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 불안했던 게지. 은퇴라는 말도, 은퇴 후의 상황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잔뜩 도사리고 있는 시대에 아프지도 않고 돈에 찌들리지도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 있기는 한가 그런 기대감이 남아 들여다 본 책. 결론-그런 건 없다. 그런 공짜 같은 생은 없는 거다. 물론 조상 잘 만나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런 서민의 고민 따위 안 하고 살다 죽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들은 그들, 우리는 우리, 또 나는 나. 개별적 존재로서의 우리는 각자의 삶을 매순간 치열하고 성실하게 꾸려 나가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지극히 한가롭고 태평스러워 보이더라도.

청년만 내일을 대비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세상은 아주 급격하게 많이 바뀌고 있고,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에 내 미래를 맞추려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쯤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쉽게 말은 하지만, 그것도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닌 세상, 어쨌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건강해야 하고, 할 일 하고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이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우리 생에 이제 편한 날은 없나 보다, 죽을 때까지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고 말들을 하는 걸 보면.

책은, e북으로 봤으니 그런 대로 괜찮았다고 적는다. 종이책으로 남았으면 약간 성가셨을 듯. 은퇴 후에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하는 작가의 성의가 보인다. 고마운 일이다. 그저 바라보기에도 좋아 보이고,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그것도 좋고.

내가 은퇴를 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 작가는 5년, 10년 전부터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한다는데, 내가 준비하는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마음가짐 정도? 난 좀 단순하게 살고 싶어진다. 적게 움직이고, 되도록 갖지 말고. 적막하게 그러면서 선명하게. 걷고 뛰고 요가는 계속 할 것. 그러고 나면 뭐하나? 나도 나의 내일이 서서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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