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선재

불광출판사/ 2017.1.2.

sanbaram

요즘 AI로 인해 장바구니물가가 들썩이고, 급기야는 미국에서 달걀을 사들이는 형편이 되었다. 왜 야생조류는 잘 견디는데 우리가 기르는 닭과 오리는 떼죽음을 하는가? 그리고 그런 것을 먹거리로 사용하는 우리는 과연 건강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야생조류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군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AI에 취약한 개체만 죽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위가 빨리 자라고 살찌도록 개량된 닭과 오리는 떼죽음을 당한다. 그뿐 아니라 그 닭과 오리는 비좁은 환경에서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만 먹고 자란다. 그 여파로 어린이 및 청년들의 성인병 발병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이 먹거리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식생활의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르거나, 실천하는데 어려움 때문에 각종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점점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소박한 음식으로 수행에 정진하는 사찰음식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의 내용은 ‘1장 산다는 것과 먹는 다는 것, 2장 사찰음식, 삶을 깨우고 돌보다, 3장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로 되어 있다. 서문에서 “나의 삶과 사찰음식을 전하면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 불교에서 전하는 음식에 대한 지혜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대홍수라 할 만한 요즘 세상에서 사찰을 넘어 한국인이라면 꼭 먹어야 할 우리 먹을거리를 정리해보았습니다.(p.7)”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3장에서는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하는 사계절 사찰음식을 영양학적인 면에서 소개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다. 저자는 사찰음식의 명장으로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에서 출가하여 사찰음식을 알리고 만들어오고 있다. 불교경전을 바탕으로 사찰음식의 철학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다듬었다. 사찰음식 대중화를 위해 국내외 강연과 어린이 음식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이 있다.

요즘 자극적인 인공조미료가 많이 든 기름진 인스턴트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얼어버린 무도 귀하게 여기고 먹을 궁리를 내신 노스님의 정성과 어머니의 마음, 그 두 마음을 사찰음식에 담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허약한 몸으로 무리를 하여 간경화로 쓰러져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고 실천한 사찰의 식생활을 소개한다. “아침은 가볍고 맑게, 점심은 든든하게 먹되 나물을 들기름에 찍어 먹기도 했습니다. 저녁은 아침보다는 많게 점심보다는 적게 먹었고 밤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간장과 된장 등의 장류와 김치를 먹었고 제철에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습니다. 충분히 쉬었고 명상과 염불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은 사탕 한 알도 먹지 않았습니다. 자연식이 아닌 것은 철저히 가렸습니다.(p.31)”이렇게 하여 건강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런 생활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요즘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리는, 만들고 먹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가장 빛나는 ‘이야기’이다. “음식이 단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는 것. 하나의 음식이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우주의 모든 생명이 작동한 결과라는 것. 그리하여 음식 자체가 하나의 생명임을 깨닫고, 이를 통해 깨끗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데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p.65)”라고 말한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먹는 사람의 감사한 마음이 맛을 넘어 사랑으로 이어져 어우러질 때 한 그릇의 음식은 완성된다. 요즘 사람들이 ‘집 밥’을 찾는 것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에 대한 그리움’때문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업(業)은 습관이다. 전생에 지은 죄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생각과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입맛도 습관이다. 쌓이고 쌓여 내 몸과 정신을 만들어간다. “맛은 재료의 신선도와 계절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의 미각과 요리를 먹는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p.100)”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삶은 아름다운 과거도, 희망찬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이다. 그러니까 오늘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 불행과 행복은 따로 있지 않다. 불행은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 데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보고 느끼고 듣고 맛봐야 할 것들을 충분히 누리는 데 행복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찰음식이 추구하는 최고의 맛은 조화로움에서 비롯한다. 혀로 느끼는 맛이 아니라 재료와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다. 각 재료의 특성은 다른 재료와 서로 조화를 이루고 보완해준다. 맛으로 따지면 육미가 고르게 갖춰진 맛이다.(p.206)” 사찰에서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겨 뿌리부터 열매까지 버리는 것이 없다. 고수는 스님들이 즐겨 먹는 채소인데 새싹이 돋아나면서부터 마지막 대궁까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빈대도 남기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은, “절의 채공이 고수를 잘라 무쳐도 먹고, 김치도 해먹고 하다가 나중에는 빈 대궁이 쭉 올라온 고수를 잘라 전을 부쳐내 놓았는데, 그걸 본 스님이 ‘이제 고수 맛을 알아 빈 대(속이 빈 대궁)까지 먹는구나.’라고 했는데, 이를 곁에서 들은 속인이 ‘아, 스님이 고기 맛을 알면 빈대까지 먹는구나.’(p.248)”라고 옮긴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속담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 놓는다.

“경전에는 아침점심저녁에 먹어야 할 음식이 다르고, 계절과 절기마다 먹어야할 음식이 따로 있으며, 몸의 상태에 따라 음식을 조절하라고 쓰여 있다. 또 아침은 몸이 깨어나는 시간이니 죽과 같은 맑은 음식을 먹고, 점심은 활동량에 따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충분히 먹고, 저녁은 위에 부담이 덜 가도록 가볍게 먹어야 한다고 쓰여 있다.(p.124)” 불가에서 수행식은 삼소의 마음가짐으로 먹으라고 한다. ‘3 소식’은 즐겁게 먹는 소식(笑食), 채소를 주로 먹는 소식(蔬食), 적게 먹는 소식(小食)이다. 마음만 먹으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찰음식은 아주 멀리 있지 않다. 한 그릇의 밥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의 수많은 자연과 사람과 손길을 생각하며 소중히 대하는 그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 말한다. 음식을 내 몸을 위해 먹는 약이라 생각하면서 만드는 사람은 정성을 다해 만들고, 먹는 사람은 감사의 마음으로 먹을 때 진정 건강한 밥상이 되고 건강한 몸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모두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한 식생활로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많은 독자에게 전해 졌으면 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불광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