당도한 칸에서 복면을 한 남성들이 나오는 씬 이후가 왠지 그러했다. 특히 음악이 <인셉션>의 장중하고 지능적인 특유의 사운드(효과)를 많이 연상시켰던 것 같다.
오후12시(8월 3일)현재 벌써 국내 160만 관객이 <설국 열차>를 찾았다니 여러 모로 놀라운 현상을 낳는 작품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봉 감독이 인터뷰들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감독에게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일 터이다. 분명, 400억이 넘는 예산은 글로벌한 전세계의 투자를 받았고, 엔딩 타이틀에서도 보이듯 VFX 스탭을 비롯해 엄청난 수와 다양한 국적인 스태프들이 참여한 <설국 열차>는, 어차피 국내보다 해외의 상영 수익을 좀 더 염두에 둔 것이다.
여러 관객들의 평가와 반응에서 호감을 표현한 공통된 부분은, <설국 열차> 앞부분의 굉장한 흡입력과 독창성이었다.
커티스 역할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가 무리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로, 혁명을 꾀하는 주인공 역할을 잘 했는데, <캡틴 아메리카>의 그를 생각하면 퍽 뜻밖의 캐스팅이었다. 후반부에 남궁민수(송강호)와 월포드의 문을 열기 직전에 그가 털어놓는, 열차에서 그가 17년동안 겪었던 비참한 사연은 그로테스크하면서 커티스란 인물의 굴곡을 잘 보여준다.
놀랍게도 여기까지 리뷰를 쓰고 찾아본 언론에서 미 버라이어티(Variety)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과 동급의 역량을 선보였다고 해서 왠지 반가웠다. ㅎㅎ
꼭 봉준호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SF'가 제대로 대접받은 적이 있었던가 싶다. 필자는 좋게 보았던 민병천 감독의 <내츄럴 시티>(2003)는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감독 자신에게 데미지일 뿐 아니라 그 이후 충무로에서 SF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봉준호가 설국열차가 굳이 아니더라도 영화화할 원작 소스들은 많았을 텐데, 굳이 고집스럽게 이 작품을 4년간 매달린 것은 분명 자신만의 고집있는 철학과 예술관이 있어서일 거라 믿는다. 아직은 내게도 혼란스러운 느낌이 많은 <설국 열차>이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도 일리가 있지만, 그런 점 때문에 지지하고 싶은 영화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제작사 모호 필름의 대표가 박찬욱감독이어서인지 도끼 씬에서 느껴지는 '올드 보이'풍에는 색다른 느낌도 들었다.
네이버 베스트 평점에 이런 게 있었는데, 웃자고 작성한 듯 하지만 진짜 빵 터졌다. ㅎㅎ
"들어갈 때 양갱 꼭 사서 갖고 들어가세요!"
<설국 열차>영화에서 꼬리칸 사람들의 주 식량이, 직사각형 모양의 물컹물컹한 검은 물체인데, 그게 꼭 양갱처럼 생겼어서 나온 얘기. :D
목 아프게 맨 앞에서, 싸늘한 극장 에어콘 속에 보느라 정신이 다 얼얼했지만..
왠지 심리학자 라캉의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라는 개념을 대입해서 분석해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다. 월포드(에드 해리스)는 '상징계'(the Symbolic), 총리 메이슨(틸다 스윈튼)은 '상상계'(the Imaginary), 마지막으로 '실재계'(the Real)은 커티스를 대변하는 해석도 가능은 할 것 같다. ㅋ
리뷰와 비평들이 속속 매체에 올라오고 있는데, 다 찾아서 읽어보고 기회가 되면 종영 전에 한번 더 보아야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과 <마더>에서처럼 블랙 코미디(comedy) 적인 면모는 거의 있지 않아서, 팬으로서 섭섭했지만, 첫 헐리우드 진출작으로서 선방은 한 작품이라 여겨지는 <설국 열차>다.
http://blog.yes24.com/bohemian75
8/3
은령써니 리뷰
p.s.
엔딩 자막을 끝까지 다 읽어 보았는데, thanks to에 있는 '봉효민'님은 가족같으신데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
봉준호의 4년만의 신작
<설국 열차> (Snowpiercer>를 보고
- 좋아요
- 6
- 댓글
- 6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