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의 글솜씨에 따라 더 파고들게 된 정이현의 글은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단편소설이었다.

글솜씨는 역시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나 힘이 세다.

일단 책을 잡으면 쉽게 딸려 들어갈 만큼의 흡인력이 있으니...

이 책은,

글의 대부분이 여성을 중심에 두고,

여성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그녀의 글솜씨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녀가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는 이 시대의 여성상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제목과는 달리 그녀의 소설 속 여자들에게는 낭만적 사랑이란 없다.

낭만이라 함은 감성의 떨림이라든가 이성의 떨림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그녀의 소설 속 여자들은 오로지 몸만 있는 여자들 같다.

몸을 통해 자신의 삶을 구원받고자 하는 여자들로만 보인다.

소설 속 여자들의 뇌구조에는 몸, 성, 돈, 부유하게 사는 삶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여성들의 삶을,

그저 암컷으로서의 삶만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놓은 것이 좀 씁쓸했다.

그녀가 세상에 내놓는 글이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그 또래 여자들의 삶 중 과연 몇 퍼센트의 넌픽션을 토대로 글을 쓴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우뚝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당차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고 여리면서도 세상을 넉넉히 품을 줄 아는

인간으로서의 여성이야기를

그녀의 글솜씨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재주에 비해 글감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빈약하고 치졸하다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