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뉴스를 보면 치가 떨린다. 대체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단 말인가. 속이고, 죽이고, 버리고, 떨어지는 우울한 낯빛들만 가득하다. 이런 세상이라고 툭하면 고개 떨구고 비아냥거리고 만 산다면 우리에게 1년 365일이, 그리고 숨쉬는 공기가, 또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분명 이들은 살 궁리를 찾기 위해 온갖 달콤한 유혹으로 우리에게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 이외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악 하악’해보라고.

‘삶’과 함께 소통해보자 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 <하악 하악>.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만의 특유의 배려로 명쾌한 글들을 아낌없이 베풀어준다. 온통 빽빽한 글씨들로 가득하거나 현학적인 문자들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싫다면, 세월의 흔적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애들’ 전문용어들이 이해가 안 간다면, 그냥 내 맘을 잘 알아줄 것 같은 글을 찾는다면 펼쳐도 좋을 책이다. ’쩐다’, ‘즐’, ‘케안습’ 정도의 이해는 식은죽 먹기가 될 것이다. 또는 대통령이 되면 ‘탕수육’을 아버지에게 시켜주겠다고 호언 장담하는 아주 깜찍하고 귀여운 녀석의 유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놓치면서 산다면 얼마나 아까운 인생인가!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안아주는 방법은 어떨까. 이 책을 읽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훈훈하게 가슴을 스친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하악 하악’거린다고, 온통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들로 채워진 민물고기 떼의 빛나는 강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민물고기도 반격을 할 때가 있는 것이고, 강은 더럽혀지기도 하고 차오르기도 한다. 오히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거짓’에 불과할 것이다. 세상의 진실을 덮어두고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만 따진다면 ‘하악 하악’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악 하악’은 버티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끝까지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천상병 시인님이 말했던 ‘아름다운 이 세상’을 ‘소풍’으로 불렀던 것을 만끽해보고 싶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것쯤은 별 것 아니다라는 털털함을 느낄 수 있다.

외롭다고 느낀다면, 외롭지 시리즈를 읽어보자. 너무도 당당한 외로움과 피치 못 할 상황으로 인하여 맞는 외로움이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허망 된 꿈을 바라는 이들에겐 ‘개구리와의 키스’를 추천해보기도 해보자. 그렇다고 개구리가 명품가방을 사주는 왕자님으로 둔갑하진 않을 테니까. 작가의 재치 있고 맛깔 나는 글 솜씨 덕분에 키득키득 웃으며, 때로는 밑줄도 그어보며 읽은 꽤 생존력 강한 책이라 말해보고 싶다. 아자, 내 인생은 내 것이니까, 인생의 털털함을 ‘하악 하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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