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면 좋은 날 온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좋은 날이 오지 않을때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자책을 하게 한다. 그러나 정말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날이 오지 않는 것일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잡으면 올 좋은날이란 결국 내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더 동동거리고 더 조급해져야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일 뿐이다. 왜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하느라고 열심히 하는데 왜 늘 이모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비단 나만 이렇게 조급하고, 동동거리며 살아가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건 내가 열심히 안했다기 보다는 뭔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청춘은 아니다. 이미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동동거릴 시간을 다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지금도 열심히 하면 더 좋은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고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청춘들은 나름대로의 인생을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주류에서 약간 벗어나고, 교과서 적인 행복에서 많이 벗어난 이들이 꾸리는 열심은 행복과 직결되어 보인다. 탄탄대로인 공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한다는 루시드 폴은 말한다. "이제까지 살면서 놀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열심히 해야한다. 바쁘게 살아야 된다는 교육은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잘 놀아야 하는지를 아무도 얘기해 준 적이 없어."

영혼이 없는 휴머노이드 생산에만 열을 올리는 현재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돈'에 의한 '돈'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 사고할 줄 알고, 고민할 줄 아는 영혼 교육은 자본이 원하는 인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 아래서 모든 것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다. 우리의 노력, 우리의 시간, 우리의 존엄함까지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일만 하는 휴머노이드로서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휴머노이드가 되는 교육을 각지에서 다각도로 받고 있는 우리의 청춘들 중에서는 나름으로 영혼을 위한 수양을 쌓는 법을 알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은 경쟁보다는 공생, 조급함보다는 여유를 찾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만나는 청춘들의 이야기들은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국제연대운동단체 '경계를 넘어'의 활동가 한수진은 국제구호활동에서도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본질인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힘있는 자의 필터링을 통해 보는 세상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한수진의 균형감각이 몹시 부러웠다.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갖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고대녀 김지윤. 한승수 전 총리를 꼼짝못하게 했던 논리정연한 언변을 TV에서 보았던 나는 그녀의 당참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으나, 이 책에서 만난 그녀는 학교에서 강제 출교될 때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녀는 독종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보고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 말하고 싶은 올곧고 연약한 청춘이었을 뿐이다.

타인의 욕망대로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으로살아지는 삶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살아내는 삶을 선택한 이 책에 등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나 혼자만 알고 새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청춘이든 아니든 한번쯤 읽어보라고 마구 추천하고 싶어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두번 살짝 울었다. 고대녀가 출교될 때 울었다는 대목과 집회 전문 공연단 '걸판'의 공연을 보고, 대기실로 와 커피 사 먹으라며 만원을 건내고 뛰어나간 아주머니 노동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였다. 눈물의 이유는 그들의 고독과 아픔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열두살 초딩 아들이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정해진 길로 정해진 행복을 쫓아 달리다 지치길 진정 원하지 않는다. 엄마의 욕망대로도 말고, 세상의 욕망대로도 말고, 오직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꿈대로 행복한 딴짓하는 성인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성인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꿈은 이루어진다며 저자 임승수는 이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탠다면, 책장을 넘기는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