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초판이 나왔을 때 구매해서 읽은 소설이지만, 이번에 영상화 확정 기념으로 예스리커버로 나오는데 양장이라고 해서 고민없이 구매했다.

이 책 또한 사인인쇄본이라 김초엽 작가님의 사인을 또 하나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이전 표지도 좋았지만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제목과 초록색 표지가 잘 어울리고, 양장이라 책이 상하지 않고 잘 보존이 될 것 같아 더욱 좋다.

항상 나에게 여운을 주는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장편소설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고, 처음과 마지막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인상 깊었다.

미래 사회는 첨단 과학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지만 자연이 모두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돔 안의 사회.

그 곳에서도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래의 기술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 주었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안에는 여전히 차별과 다툼, 분란이 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암울하기만 한 현실이다.

하지만 결국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기에 김초엽의 소설은 아름답다.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있다.

<지구 끝의 온실>은 2055년 '더스트 폴'이라는 재앙으로 인해 자가증식하는 '더스트'로 뒤덮여버린 지구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그곳에 두 자매, 아마라와 나오미가 있다.

'더스트'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도시를 커다란 돔으로 감싸고 입구에는 더스트 경보기와 정찰 로봇들을 둔다.

'더스트'는 사람들의 세포 속으로 침투해 장기를 손상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 일명 '내성종'.

사람들은 '내성종'들을 차별하고 실험하고, 돔 시티에서 내쫓는다.

그들은 '내성종'이란 이유로 실험당하다가 겨우 도망을 쳤지만, 어딜 가든 편안히 쉬고 정착할 곳은 없다.

돔 시티 사람들은 이들로 실험을 하거나 시티 밖으로 내쫓는다. 더스트가 휩쓸고 지나가버린 후 자원과 식량도 부족해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강탈하고, 서로를 해친다.

내성종이 아니면 두꺼운 보호복을 입고 생활하거나, 돔 시티에 갇혀 살아야 한다.

과학기술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지만 갑작스러운 재앙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이런 지구의 모습은 현재와 묘하게 닮아있다.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일상생활에는 제한이 생기고 마스크를 쓰며 생활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우리의 자원들은 점점 고갈하고 대체 자원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설 속의 세상은 우리에게도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두 자매는 우연히 접한 정보로 돔 없이도 내성종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지구 끝의 온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은 두 갈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더스트 시대를 보내는 아마라와 나오미 자매의 이야기, 그리고 더스트 종식 이후 강원도 해월 지역에서 급속도로 증식하는 '모스바나'를 조사하게 된 연구원 아영의 이야기이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이 두 갈래의 이야기는 '모스바나'와 한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각각의 퍼즐 조각이던 단서들이 하나씩 맞춰져 결국 퍼즐 판이 완성을 이루며 하나의 결말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사회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강자가 타인의 자원을 강탈하고 자리를 빼앗아 지위를 갖게 된 사람들의 모습에서 경쟁 시대에 사는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세상은 구원받았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인류 화합으로 세상을 구원했다 주장한다.

진정 세상을 구원한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강탈당하고 뺏긴 사람들, 돔 시티에서 쫓겨난 사람들.

강자에게 쫓기고 숨어살던 약자들이다.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생존하고자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했다.

그들 간의 작은 약속을 기억하고 지켰을 뿐이다.

그러한 작은 움직임은 결국 세상을 구원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세상을 구원한 것도 모른 채 사회 속에서 살아갔다.

그 중심에 있는 '모스바나'는 양면성을 가진 식물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특별할 것 없는 식물이지만, 더스트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정신없이 뻗어나가던 모스바나도 곧 환경에 적응하며 평범한 식물처럼 지낸다.

사회에 적응하며 사는 평범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다고.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의 말이 떠올랐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작은 우리의 노력들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