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리더가 될 것을 꿈꾸거나 계획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원치 않는 때에 직장, 학교, 모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책임을 떠맡고 리더가 되는 일이 부디기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주는 작고 단단한 안내서처럼 다가온다. 저자가 생태학자인 만큼, 책은 흔한 자기계발서의 권위적이고 도식적인 어조를 벗어나 자연과 동물 세계에서 길어 올린 사례들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책은 무엇보다 권위보다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의 태도를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직적 리더상, 즉 명령하고 통제하는 리더보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공동체를 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생태계를 이루는 수많은 존재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방식을 리더십의 비유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개미 사회의 협력 방식이나 침팬지 집단 내 리더가 선정되고 자리를 뺏고 뺏기는 모습을 통해, 혼자 빛나는 별이 아니라 모두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리더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비유는 추상적인 리더십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동시에 현실 속 조직 생활과도 연결된다.

책은 무엇보다 실패와 ‘반성’을 숨기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교수로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리더는 완벽한 존재여야 한다는 환상을 깨뜨리면서,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는 태도가 더 중요한 리더십의 자질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나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한다. 동시에 리더십은 천부적 자질이 아니라 일상에서 길러지는 태도임을 확인시켜 준다. 물론 저자가 처한 상황이 특수한 상황이고, 예컨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상황에서 신뢰와 공감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방대한 이론을 제시하기보다 리더가 가져야할 태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격적이기보단, 길을 잃은 리더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읽을 만한 얇지만 울림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대목은 저자가 꿈꾸는 '리더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는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구조를 넘어 모두가 주체가 되는 세상을 바라는 이상에 가깝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리더십을 말할 때 종종 '영웅'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영웅이 아닌 '연결자'로서의 리더다. 누군가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 진짜 리더라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리더십에 대한 두꺼운 이론서나 성공담을 찾는 이에게는 부족할 수 있지만, 현실 속에서 '어쩌다' 리더가 되어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이자 조언이 된다. 리더십의 본질은 화려한 말이나 전략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믿음과 함께 걷고자 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기 좋은 교양100그램 시리즈였다.

#어쩌다리더가된당신에게 #최재천 #리더십 #교양100그램 #그램독서 이 글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