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한 때 삼국지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서울대학교에서 필수교양도서에 이문열의 삼국지를 넣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입을 위하여, 혹은 교양을 위하여 삼국지를 읽기 시작하였고 그러한 열풍은 학부모들의 교육열풍에 힘입어 그 시대의 어린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역사만화로 인기를 끄는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작품, 60권 전략삼국지는 이러한 삼국지 열풍속에서 어린이 신문과 청소년잡지를 중심으로 광고를 시작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국지에서 그닥 중요한 장면은 절대 아닌 올돌골이 원숭이 머리 요리를 먹는 장면이나, 축융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 등을 광고에 내새웠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확실하게 성공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의 삼국지에 관한 기억은, 그러한 광고를 보고 60권 세트를 손에 넣은 아이들의 자랑을 많이 부러워했던 그런 기억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이 삼국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삼국지는 참 단순하다. 별다른 해석도 없이 삼국지연의에 충실하고 그림도 역동적인 인체묘사나 화려한 그림과는 거리가 멀게 아주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다. 어린날 읽은 이후 대학생이 되어 한번 더 읽어보았으나 그 때 읽었어도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뭐 그냥 그렇네...'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항상 읽은 후에 삼국지의 어떤 내용과 장면에 대해 떠올릴 때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신기하게도 전략삼국지의 장면이다.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독자로서 별다른 부담감이나 거부감 없이 물흐르듯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이야기전개와, 아무 표정없고 역동적이지도 않은,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이지만 그만큼 쉽게 다가오는 그림도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난한 책이라는 평가. 그 평가가 최고임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연의에 충실하게 펴내는 이야기이지만, 유촉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까, 부분부분 빠진 조위의 전투들은 아쉬울뿐인데, 관도대전을 다루지 않은 것은 조금 심한게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에 보면 모든 등장인물의 얼굴이 비슷한 요코야마미쓰테루의 그림이 희화화 되거나, 전략삼국지의 장면들이 패러디 되는 것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접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접해보는게, 어릴 때 읽었던 독자는 다시 한 번 읽어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삼국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