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화폭 속에 숨겨진 서양 세계의 이면
죽음의 순간, 그리고 그 너머까지 그려내는 끔찍한 그림들!
계모가 양딸 장화와 홍련을 못에 빠뜨려 죽이는「장화홍련」, 악행을 저지른 벌로 소금에 절인 딸의 시체가 든 단지를 받는「콩쥐팥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의 말에, 떡을 지키겠다고 팔다리를 하나씩 잃는「햇님달님」 이야기 등, 우리 전래동화에도 잔혹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거의 매 회 살인사건을 다루는「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보는 우리는 참혹한 사건을 보면서도 ‘그것을 알고 싶어 한다’. 어쩌면 잔인함은 인간의 오래된 어두운 본성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일본의 서양미술학자 이케가미 히데히로의 근작으로, 인간이 어디까지 잔악무도해질 수 있는지, 인간 내면의 본성적 잔인함에 주목했다. 성경과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넘나드는 잔인함, 중세의 마녀사냥, 근대의 고문과 처형, 흑사병, 질병 등을 관통하는 통시적 서사로 시대와 종교를 막론하여 충격적인 ‘피의 미술사’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서양 세계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구약성서의 첫 장「창세기」에는 인류의 첫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바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다. 인간의 본성에 깊이 천착하는 화가들이 이런 소재를 놓칠 리 없다. 그리스 · 로마 신화로 시선을 옮겨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목숨을 깃털처럼 여기는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후로도 서양의 역사에서는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계속해서 그려진다. 혐오감이 뒤섞인 끔찍한 처형을 당한 순교자들, 예수의 십자가형, 적장의 목을 베는 유디트, 마녀 사냥, 광기 어린 고문, 페스트와 같은 대형 전염병으로 죽어간 사람들 등 인간은 끊임없이 죽었고, 화가들은 그것을 그렸다. 이제 이 문명세계에 사는 우리는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