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살려쓰기

파란놀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11.19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31) -의 계절 3 : 수유의 계절
매년 수유의 계절이 되면 열매의 무게로 가지가 휘어질 정도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김희정 옮김-리틀 포레스트 (1)》(세미콜론,2008) 5쪽
‘매년(每年)’은 ‘해마다’로 다듬고, ‘계절(季節)’은 ‘철’로 다듬어 줍니다. “휘어질 정도(程度)다”는 “휘어지곤 한다”나 “휘어질 만큼 가득하다”나 “휘어지도록 가득하다”로 손봅니다.
수유의 계절이 되면
→ 수유가 익는 철이 되면
→ 수유를 따는 철이 되면
→ 수유철이 되면
…
감이 익을 무렵이면 “감이 익을 무렵”이면서 “감이 익는 철”이요 “감철”입니다. 능금이 익을 때라면 “능금이 익을 때”이면서 “능금이 익는 철”이요 “능금철”입니다.
우리는 ‘수박철’과 ‘딸기철’과 ‘참외철’과 ‘호박철’과 ‘살구철’과 ‘대추철’ 들을 이야기하면서 요즈음 날씨가 어떠한지를 헤아리곤 합니다. 우리 입맛에 따라 철을 생각하고, 산과 들에서 무르익는 열매를 떠올리며 철을 생각합니다.
(열매나 푸성귀나 온갖 먹을거리 이름) + 철
→ 수유철 / 능금철 / 배추철 / 감자철 / 바지락철 / 전어철
이제는 웬만한 가게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로 없이 온갖 열매가 널리고 갖은 푸성귀가 펼쳐집니다. 굳이 철을 살피지 않더라도 언제나 딸기를 먹고 수박을 먹으며 바나나를 먹습니다. 집이나 일터 또한 요즈음 철이나 날씨가 어떠한가를 몰라도 한결같이 따뜻하거나 시원합니다. 자가용으로 움직이든 전철이나 버스로 움직이든, 우리는 바깥 날씨를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꼭 바깥 날씨를 알뜰히 느끼거나 깨달아야 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몸이 바깥 날씨를 잊거나 잃으면서, 우리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잊거나 잃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이 잊거나 잃는 무엇인가는 우리 삶에서 또다른 무엇을 잊거나 잃도록 줄줄이 이어지지 않느냐 싶습니다.
열매의 무게로
→ 열매 무게로
→ 열매들 무게로
…
스스로 삶다운 삶을 잊거나 잃으면서 삶을 밝히는 생각을 함께 잊거나 잃지 않느냐 싶습니다. 다른 누가 괴롭히거나 들볶지 않더라도 스스로 우리 터전을 일구는 생각을 잊거나 잃는다면, 우리는 고운 뜻과 넋을 담아낼 말과 글 또한 우리 손으로 내버리거나 내치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4342.8.2.해./4345.11.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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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유철이 되면 열매 무게로 가지가 휘어지곤 한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51) -의 계절 4 : 가정방문의 계절
가정방문의 계절이 다가왔다. 토요일 오후, 일요일, 방과 후, 교사는 늦은 밤이 되면 이 자유로운 시간에 아이들의 가정생활을 조사하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시카와 다쓰조/김욱 옮김-인간의 벽 (3)》(양철북,2011) 406쪽
‘가정방문(家庭訪問)’은 버릇처럼 쓰는 말투로 여길 만합니다만, “집집이 찾아다니는”처럼 손볼 수 있어요. ‘계절(季節)’은 ‘철’로 다듬고, ‘오후(午後)’는 ‘낮’으로 다듬으며, “방과 후(後)”는 “방과 뒤”로 다듬어 봅니다. “이 자유(自由)로운 시간(時間)에”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이 홀가분한 때에”로 손질하면 한결 나아요. “가정생활(家庭生活)”은 “집살림”이나 “집안 모습”으로 손질할 수 있는데, 글흐름을 살펴 “아이들의 가정생활을 조사(調査)하기 위(爲)해”를 “아이들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나 알아보려고”나 “아이들이 집에서 지내는 모습을 살펴보려고”처럼 새롭게 손질하면 한결 매끄럽습니다.
가정방문의 계절이 다가왔다
→ 가정방문 철이 다가왔다
→ 가정방문을 하는 철이 다가왔다
→ 집집이 찾아다니는 철이 다가왔다
→ 아이들 집을 찾아다니는 철이 다가왔다
…
보기글을 살피면, “가정방문이 다가왔다”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아이들 살림집을 하나씩 찾아다니는 일을 가리키는 ‘가정방문’일 텐데, 이 낱말은 교사가 해야 하는 일 ‘이름’이기도 하기에 ‘-의 계절’처럼 붙는 말마디를 모두 덜어도 뜻을 짚을 수 있습니다. 말뜻 그대로 “집집이 찾아다니는”처럼 풀어서 쓸 수 있고, 느낌을 살려 “아이들 집을 찾아다니는”처럼 적을 수 있어요. “아이들 어버이를 만나러 다니는”이라 적어 보거나, “아이들 사는 마을을 돌아다니는”이라 적어도 어울려요. 어떤 굴레에 매이지 않으면서 말빛을 살피면 됩니다. (4345.11.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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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집을 찾아다니는 철이 다가왔다. 토요일 낮, 일요일, 방과 뒤, 교사는 늦은 밤이 되면 이 홀가분한 때에 아이들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나 살펴보려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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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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