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
  1. 인도신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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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신 브라흐마


 


 


 


 


인도 신화에서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었을까? 인도 신화가 복잡다단한 만큼 인도 신화의 천지창조 또한 단순할 리가 없다. 전해오는 이야기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조물주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프라자파티가 창조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다소 추상적인 존재(개념)인 푸루샤와 아트만이 만물의 기원이었다는 신화도 있고, 가장 일반적으로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물을 창조했다는 설도 있다. 인도 신화의 창조는 그러나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창조주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씨앗을 다른 형태로 분화시켜 내놓은 것일 뿐이다.


태초에 우주의 근본 원리인 브라흐만(梵)이 있었다. 브라흐만은 세상을 창조하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우주의 물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 속에 종자 하나를 심어두었다. 그리하여 인도인들의 관념 속에는 물이 우주의 근원이라는 신화적 진리가 자리하게 되었고, 그들은 물을 신성시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브라흐만이 원칙적으로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행위자가 될 수 없는데도 물을 창조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러나 신화의 논리를 어떻게 인간의 논리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브라흐만은 구체적인 행위를 위해 창조의 신 브라흐마와 유지의 신 비쉬누, 파괴의 신 쉬바를 인격신으로 두었다. 세 신이 하나가 되어 우주의 근본 원리인 브라흐만을 이루므로, 이를 삼신일체(트리무트리)라 부른다.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불교에서 불법승(佛法僧) 삼보를 모시는 것의 원천도 어쩌면 힌두교의 트리무트리일지도 모른다.


브라흐만이 심은 종자는 황금알이 되었고, 그 속에서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태어났다. 브라흐마는 오랫동안 황금알 속에 그대로 머물렀다. 좁은(아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황금알 속에서의 생활은 명상이었다. 브라흐마 신이 깊은 명상에서 깨어나 두 눈을 뜨자 명상의 힘으로 강한 힘을 갖게 된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빛이 생기자마자 어둠은 멀리 물러가고, 세상에 불을 밝힌 브라흐마는 만물을 하나하나 창조하기 시작했다. 먼저 황금알을 위로 높이 쳐들어 둘로 쪼개었다. 동아시아의 많은 신화들도 난생설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알 자체가 분화되어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우주의 중심에 있는 산인 메루 산처럼 거대한 황금알은 반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나머지 반은 아래로 내려가 땅을 이루었다. 둘로 구분된 세계 속에 그 알은 계속해서 바다와 산들과 별들을 내놓았고, 거기서 신들과 악마들과 인간들이 탄생했다.


그때 브라흐마는 육지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스스로 멧돼지가 되어 물 속으로 들어가 육지를 물어서 물 밖으로 가져왔다. 히말라야가 바다 속에 있었다는 사실이 신화적으로도 증명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창조는 일단락된 것 같다. 신과 악마와 인간이 탄생했고 자연 또한 생겨났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인도 신화의 창조는 기독교의 창조와는 사뭇 다르다. 기독교의 신은 시간부터 창조했으나, 인도 신화에서는 시간이 이미 있는 것이어서 희한하게도 창조주를 창조했다. 그리고 창조주가 탄생하자마자 사실은 대부분의 창조행위가 마무리되었다.


브라흐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욕망은 거작을 발표한 예술가가 이후에도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몰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는 자신의 몸에서 사라스와티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을 창조했다. 이미 인간이 탄생했으므로 신으로서는 더 이상의 인간은 창조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여인을 창조했으니,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인간이란 여자는 아니었다는 말이 되고, 브라흐마의 여인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신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딸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욕정을 느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딸은 우선 아버지의 오른쪽을 돌아 그의 시선을 피하려 하였다. 브라흐마는 계속해서 그녀를 쳐다보려고 하였다. 브라흐마의 몸에서 머리가 하나 더 솟아올랐다. 딸이 다시 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왼편으로 도니, 브라흐마의 몸에서 두 개의 다른 머리들이 그녀를 보기 위해 솟아나왔다. 그녀가 할 수 없이 하늘로 피신하자, 브라흐마의 욕정은 다섯 번째 머리를 창조했다. 얼마나 끈질긴 욕망인가? 인도인은 실제로 창조의 신 브라흐마처럼 자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고 열정적이다. 브라흐마는 하늘에 있는 딸을 향해 간곡하게 외쳤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창조주로서의 사랑이다. 너와 나의 결합만이 세상의 만물을 제대로 창조할 수 있다. 자 이제 내려와 나와 함께 세상의 모든 생물과 신들, 악마와 인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도록 하자.”


더 이상 브라흐마의 추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라스와티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브라흐마는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신들의 시간으로 일백 년(신들의 1년은 인간에게는 360년이라 전한다) 동안 살면서 인류의 조상인 마누를 낳았다.


이러한 신화를 살펴보면 결국 인간은 브라흐마 신의 아들이며, 인간의 어머니는 브라흐마 신의 부인인 사라스와티인데, 그녀는 인간의 누이이기도 하다. 또한 브라흐마의 창조적 에너지는 어떤 거룩한 신의 정신이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신의 정욕이었다. 아니면 정욕을 에너지로 하여 거룩한 신의 정신이 구현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인간의 아버지 신은 브라흐마이므로 인도 신화에서 가장 떠받들어야 할 신은 브라흐마가 되어야 옳다. 그러나 인도에 가보면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딸과 결합했다는 도덕적 결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비쉬누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브라흐마가 비쉬누의 배꼽에서 생겨난 연꽃에서 탄생했다고 말한다. 쉬바를 믿는 사람들은 쉬바가 브라흐마를 창조했고, 브라흐마에게 창조의 임무를 맡겼다고 주장한다. 창조주 브라흐마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창조 행위 자체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이 우주는 생성과 파괴가 계속될 것이므로 오로지 새로운 세상의 창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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