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에게 영화DVD를 선물하거나 빌려주고 잘 봤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일주일 정도는 참지만 대개 내가 먼저 그 영화 봤냐 하고 묻는다. 그러면 친구는 바빠서 못 봤단다. 아니 어떻게 하루 2-3시간 좋아하는 영화를 볼 시간이 없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내 삶이 복잡해지니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2월에 집에서 영화를 보고 그동안 보지 않았는데 어제 좀 긴 영화를 택해 보았다.

   <늑대와 춤을/183분>은 캐빈 코스트너(Kevin Costner/55년생)가 주연과 감독을 맡았다. 35세의 나이에 어떻게 이런 대작의 영화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까 찾아보니 다른 이유는 모르겠고 그의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인디언(cherokee)혼혈이었다는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정도의 정보만 얻었다. 첫장면에서 케빈이 남북전쟁 중 다리 부상을 당해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상황이다. 온통 피투성인 더럽고 무서운 막사 병동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앞으로 3시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케빈이 아픈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해 꼭 보고싶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는데 케빈의 멋진 나레이션 때문에 보자로 결정하였다.

   영화를 보면서 음악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음향상을 받았다. 또 작품, 감독, 각색, 편집, 촬영 7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그리고 2007년 미국 국회도서관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또한 미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영화등록소에 보존 할 영화로 <늑대와 춤을> 선정하였다. 이 때 25편이 함께 선정되었는데 내가 본 영화는 이 것뿐이다. 세상에는 봐야 할 영화가 아주 많다. 나도 버킷무비리스트를 만들어야 되겠다.

   부가영상에서 알게 된 것들
-영화에서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촬영하기가 힘들다. 여기다 할리우드에서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동물보호협회에서 감시를 받게 되는데 <늑대와 춤을>찍을 당시에도 매일 협회에서 나와 감시했다. 영화 촬영 할 때 동물을 잘 대하고 영화를 마칠 때쯤에 동물들이 더 건강해져서 동물보호협회에서 올해의 영화상을 주었다.
-발로 차는 새, 주먹쥐고 일어서 등 인디언 이름이 다 마음에 든다. 그 중 늑대는 two socks인데 우리 말 하얀 발로 잘 옮긴 것 같다. 늑대는 장면에 따라 다르게 보였는데 진짜 야생 늑대 두 마리를 더블 캐스팅해서 찍어 그런가 보다. 그리고 늑대 다리의 색을 같게 하기 위해 촬영 전 색칠을 해 하얀 발을 만들었다. 버팔로 사냥에서 생동감 넘치는 몇몇 장면은 애완용 버팔로가 연기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매우 예뻐 사람들이 CG로 오해하는데 사우스다코다에서 실제 촬영한 것이며 일출 일몰 같은 아름다운 배경도 기다리다 찍기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비교적 쉽게 찍은 장면이다.
-영화 도입 장면에서 케빈의 아버지가 엑스트라로 나오고 크리스틴(주먹쥐고 일어서)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의 첫 부인과 세 자녀가 비중있는 엑스트라로 출현했다. 투자 받아 영화 찍으면서 할리우드니까 가능한가 보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나라 영화 제작 환경을 잘 모르지만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DVD에서 아쉬운 점은 두 장으로 만들어져 좀 귀찮다. 그리고 장면 12(늑대와 춤을이 주먹쥐고 일어서를 마을로 데려다 준 뒤 부족 회의를 하는 장면)에서 멈춘다. 메뉴로 돌아가 장면선택에서 다시 들어가 봐야한다. 그래서 감독과 제작자의 코멘트리가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데도 3900원인가 보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사랑씬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잔혹한 장면과 사랑씬의 강도와 농도를 줄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꼭 이 경우는 아니지만 감독 케빈은 영화 코멘트리 중에 감독이나 제작자가 여론에 너무 휘둘려 꼭 필요한 장면인데도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감독은 자기주장을 확실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나는 12세이상 관람가로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원하지만 감독케빈은 모든 장면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편집을 완성했을 것이다. 1시간 정도 더 있는 감독판이 따로 있던데 이걸로 다시 보고 싶다. 미국에서는 개봉당시 13세 이상 관람가였으니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14-15세로 이 DVD의 기준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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