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흡에 괴로움이
한 걸음에 생각이 사라진다
승복 입은 러너의 11,450킬로미터 마음 수행기
스스로를 ‘풀코스 마라톤 뛰는 스님’이라고 칭하며, 매일 좌선을 끝낸 후 10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가뿐히 달리는 지찬 스님의 책 『스님의 달리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지찬 스님이 달리기를 시작하며 겪은 몸의 변화와 마음의 흔들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깨달은 삶의 태도를 담은 에세이다. 스님의 달리기는 “흐트러진 몸에 맑은 정신이 깃들 수 없다”라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 저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온전한 수행을 위해 호기롭게 선택한 운동이 바로 달리기다.
달리기를 막 시작한 스님에게 충격적인 단거리 기록, 조금만 뛰어도 터질 듯한 심장, 아파 오는 무릎은 좌절감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좌선 수행으로 쌓은 누적의 힘을 믿으며 무리하지 않는 달리기 루틴을 찾아냈고, 마침내 마라톤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스님은 지금까지 11,45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 왔고 그의 달리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낙담하지 않고, 얻고자 하는 것 없이 오늘 하루 치의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스님의 감각적인 회복력은 독자에게 수행자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준다.
이 책은 20년 넘게 부처님 말씀을 공부한 스님이 낯선 집착과 욕심에 대해 진솔하게 써 내려간 기록이기도 하다. 수행자라지만, 마라톤에 참가하며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점점 단축되는 기록을 보며 더 잘 달리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훈련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스님은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특유의 성찰적인 문체로 담아냈다.
그러나 저자는 낯선 속세의 마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 이런 마음이 나에게도 또 찾아 왔구나’ 하며 깨닫고 흘려보낸다. 내가 아닌 것은 붙잡지 않는 것이다. 스님의 달리기 여정은 우리에게 일상 속 수많은 고민을 마주하고 다시 마음을 세우며 살아가는 일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쉼을 잃어버린 채 더 빨라져야 한다고 믿는 시대에 『스님의 달리기』는 다른 방향을 제안한다. 남의 기준에 맞춰 달리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속도에 맞는 방향으로 가는 삶을 말한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사를 보낸 호산 스님의 말처럼 ‘쉼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쉼을 찾는 편안한 이야기가 나왔음을’ 기쁜 마음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