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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글쓴이
김혜순 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5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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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혜순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죽음은 일회적이고 직선적인 시간의 사건이 아니라
복수적이고 끝없이 귀환하는 생명의 사건이다.”

죽음으로 생(生)을 사는 다인칭(多人稱) 몸의 목소리
‘혀 없는 모국어’ 사이에서 펼쳐지는 단 한 편의 시

세계인이 함께 읽는 이 시대 가장 뜨겁고 급진적인 언어, 김혜순
‘시하고’(I Do Poetry) ‘새하며’(I Do Bird) 시의 영토를 구축해온
김혜순 시학(詩學)의 정점, 죽음 3부작을 한 권으로 읽다

“나는 이 시들을 쓰며 매일 죽고 죽었다.
하지만 다시 하루하루 일어나게 만든 것도
이미지와 리듬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죽음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죽음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역설.
시는 죽음에의 선험적 기록이니 그러했으리라.

당신이 내일 내게 온다고 하면, 오늘 나는 죽음에서 일어나리.”
- 「시인의 말」(『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2025)에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수상, 2022년 영국 왕립문학협회(RSL) 국제작가 선정,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 수상, 2025년 미국 예술·과학아카데(AAAS) 회원으로 선출. 모두 시인 김혜순이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쓰고 걸어온 역사다.

지배적 언어에 맞서는 몸의 언어로 한국 현대시의 미학을 갱신하며, 그 이름이 하나의 ‘시학’이 된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1979년 이래 4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인은 늘 “제도화된 역사들과 가장 먼저 작별하는 시적 신체의 최전선”(이광호)에 서 있었다. 하여 김혜순의 시집은 단순히 한 시인의 저작을 넘어 각 시기 한국 현대시의 가장 첨예한 지점을 누구보다 앞서 이어낸 별자리, 시적 실험의 아카이브와 같다. 김혜순에게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서 뜨고 지면서 커지고 줄어드는 달처럼 죽고 사는 사진의 정체성을” 보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여성의 몸은 무한대의 프랙털 도형”이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시가 “프랙털 도형처럼 세상 속에 몸담고 세상을 읽는 방법을 가지길 바란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문학동네, 2002)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성의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으며, 시 속에서 전개되는 시간과 에너지, 긴장과 현기증 자체인 리듬, 그 리듬 안에 시의 미학과 윤리학을 작동시키는 방법론으로 독보적인 시적 성취를 이루어왔다. 또한 ‘여성이 몸에 실재하는 감정과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다정함과 격분이 공존하는 목소리로 악몽과 어둠을 관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적 황홀’(스웨덴 시카다상 선정의 말)을 열어젖히며 굵고 또렷한 국제적 존재감을 보여왔다.

무엇보다 죽음으로 비탄에 빠진 사람들의 연대와 죽음에의 선험적 직관 사이를 오가며 생체험을 넘어선 미학적 시론을 구축해왔다. 사회적 참상, 전쟁의 트라우마 같은 집단적 슬픔과 개인의 죽음, 그 둘 사이의 연관을 구조적으로 직조해낸 ‘죽음 3부작’을 통해 여지껏 누구도 디디지 못한 언어의 신개지(新開地), 시의 영토를 오늘도 넓혀가고 있다. 시인의 연보가 말해주듯, 1979년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중단된 적 없는 김혜순의 시의 시작(始作)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다만 경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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