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에세이

금비
- 작성일
- 2018.10.31
검사내전
- 글쓴이
- 김웅 저
부키
'검사'는 판사보다 변호사보다 냉철하고 기름기 없으며 권력지향적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제목까진 영화 제목 패러디 느낌 물씬 나는 것이 뭐라도 진지하면서 긴박한 법조 이야기가 담겼나 싶을 무게를 느꼈지만 표지를 보는 순간 훨씬 가볍고 내 주변에 있을만한 평범한 인물이 법복만 걸친 느낌이랄까. 부제목에 달린 '생활형 검사'라는 말을 보니 그걸 참 잘 나타낸 그림이구나 싶다.
에세이에 빠져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의학에세이나 법조에세이는 접하기 어려운 분야여서 읽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 법조계 쪽은 변호사의 에세이는 많은 편이지만 현직 검사의 에세이는 보기 드물다. 예전 금태섭 정도? 아마도 현직에 있다는 부담감과 정말 바쁜 직업군이기도 한 이유가 클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검사는 권위와 권력과 명예의 상징이다. 그래서 아무리 젊은 검사라할지라도 그 앞에선 정치인도, 나이 많은 사람도 고개를 숙이고 잘 보이려한다는 걸 영화 또는 드라마를 통해 배웠다. 검사가 주는 무게감이 익히 배인 나는 그 바쁘신 검사 나리님께서 어이한 일로 책까지 쓰셨나 싶어 읖소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첫 이야기부터 휘리릭 빠져들며 내내 낄낄대며 읽었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멋짐은 없는 검사 이야기였다. 김웅 검사의 유머는 본인이 묘사한 글을 통해선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그런 재능이었다. 평상시에도 유머가 있는 분일까? 글에서 뿜어대는 웃김과 허당기질은 영화가 만든 허상의 검사에 내가 이제껏 놀아났구나 하는 허탈감을 느끼게도 하였다.
첫 장부터 나오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사기 몇 번 당해본 나로서도 아, 이정도야? 싶을 정도로 집요하고 천연덕스럽다.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사람이 검사일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생 노가다 같기도 한 직업이었다. 수천 페이지, 수만 페이지의 사건 일지와 증거자료를 읽어대는 것, 무식하게 자료 수집하고 복사해서 퍼즐을 맞추는 것, 김웅 검사 말처럼 시간과 체력만 있으면 수사할 수 있다는 단순함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내고야 마는 집념으로 투영되기도 했다. 그의 수사 방식이 단순무식하다고만 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후반부로 가면 법철학적인 이야기가 자칫 에피소드, 사건 위주 이야기로 가벼울 뻔한 책에 무게감을 가득 안겨주었다. 진지하다 못해 하품까지 나긴 했지만 진짜 김웅 검사의 모습이 여기에도 담겨있다 생각하며 억지로 활자라도 읽긴 했다. 반은 알아 듣고 반은 흘리면서. 어쨌든 검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분은 대단하신 분들 맞다는 것은 확실히 확인했다. 그리고 냉철함만 있는 게 아니라 인간미도 있다는 것도.
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수사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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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