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란 이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야.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善)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 (12) 구키 후미히로는 11살 나이에 부친에게 너는 '사'를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것은 관습으로 대를 이어 내려왔으며, 부친은 후미히로가 열 네살이 되었을 때 지옥을 보여준단다. 아이란 부모의 사랑을 받아먹으면 자라는 존재, 그런데 '악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아이를 가진다?

소녀의 이름은 가오리로 구키가에 양녀로 들어오면 '구키 가오리'가 되었다. 아들에게 악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악'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후미히로는 가오리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가오리의 존재만이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되버린 것, 글은 후미히로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쓰여져 있다. 20대 중후반의 후미히로가 성형수술을 통해 30대의 신타니 고이치로 신분을 탈바꿈했고, 자신은 어둠에 숨어있는 상태로 여전히 '구키 가오리'를 지켜주려 한다.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인간이 저지른 행위는 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 14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소년원에 들어가고 성년이 되면 삭제를 해주는데 그것을 악용하는 청소년 범죄 사례들이 많다. 가해자는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보호하고 피해자는 언론에 드러나 세상의 비난을 받는것이 현재 일본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이다. 군수재벌가 구키 그룹의 막내 아들 구키 후미히로도 그것을 악용해 부친을 살해할 궁리를 하고 있다. 가장 소중해야 할 부모 자식관계가 증오하고 살해하는 사이가 된다면? '사'의 갈래라는 새로운 남자의 등장, 그가 신타니 고이치에게 전화를 해오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아직 어렸을 때, 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219) 한 사람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 피를 나누어준 부친을 살해하면서까지 지키려는 여자를 누군가가 다시 노리고 있다면 그것이 그의 배다른 형제라면? 그녀를 위해 자신을 죽이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 오직 가오리의 존재만이 살아가는 희망이요 이유였다. 27살 나이에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하지만 그가 선택한 사람인 '신타니 고이치' 또한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를 찾아온 아이다 형사는 아직도 그가 용의자임을 말하는데, 잘못 지어진 매듭을 끊지않고 잘 풀어가야만 하는 것도 그의 일과 중 하나다.

구키 재벌가의 막내 아들 구키 후미히로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아버지 구키 쇼조도 전대의 당주인 구키 요스케가 예순 살 때 이 세계에 '사'를 낳겠다는 의지에 따라 태어났다는 사실, 그렇게 태어난 쌍둥이 형제는 부친의 여흥의 연장으로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고 미쳐버렸단다. 작은 악(?)을 물리치고 잠시 편안해 지는가 싶었지만 그이 앞에 더욱 거대한 악이 나타났고, 그는 사랑하는 여자 가오리를 지키기 위해 악과 싸워야만 했다. 그가 구키 가오리에게 접근하면 그녀는 불행해진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고 구키 가오리를 보호해야만 한다.

자신의 정체를 둘째 형 구키 미키히코에게 들통난 구키 후미히로,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지않는 그가 길거리 여자에게 묘하게 인심이 후하다. 그녀를 가오리 대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프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갈수록 가오리를 중심으로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져가고 있다. 정체불명의 테러집단, 그가 교통사고 사건의 범인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주인공을 뒤쫓는 형사, 그들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등 여러가지 악행을 저지른다. 구키가의 '사'의 한 갈래인 후미히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지킬수 있게 될까? 끝까지 그가 악에 물들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네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죽었어. 가족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는 야에다 마사오, 이소이 다카유키, 스즈키 미키오……."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