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 작가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장욱에게 글쓰기란 과거의 행위나 미래의 결과가 아닌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독자들에게 이름이 각인된 이후 늘 쓰는 사람으로서 존재해왔던 그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때는 언제일까.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일에만 궁리하면 되는 그 순간은 바로 낯선 곳에서 여행자임을 자청하던 때가 아닐까. 그해 겨울, 기숙사 룸메이트 안드레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중부 러시아의 추바시로 떠났던 기차 안에서의 풍경은 그로부터 10년 후 2004년의 일기로 남았고, 다시 겨울, 글을 쓰기 위해 떠난 부다페스트에서 본 야경은 2023년의 일기가 되었다. 단지 겨울과 겨울을 건너왔을 뿐인데 순식간에 지나버린 30여 년의 시간이 어리둥절하게 느껴진다는 그는 한 권의 책을 마친다는 것이 “하나의 죽음”을 겪는 일과도 같다며 지난 시간을 소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