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소설과 더불어 에세이 장르를 좋아한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고, 배우고, 또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청춘유감(靑春有感)이라는, 꼭 시집같은 제목이었다.

무슨 뜻일까? 라는 생각에 책 상세 페이지를 클릭했을 때 불꽃놀이를 그려놓은 듯한 책 표지에 적힌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라는 글귀를 보았다.

이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인생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겠거니,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춘유감>은 그저 저자 한소범의 살아왔고 또 사는 이야기와 그 속에서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을 이야기해놓은 책이었다.

직업 에세이이자, 성장에세이. 책 후면에 적힌 것처럼 오랜 시간, 또 여러 차례 재능과 기회, 돈과 관계, 사랑과 우정에 대한 탐구를 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자 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엄청나게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많은 것을 사랑하고, 도전하고, 떠나보내고 또 만나본 사람의 이야기는 꼭 아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더욱 공감이 갔다. 더 알고 싶었다.

주간 문학동네에서 연재된 글들을 엮어 만든 책이라 그런지 긴 호흡으로 쭉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토막글의 모음 형태로 더욱 읽기가 편했다. 지나간 책의 내용들의 흐름을 뒤쫓지 않아도 되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 있는 편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소범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답게 그녀의 직업인 기자에 대한 언급이 많다. 수습기자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피노키오>가 생각나 신기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기에 떠나온 세계를 말하는 영화와 문학 부분을 보면서, 또 그녀의 글 구석구석에서 정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서른이 되면', '다음엔 내가 살게' 이 글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어렸을 때 나는 삶이 근사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멋들어진 직업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돈을 많이 벌고 쓰는 것. 어렸을 때 세워놓았던 나의 인생계획에는 공백이란 없었다.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목표를 연달아 달성하는 것이 당연할 줄로만 알았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이었으며 언제나 무난하게 좋은 성과를 내던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만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오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특정 부분에서는 또래들과는 다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큼 다가오는 '도전을 계속하느냐 마느냐' 의 기로에서 매번 두려워하고, 또 내 상황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걱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빠른 성공과 성취를 보며 불안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래서 '서른이 되면'을 읽고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저자인 그녀가 들은 말과 그녀가 느낀 것을 나도 똑같이 체험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기분이 조금 상쾌해졌다.

나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라고 조급해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긴걸까? '젊음'이라는 단어에 발목을 붙잡혀 그 시기에만 유용한 것들을 증명하기 위해 급급해하지 말 것, 그리고 내 인생의 판단이, 내 세상이 오직 '젊음'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것. 나는 내 젊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쓸 필요 없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이를 먹는다고 세상이 끝나지는 않는다.

<청춘유감>. 유감遺憾이기도, 유감有感이기도 한 제목. 또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라는 글귀처럼 울보인 저자가 그녀 자신을, 타인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거닐었던 이야기들의 기록이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의 묶음이자, 가르침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었지만,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공감했고, 다짐했다.

제목대로, 유감有感한 책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