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의 맛은 중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음식의 맛이요, 하나는 삶의 멋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적인 삶을 얘기한다고 봐도 되겠다. 이런 맛의 의미를 이 글은 주로 음식 얘기를 하면서 문화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묘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주제가 있는 원고청탁을 해서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는 것이 먹는 것이고 먹는 것이 즐겁게 사는 것이지 않으랴 생각하면서 읽었다.

사람은 왜 사는가? “먹기 위해서 산다.” 그렇게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같은 말 같지만 무척 다른 맛이다. 맛을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 말장난 같지만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하나는 생존의 문제고 하나는 문화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생존과 문화, 먹는다는 것은 이 두 가지에 귀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보다는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이 빛깔도 곱다. 맛집이 아니라도 먹을 것을 찾아가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먹고 싶은 것은 재료를 신선한 것으로 구입해 만들어 먹는 것도 좋으리라. 하지만 ‘맛’이란 것에 문제가 있다.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것을 어떤 사람은 입에도 가져가지 못한다. 홍어 같은 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마다 음식을 대하는 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집에서 우리 둘인데,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같이 같은 것을 먹었는데, 아직도 음식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정반대의 식성이 서로 입맛을 바꾸지 못하고 지속되어 왔다. 나의 경우는 채소류를 즐기고 아내의 경우는 육류를 즐긴다. 그것이 어떤 때는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도저히 먹히지 않은 것을 먹으라고 하는 경우가 그때다. 이처럼 음식은 각자에 따라 그 기호가 다르다. 그것을 인정해 주면서 음식에 대해서 얘길 해야 한다. 이 글에서도 다양한 식습관이 잘 그려지고 있다. 각자가 제시해 주는 음식들이 모두 다르다.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인생도 이렇게 맛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하면서 글이 시작된다. 12명의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김칠맛 한 스푼을 더하는 슬기로운 식탁 생활을 할 것을 권유하면서 감칠맛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따라가면서 그 맛을 그대로 느끼며 우리들의 맛을 찾아보면 되리라 생각한다. 맛이라는 것은 타인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맛을 찾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자다. 우리는 그런 행복자가 되길 스스로 갈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주간 베짱이>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았다. 연재물이고 작가가 다르다는 것은 같은 주제아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지게 만든다. 여러 토막, 한 이야기로 삼으면 어떨까?

김겨울

토마토를 그리 좋아하고 있다. 밑반찬으로, 쥬스로, 수프로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다. 건강식이기도 하겠지만 맛도 대단하다고 한다. 치즈와 요거트에도 특별한 마음이 있다. 딸기를 무척 좋아하고 고기는 구운 것을 잘 먹는다.

김현민

남이 해준 밥에 대해서 예찬하고 있다. 물론 어릴 적은 부모님들의 손에 의해서 먹을 것이 주어졌다. 그런 것들이 습관화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독립해서 살면서 식사가 거칠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집 밥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친구가 해주는 집 밥, 그것은 저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집 밥, 그에겐 큰 사랑이었던 것이다. 바나나를, 만두를 즐겨했던 기억을 늘어놓는다.

김은비

시리얼, 사리곰탕 등의 제품화한 음식들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기억이 무척이나 좋았던 모양이다. 아마 바쁜 일상사에서 간단음식으로 맛도 괜찮고 했기에 빠져들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만들기 어려운 연근반찬에 대한 좋지 않았던 추억이 이런 음식에 대해 더욱 선호하게 된 듯하다. 일반적으로 맛이라고도 하기가 힘이 드는 인스턴트 음식에 대해 특별한 마음이 있다.

디에디트

리뷰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될까? 음식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되겠다. 몇 명의 에디트들이 음식에 대한 견해를 늘어놓는다. 에디트 M의 평양냉면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얘기되고 있고 에디트 B의 크레크 카나페, 크로플, 납작 만두에 대한 얘기를 풀어 놓는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해 맛을 드러내고 있다.

