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혜원 그림책 창비

코오옹콩 코오옹콩 천천히 흐르는 내 몸 속의 핏줄기를 따라 심장이 편안하게 뜁니다. 첫 페이지의 연분홍 꽃이 수두룩하게 피어난 산자락에서 아름다운 봄을 가져다 주는 줄 알았던 순간까지요. 쿵쿵쿵쿵 드라마 주인공처럼 심장이 빨리 뜁니다. 숲 속 가운데 하얀 병원이 외롭게 서 있습니다. 봄이 오는 세상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하얗게 덩그러니......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이 올라오니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게절이 흘러 감에 따라 아름답게 그려진 배경 그림과 달리 주인공의 삶은 무채색으로 나타내어 아이의 고단함, 외로움, 쓸쓸함, 막막함, 허전함, 그리움 등 뒤섞인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아이가 찾아낸 그림책이라는 친구와 빛나는 창의성의 미덕 중에서 상상력이라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에너지의 발견은 대견함을 지나 위대하기까지 합니다.

개나리 벚꽃 흐드러진 주말마다 엄마를 만나러 가고, 대답 없는 엄마 앞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며 하루를 보내는 꼬마 주인공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다음은 뭐야?”

이 말 한 마디가 무척 가슴을 울립니다. 조용히 들어주다가 살며시 물어봐주는 이 한 마디!

이야기를 들어 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공감 중에서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곁에 머물러주기 “현존”이라고 하지요. 저에게 커다란 비밀 친구는 그림책 자체인 것 같아요. 그림책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위로가 되니까요. 이것저것 조언하는 많은 친구들의 말은 사실 그 때 그 순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충분히 들어주고도 “더 하고 싶은 말 있니?”하고 물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 다했으니 밥 먹자 생존의 욕구가 나올 때까지요!

우리 꼬마 주인공은 커다란 비밀 친구 덕분에 힘을 내어 살아가면서 그림책을 빌리러 간 도서관에서 공룡 덕분에 친구도 생깁니다. 고개를 푹 떨구고 걷던 봄 그 길에서 친구와 걸으며 고개를 들어 빠알간 단풍잎을 손에 쥡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미소짓는 모습으로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힘든 모든이들에게 단 하나의 누구! 좋은 친구(꼭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가 곁에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고 싶은 말 모두 나에게 들려줘”

“내가 들어 줄게”

“그럴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

이 한 마디 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부모님들과 선생님, 아니 세상을 먼저 살아온 어른들은 알았으면 합니다.

앞면지 봄에서 시작되었던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과 뒷면지에서는 가을로 가 있습니다. 게절이 흘러가는 사이 긴 시간 동안 아이는 엄마는와 병원에서 커다란 비밀 친구와 동행했습니다. 커다란 비밀 친구 덕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덕분입니다 라고 하면 감사가 돌아오기 때문이에요.

커다란 비밀 친구 두리는 오지 않아도 “ 그 다음은 뭐야?”라고 물어주는 아빠가 곁에 머물러 따뜻하게 안아주는 걸 보니 흐뭇합니다. 아마도 커다란 비밀친구는 아빠였을까요?

슬프고, 외롭고 쓸쓸함을 표현하는 그림책일까 하였더니 따듯한 위로의 그림책이었습니다. 제게도 슬펐던 지난 날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싶어 직접 구입해서 읽고,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다시 읽어 서평을 쓰게 되면서 삶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힘든 순간 순간에 가장 위로가 되는 건 말없이 곁에 머물러주는 위로가 첫째요, 둘째는 실컷 토해내는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 다음으로는 어떻게 지내? 괜찮아? 가끔 물어봐 주는 것, 마지막으로는 같이 밥 먹을래? 하고 소식 전해오기 였습니다. 커다란 비밀 친구가 여기 저기 있어서 덕분에 여러 계절을 잘 넘기고 지냅니다.

커다란 비밀 친구는 따로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바로 여러분 자신이기도 하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 그 무엇이기도 하고,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그 누군가이기도 할 것 같아요. 우리 같이 힘을 내요. 우리 곁에는 늘 커다란 비밀 친구가 있답니다.!!!

*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직접 사서 또 읽고 쓴 개인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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