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담겨져있다, 삶이 담겨져있다.

소박한 기적을 바라는 꼬마형제의 이야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걸어도 걸어도><공기인형><아무도 모른다>등을 만들어왔는데, 개인적으론 본 영화도 몇개 안되지만 특히나 극장에서 챙겨보아서 더욱 가슴깊이 잔잔하게 남았던 <걸어도 걸어도>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주로 '가족'을 많이 다루고 있고, 그것을 또한 그렇게 튀지않게 잔잔한 일상처럼 그려내지만, 그 안에서 소중한 의미를 살짝 캐치하듯 담아내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조연분들의 자연스러운듯한 일상연기가 매우 좋은.>

 

 

이번엔 '기적'을 바라는 한 꼬마남자형제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부모의 별거로 각각 가고시마(鹿兒島)와 후쿠오카(福岡)에서 엄마, 아빠쪽으로 갈라져 살고있는 형제는 아이같지만 어른같은 깊은 속내를 가진 아이들이다. 지금은 잠시 따로 살고있지만, 이들 각자의 노력으로 언젠간 다같이 한 가족으로 다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 형제의 '기적'을 바라는 착하고 순수한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이라는 소재가 중심으로 묶여져있고, 아이들을 소재로 한만큼 천진난만한 대신에, 철없이 자기들만의 문제를 가진채 세상에서 자기들이 가장 힘들거라는듯이 살고있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등을 오히려 토닥거리며 '기적'까지 만들어내도록 노력하는 착한 형제의 이야기이다.

  

새로 생기는 신칸센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서로 달려오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미신이겠지만서도)을 듣게된 이들 형제는 따로 떨어져있는 동안, 그 중심의 장소에서 만나 '기적'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한다. 형제 중에 형은 자신이 사는 도시의 화산이 폭발해 피난와서 어쩔 수없이라도 다시 한 가족이 뭉쳐살게되었으면 하는 약간은 이기적인 기적을 바라게되고, 동생은 그저 같이 사는 아빠의 일 (그룹밴드)이 잘되기만을 바란다. 이 아이들의 기적은 과연 이루어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대단치않은 소재로 대단한 것 같은 소중한 삶 속의 의미를 살며시 끄집어낸다. 이번 <~기적>도 2시간 내내 그저 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기적'을 향한 노력, 그 자체까지를 일상처럼 그려낸다. 철없는 어른들 사이에서 진지한 형과 그저 초긍정의 동생이 오히려 어른들의 삶을 토닥거리며, '기적'을 만들어가기까지의 노력을 보여준다. '기적', 정말 Miracle한 단어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런 단어는 차츰 믿지않는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기적이라기보단 운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기적',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않든 '그 목적' 자체를 향한 노력과 만들어감에 의미를 둔다. 이들 형제처럼 말이다.

  

영화는 소소하게 웃음을 짓게하고 소소하게 의미를 찾게한다. 실제 형제이자 만담콤비라는 마에다 코키, 마에다 오시로 형제의 연기는 어른들의 그것들을  뛰어넘는다. 특히나 진지한 형과 초긍정의 동생의 성격은 반대지만, 왠지 닮은듯한 느낌을 보면서 진정 형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제목은 조금 유치해보일지 몰라도, 영화가 담아내는 느낌과 여유가 매우 좋다. 일본 특유의 느낌이 나는 영화이므로, 가끔씩 이런 작품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기적>은 그런 면에서 매우 와닿는다. 느낌이 좋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일 듯. 느낌이 좋은 영화다, 그 자체로. 이들 형제의 모습을 바라보고있노라면, 그들의 '기적'이 왠지 정말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과 믿음이 어느새 조금씩 스며든다. 그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기적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까지의 같이 한 과정이 다 나의 추억인 셈이다.

삶 그 자체가 기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