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말해 뭐해. 읽어야지. 그의 첫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출간된 직후에 워낙 화제가 되어 나도 부랴부랴 읽었고 그때 이미 아, 그 다음 신간이 나오면 일단 읽게될 작가로구나 직감했다.

『연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두번째 시리즈 느낌이었다. (설마 자가복제라는 의미로 오독할 사람은 없겠지?) 모든 소설들이 땅에 발을 디디고 있어서, 그 현실감때문에 정말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표제작인 <연수>는 젊은작가상수상집에서 이미 읽어봤던 작품이었고 요상하게 응원을 받는 기분이었는데 이번에 재독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공모>는 읽는 내내 아리까리하면서도 알 것도 같고 그랬다. 화자인 현 부장이 천의 얼굴의 천 사장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길 내심 바랐다. 혼자서 한 사람을 넘겨짚고 멋대로 판단한 거길 바랐다.
한편으로는 현 부장이 천 사장의 딸인 김세원을 면접하는 동안 단박에 일머리가 있는 아이라는 걸 알아볼 때, 김세원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일할 지 눈에 선하다며 묘사할 때, 신입시절을 지나 부장자리에 오르기 까지 일머리가 있었던 여성 직원들이 하나둘 부재하는 것을 지켜볼 때, 그 상황들이 왜 그렇게 씁쓸하고 또 뭉클하던지. 천 사장을 께름칙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남성 윗상사들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부장은 김세원을 넘겨짚지 않고 스스로의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은 것, 김세원을 인정하고 선배로서 그를 이끌고자 마음먹는 그 과정이.. 아름답고 든든했다.

<라이딩 크루>는 어후 읽는 내내 "아오 ㅆ..ㅋㅋ"이라며 실소를 터트리게 했다. (비속어 못참^^;;) 소셜미디어를 컨셉에 맞춰 관리하고 스리슬쩍 속내를 흘리는 것('제가 나중에 만들면 혹시 함께해줄 분 계신가요?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이 진짜 기시감 질퍽질퍽 수준ㅋㅋㅋㅋㅋ 그리고 뭔가 요상하게 꼬여가는 상황과 최도헌과 벌이는 최후의 대결은 ㅋㅋㅋㅋㅋㅋ 진짜 아침 출근길에 육성으로 "아ㅆㅋㅋㅋㅋ" 소리 나오게 했다ㅋㅋㅋㅋ 제발 읽어주세요 ㅠ 참 <라이딩 크루>도 그렇고 <연수>에서도 라이딩/운전 중에 펼쳐지는 짧은 풍경묘사가 힐링이었다ㅋㅋ

<미라와 라라>는 이 소설집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소설로 배치가 참 좋았다는 인상이 들었다. 미라언니는 글쓰기에는 영 재주가 없는데도, 돈이 되는 다른 능력이 확실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싶어한다. 소설창작회의 사람들은 기본도 안 되어있는 미라언니의 글을 합평할 때마다 서로 난감한 눈빛을 주고 받는다. 그런것도 모르고 미라언니는 소설쓰기에 진심인데..
재능이 없고 전혀 진척이 없어도 사랑하는 것을 여전히 사랑하는 일. 그 숭고한 일에 누가 감히 미련하다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미라언니가 포기하지 않기를, 계속 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