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긴 말이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프로 뮤지션이 인정할 만큼 음악에 관심도 많고 조예도 깊다. 열서너 살 때부터 재즈를 열심히 들었고, 팝과 록 음악에도 심취했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재즈 바를 경영하기도 했다. 지금도 소설을 쓸 때 음악의 코드나 멜로디, 리듬, 블루스 감각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소설과 관련이 있는 곡명이나 가사, 뮤지션의 이름 등을 직접적으로 인용하거나 언급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을 정리하고, 그 음악을 해설하면서 하루키 작품에서의 의미와 역할, 작가와의 연결고리를 알아보는 기획으로부터 출발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장식하는 음악을 장르별로 스무 곡씩 엄선해서 다섯 명의 평론가가 리뷰했다. '1980년대 이후의 음악'은 이 책을 기획한 구리하라 유이치로가 맡았고, '록'은 후지이 쓰토무, '팝'은 오와다 도시유키, '클래식'은 스즈키 아쓰후미, '재즈'는 오타니 요시오가 맡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다섯 명의 필자가 모두 참여한 대담이 실려 있다.

1949년생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196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밥 딜런이나 비치 보이즈, 도어스, 비틀스 같은 뮤지션들을 '아이돌'처럼 숭배했다. 그 때문인지 1960년대적 가치관이 아직은 유효했던 1970년대 음악은 괜찮지만, 1960년대적 가치관이 아주 사라진 1980년대 음악은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초창기 소설 중 하나인 <댄스 댄스 댄스> 서두에서 주인공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기 차트의 음악을 모조리 혐오하며 이렇게 말한다. "형편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10대에게서 푼돈을 뜯어내기 위한 쓰레기 같은 대량 소비 음악".

그런 무라카미 하루키조차 애정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던 1980년대 이후 뮤지션으로는 누가 있을까. 브루스 스프링스틴, 빌리 브래그&윌크, R.E.M., 라디오헤드, 셰릴 크로 등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높게 평가한 일본 뮤지션으로는 스가 시카오가 유일하다. 하루키의 열렬한 팬인 스가 시카오는 자신의 첫 번째 앨범의 데모 CD를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보냈다. 그때부터 스가의 앨범 <The last>에 무라카미가 해설을 기고하고, 무라카미의 소설 <애프터 다크>에 스가의 곡 <폭탄 주스>가 등장하는 등 교류가 이어졌다. 일본의 국민 그룹 서던 올스타즈와 B'z도 소설 속에서 짧게 언급된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좀비>라는 단편까지 썼지만 마이클 잭슨에게는 냉담했다. 그리고 오로지 <Billey Jean>만 인용한다. <댄스 댄스 댄스>의 후반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청결한 역병처럼 세상을 뒤엎었다." 저자는 이를 마이클 잭슨으로 상징되는 세계화, 자본화, 경영화, 기업화가 점점 세계를 단일한 원리로 바꾸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문엣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