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회사에 말도 못 꺼냈지만

11월 셋째 주에 가족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알제리에 있는 아빠를 이탈리아에서 다 같이 만나기로 했던 것.

추석 때 아빠가 한국을 방문했지만

나는 미국/멕시코로 출장 가는 바람에 아빠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이번 달에 새로운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어쩌다보니 그 프로젝트를 내가 PM(Project Manager + Product Manager)으로 맡고 있어서

과감하게 항공권도 취소했다. 

서운해하는 엄마를 위해 

10월 마지막 날, 11월의 첫 시작으로 

단둘이 강원도 평창으로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련명 올림픽로 715 베르데힐 

멤버쉽 하우스는 총 200개 방이 있는데,

이 날은 비수기라 10가구 정도만 예약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나 횡환 채 텅텅 비어 있었다. 

멤버십하우스 앞에 있는 발왕산의 텃새 [왕수리부엉이] 앞에서 찰칵!

비수기라서 할 게 없다며 걱정하던 직원의 예상과 달리

나와 엄마는 굉장히 알차게 보냈다. 

사실 작년에도 여기 와서 예행연습을 미리해뒀던터라

놀거리와 먹거리 동선이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

무엇을 했는지는 다음 포스트에 정리하도록 하고

이번엔 엄마와 단둘이 묵은 멤버십 하우스만 소개하고자 한다. 

도로에 적힌 분홍색 선을 쭉 따라 올라오면 보인다.

일단 엄마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겁을 잔뜩 먹었다.

하필 또 베르데힐이 산꼭대기에 있었는데

요즘 멧돼지가 대세라며,

멧돼지가 출몰한 적 있느냐고 주차안내원한테도 묻고

B동 전체에 사람이 몇 명 묵고 있는지 질문해서 안내 데스크 직원을 당황하게 했다.

놀라운 사실은 B동 전체 중 오늘은 우리밖에 없다며...때마침 동 전체를 빌린 꼴이 돼버렸다.

들어오자마자 방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49F로 정원 7명까지 가능한데 

우리 둘이 지내는데 방이 지나치게 많아서 빈방으로 그냥 두기가 아까웠다.

다음엔 블로그 이웃님들을 초대하자고 엄마가 먼저 제안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유일하게 꾸준하게 하는 취미인 블로그.

처음엔 강 건너 불구경하던 엄마도 이젠 몇몇 이웃님 닉네임과 특징도 기억하고 있다. 

같이 오면 반갑고 즐거울 것 같다며 들뜬 엄마 

으리으리한 입구만큼 방은 크고 넓었고 

거실 전면이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조명이 따로 필요 없었다. 

소품은 과하지 않고 딱 필요한 것만 있었다.

주로 나무와 라탄소재로 통일감을 주었고,

동그란 형태로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라 오래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다.

체크인은 14시 이후, 

체크아웃은 11시까지.

화장실은 입구에 하나, 안방에 하나

샤워실과 욕조가 있었는데 욕조가 정말 커서 거품 풀고 몸 담고 싶었으나

엄마랑 사우나 가서 씼어서 써보진 못했다. 

대신 주방이 잘 되어 있어서 아침 해먹는 재미가 있었고,

창 밖 풍경이 너무 예뻐서 바라만 봐도 배가 불렀다 ㅎㅎ

사실 숙소가 너무 좋았지만,

알찬 일정을 소화하느라 호텔 안에서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다음 포스터엔 엄마를 감동시킨 효도 코스를 쫙 한번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