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소설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14.10.26
가면산장 살인사건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재인
외딴 곳에서의 살인 사건, 그곳에 초대된 손님들 외의 인물은 없고. 모든 등장인물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상황. 결국 인물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 된다. 이 작가는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고 있으며, 읽는 나는 어떻게 그 과정을 거꾸로 파헤칠 수 있는가. 한번도 이런 싸움에서 내가 이겨 본 적은 없었지만, 그러려고 하지도 않고 기꺼이 속아주면서 편하게 읽고 있는 나. 작가가 이런 독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맥빠질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저절로 떠올랐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드라마로 들었던 그때의 충격과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인상이 비슷한 배경의 글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그 글을 떠올리게 한다. 전혀 심심하지 않게, 지루하지도 않게.
소설 속 화자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된다. 화자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입장에서 다른 인물을 어떻게 그려 보이느냐에 따라 상황을 아주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또한 트릭일 것이다.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일,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일, 더 나아가 알고 속이는 사랑, 모르고 속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이 작가의 글이 많이 읽혀지고 있으니까 출판사에서 계속 그의 글을 준비하고 있나 보다. 그 덕분에 독자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어 괜찮다. 올 가을은 오롯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하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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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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