박서련

먹을 것에 대한 얘기보다 먹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위주로 글을 쓰고 있다. 미식의 흐름, 경양식의 흐름, 면식의 흐름, 후식의 흐름 등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주로 먹는 것에 대한 실제보다는 이론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음식 문화에 대한 기획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박정민

30대 혼자 사는 사람의 식사는 주로 배달음식으로 채운다. 그것이 모두 맛이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엄마의 밥이 그립다. 즉 집 밥이 그립다는 말이다. 아침은 토스트나 햄버거 등 치울 것이 없는 뒤가 깨끗한 것을 선호한다. 사이버 밥 동무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식욕과 외국에서 식사한 경험도 들려주고 있다. 정말 먹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손현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할 때의 음식에 관해 들려준다. 카우치서핑을 할 때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도움을 받았으면 뭔가 보답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오믈렛을 만들어 먹던 기억을 얘기한다. 지리산 오라클의 연잎 밥에 대한 추억과 구운 쿠키의 추억을 얘기한다. 주로 돌아다니면서 만난 음식들이 소재가 되고 있다.

요조

한라산 등반 때 먹은 컵라면을 들려준다. 컵라면이 그렇게 맛이 있게 되는 것은 확실히 장소 때문이리라. ‘시장이 반찬이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먹는 장소가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고 해도 되리라. 저자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서 고기도 좋아한다고 한다. 채식 생활을 3년 했다고 한다. 그것은 결단과 노력이고 원래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채식 생활을 해본 것이 삶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고 한다. 커피에 대한 의견도 제시해 주고 있다.

임진아

음식을 먹는 과정에 대해 많이 애기한다.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먹는 시간, 먹는 순서 등이 맛을 결정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의 시간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차례로 들어오는 감각에 긴장하는 맛을 지속시킬 수 있었음을 얘기한다. 음식에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마음이라고 얘기한다.

천선란

식성이 서로 다른 사람을 거론한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더라도 전혀 다른 식성을 지닐 수 있음을 얘기한다. 자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식성을 가지고 있어 외식 때의 음식 정하기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추억의 밤식빵, 와플, 르뱅쿠키 등과 얽힌 얘기들을 하면서 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별한 음식, 흥미로운 음식이 좋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최민식

일 년 내내 볶음밥을 먹은 얘기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누가 물었더니 밥을 먹으면서 늘 생각의 강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을 먹든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태국에서의 팟타이에 관해 들려주기도 하고, 독일에서의 핫도그도 전해 준다. 그러면서 재료가 훌륭해야 함을 덧붙인다. 깍두기에 얽힌 추억도 얘기한다.

힛펠트

싱어송라이트다. 음식을 시키고 빠진 음식이 있어 전화로 <푸팟풍커리>란 음식을 배달자와 얘기하면서 몇 번을 확인했던 우스개를 얘기한다. 그리고 힘들게 소통하면서 좌중이 즐거웠던 기억을 말한다. 푸켓 여행에서 처음 먹었던 음식, 소통하던 당시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고. 그리고 ‘배달 음식 끊기’에서 ‘방구석 세계여행’을 음식을 통해서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덧붙여 김치, 냉면, 고기 등을 첨언해 들려준다.

한 사람이 한 가지 음식을 얘기하는 글이 아니다. 다양한 음식을 얘기하고 음식보다는 사는 맛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맛이 있는 글이다. 음식의 맛을 통해 사는 맛을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딱 맞는 책이다. 하지만 다양한 음식이 소개되고 있고, 그 음식들이 너무나 다른 성향의 것들이라 음식의 맛을 가지고 읽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냥 사는 맛으로 읽어나가면 도움이 될 듯하다. 맛을 통해 맛과 멋을 느껴가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참여한 12명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기획된 글들은 조금의 억지가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런 것들이 감안되더라도 요즘 젊은 작가들의 기발한 생각과 언어들은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의미가 있었던 읽기였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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