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주인공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우연한 꿈같은 환상여행으로
역사속의 위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이야기였는데,내용이 세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꽤 가슴뭉클하고 위인들이 주는 메세지가 참 좋았던..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역사속의 인물을 만난다는 설정이 재미있어서 만일 내가 폰더씨처럼
과거의 누군가를 만날수 있다면,내가 선택할수 있다면 누구를 만날까?..생각도 해보고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가
그의 고향, 소여턴 스프링스라는 작은 마을에 대한 추억과
그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처음 책의 소개글만 보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 의사가 보낸 집들이의 초대장이 신문에 실리고,
크리스마스 행진 도중에 경품 탁구공 500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조금은 황당하고 재미있는 곳-
그런 마을이 존재할거라고 생각도 못했거니와 '마법이 깃든 마을'이라는 표현을 보고
상상속의 마을에 대한 소설 비스무리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구가 아닌 진짜로 존재하는 마을,진짜로 있었던 이야기였다.

모두 30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애초에 상상속의 마을이라 생각해서인지 머릿글에 분명히 작가 자신의 고향마을에 대한
실제 이야기라고 언급했음을 보고도 처음엔 에피소드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었다.
어떻게 보면 삶 속의 참 사소한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작은 마을 안의 따뜻한 정취가 느껴져 마음이 편안하고 유쾌해진다.
L을 R로 발음하는 야구부 코치,시장 중앙통로의 절대 쓰러지지 않는 우유병 게임,
오리사냥을 위한 숲속 통나무집에서 13년간 아침마다 야생 조류 감시인 친구 제리에게
아침밥 먹으러 오라고 소리친 이야기들...
새벽2시에 붉은색 비단 사각 팬티만 입고 마을 한가운데서 국기를 들고 있어야 했던
빌리 패트의 사연은 웃음이 절로 난다.
특히 목사이신 아버지의 유머스러움은 지금의 저자가 있을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우리네 어린 시절들도 추억해보면 이런 정겨운 모습들이 있어
더욱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면 이에 버금가는 에피소드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판 소여턴 스프링스 이야기를 엮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ㅎㅎ
세월이 빠르고 또 빨라 무궁무진한 발전으로
지금은 우리네 시골에 과거의 정취가 거의 사라진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의 독자 가이드는 청소년들의 그룹 토의를 유도하기 위한 컨셉인것 같은데,
부러 교훈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 오히려 책의 내용을 인위적으로 보이게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읽은 이야기를 한번쯤 되짚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