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02

엄마를 찾아 주세요 / 한별이를 찾아 주세요

호박별 글 / 임소연 그림

현재 42개월인 내 아이는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외출만 하면 어른 손은 안 잡고 천방지축 뛰어다니길 좋아하는터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이 외출할 때마다 내 머리에 주름살이 하나 더 늘 각오로 집을 나서야 했었다.

38개월 때부터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옹기박물관에 견학을 다녀오시더니만 혀를 내두르시면서 "단체생활에 익숙해질 때까지 이런 견학은 안 보내시는게 좋겠어요."라는 폭탄발언을 하셔서 한동안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까지 했을 정도다.

사실 친척이나 지인들도 내 아이가 유달리 활동적이라서 어떻게 단 둘이 외출을 하느냐고 많이 걱정해주실 정도였지만, 또래의 유아들을 많이 다뤄본 어린이집 선생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 다니면 조금은 바뀔 줄 알았는데 전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엄마와 외출할 때마다 손을 안 잡고 '나 잡아봐라~'하는 포즈로 도망치던 아들이, <엄마를 찾아주세요 / 한별이를 찾아주세요>를 읽어주고 난 후 정말 많이 바뀌었다.

엄마와 외출할 때마다 손을 꼬옥 잡고, 간혹 손을 안 잡겠다고 우기다가도 "어머, 한별이가 어떻게 하다가 엄마를 잃어 버렸더라? 너도 한별이처럼 엄마 잃어버리면 좋겠어?" 하면서 책 제목만 입에 올려도 바로 손을 붙잡곤한다.

이 책은 앞뒤로 읽는 그림책으로 한방향은 한별이의 시선에서, 다른 방향은 엄마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맨 위 표지 그림처럼 엄마와 한별이가 시장에 갔다가 서로를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단 3분이었지만 여의도공원에 숲체험을 하러 갔다가 실제 이런 적이 있었던지라 더욱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이다.

<엄마를 찾아 주세요 / 한별이를 찾아 주세요>는 쌍둥이처럼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 다른 그림으로 시작하면서 한별이와 엄마의 시선에 따라 그림의 강약을 조절한게 특징이다.

(위)사진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빠가 좋아하는 고등어를 고르는터라 생선가게에 포커스가 맞춰줬지만, (아래) 사진은 한별이의 입장에서 귀여운 강아지가 지나가자 강아지를 쳐다보느라 다른 인물들은 뒷배경으로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다.

여느 아이들처럼 호기심이 왕성한 한별이의 눈에도 시장은 온통 관심거리 투성이인 흥미로운 장소이다. 하지만 강아지를 쫓아가다 엄마로부터 떨어진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 시장은 너무 무섭고 낯선 곳으로 변한다.

처음 엄마인 줄 알고 쫓아갔던 사람이 엄마가 아닌 것을 알았을 때 한별이의 눈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엄마를 찾아 헤매는 동안, 한별이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기도 하고, 결국 울먹울먹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울음을 터뜨리는 한별이의 모습 옆에, 한별이를 찾아서 또 다른 곳에서 헤매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표현된다. 그리고 이 장면은 거꾸로 엄마가 한별이를 찾아 우는 모습 옆에, 같은 모습의 한별이를 표현함으로써 엄마와 아이 모두 같은 심정으로 찾아 다니고 있다는 것을 인상적으로 나타낸다.

42개월 아들도 늘 이 장면을 읽어주면 "한별아, 울지마! 엄마가 곧 찾으러 올거야!" 하면서 주인공 한별이에게 자신을 이입시켜서 가끔은 눈이 빨개지도록 울기도 하고 "한별이는 엄마 손 안잡고 다녀서 우는거지! 나는 엄마 손 잘 잡고 다니니깐 엄마도 내 손 놓으면 안돼!"하면서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닐거라고 알아서 새끼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을 한다.

반대로 한별이를 찾아 헤매는 엄마의 모습은 어떠한가?

엄마 역시 처음 한별이를 잃어 버린 것을 직시했을 때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다른 아이를 한별이로 오인했을 때부터 조금씩 일그러지더니만, 곧 한별이를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울음을 터트리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찾아 헤매다가 갑자기 한별이와 엄마의 눈이 커다래지면서 한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이때도 처음 시작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그려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별이가 서 있는 곳의 뒷배경은 한별이 또래의 유아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서 어른들의 다리 부분과 또래 친구의 뒷모습을 통해 자주 오는 시장임에도 굉장히 낯설고 두려운 공간임을 표현한다.

그리고 엄마의 뒷배경은 아이를 안거나, 업고, 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포커스로 보여줌으로써 엄마와 외출할 때 바람직한(?) 모습을 슬쩍 내비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p.172 좋은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섬에 표류해 몇 년을 살았는데도 소년들의 옷이 전혀 낡지 않은 [십오소년 표류기], '폭우로 공주의 옷이 흠뻑 젖었다.'는 글과 달리, 여전히 보송보송한 공주의 옷...... 일일히 열거하기도 벅차다.

(중략) 그림책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혹자는 '얘들이 무얼 그리 잘 안다고?','동화는 어짜피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니까.'하고 말한다. 이런 변명은 결코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다. (중략)

상식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상식 수준 이하인 몰상식은 구별해야 한다. 비논리적인 상상은 공상이 아니라 망상이다. 이는 실수라기보다는 무성의요, 아이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중략)

내가 <엄마를 찾아 주세요 / 한별이를 찾아 주세요>가 특히 마음에 드는건 바로 이 구절처럼

엄마 또는 아이를 잠시라도 잃어버려본 사람의 심정을 작은 눈빛부터 시작해서 뒷 배경까지 꼼꼼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가 엄마를 찾기 위해서 넘어져서 빨개진 무릎하며, 눈물을 훔치느라 지저분해진 얼굴은 눈물 자국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또 엄마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이를 찾아 헤매느라 너무 뛰어 다녀서 머리는 산발이고 눈가는 촉촉하니 젖어있다. 게다가 그저 예쁘고 늘씬하게만 그려내는 다른 그림책 속 엄마와 달리 오동통한 몸매에 질끈 묶은 머리카락이 바로 내 이야기요, 내 이웃의 다른 엄마들의 모습이다.

앞뒤로 읽는 그림책이라서 한별이를 찾아 주세요부터 읽던지, 엄마를 찾아 주세요부터 읽던지 간에 책의 중간부분에서 한별이와 엄마가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굳이 '엄마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 또는 '외출할 때 보호자(부모님이든, 어린이집 선생님이든) 주변에서 꼭 붙어 다니세요.'같은 교훈을 일일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아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그런 교훈을 깨치게 된다.

또 이 책을 읽어주는 엄마 역시 아이와 익숙한 공간에 가더라도 항상 아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아이처럼 외출할 때마다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서 보호자의 손을 안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아이에게 외출할 때마다 주입식으로 계속 읽어주면 좋다.

대개 3-4세 유아의 경우에는 너무 어려서 잘 몰라서 손을 안 잡고 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좀 더 큰 연령의 아이라면 (특히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아이와 서로의 파트를 나눠서 읽어보면 더 효과가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