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마음에 나직이 스며드는, 기적 같은 휴먼 판타지
생일이 돌아오면 모든 이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소년
매년 잊히는 삶으로 쌓아온, 결코 잊히지 않을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 〈포레스트 검프〉”(가디언)가 떠오르는 이야기로 “소중한 것들을 꼭 붙잡고 싶게 만든다”(사라 조스트)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독자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한 마이클 톰프슨의 화제작, 《내가 없는 나의 세계》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매년 생일마다 사람들의 기억과 모든 기록에서 지워지는 한 소년의 특이한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은, ‘기억되지 않는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로맨스와 휴먼 판타지로 풀어내며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야기는 1월 5일, 주인공 토미의 생일날 시작된다. 레오와 엘리스 부부는 평소와 같은 아침을 맞이하지만, 거실 한복판에 누워있는 낯선 아기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아기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부부의 사랑을 받던 아들이었지만, 생일이 지나자 부부를 포함해 그를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이다. 토미는 매년 자신의 존재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없어지는 삶을 살아간다. 생일이 돌아오면 그가 사람들과 나눈 시간은 증발하고 세상에 남긴 흔적조차 사라진다. 토미를 깊이 사랑했던 이들조차 1월 5일이 되면 그를 낯선 이방인처럼 대한다. 위탁 시설인 밀크우드 하우스에서 자라며 토미는 해마다 모든 관계를 다시 쌓아 올리는 법을 배워간다.
하지만 인연을 새롭게 맺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다가온다. 토미에게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 관계를 내일로 이어가고 싶은 한 사람이 생긴 것이다. 위탁 시설에서 만난 캐리 프라이스에게 토미는 특별한 존재가 되지만, 토미의 생일이 지나자 그녀는 어김없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반복되는 상실 속에서 토미는 자신을 지워내는 가혹한 규칙을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그 규칙에 직접 맞서기로 결심한다.
《내가 없는 나의 세계》는 ‘생일이 지나면 잊히는 존재’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내세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해마다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삶을 통해 타인과 맺는 인연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또 얼마나 어렵게 다시 세워지는지 보여준다. 나아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되짚는다. 1월 5일이 오면 ‘나’가 없는 세계를 살아가야만 하는 남자, 토미 루엘린. 삶이 무엇으로 기억되는지 탐구하는 이 소설을 통해, 매번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간 속에서도 남아있는 사랑과 선택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