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요즘, 이 책은 나를 위한 건지 초등학생을 위한 건지. 다시 재집필하시면서까지 재출간된 책이라 관심이 많이 갔다. 고전이 주 도서책이라는 것도, 아이의 독서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도 모두 내 육아관과 부합했기에 나에게 필독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읽으면서 마구 마구 상상되는 상황이나 모습에 행복해졌다. 꼭 내가 원했던 우리 아이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야 할 내용들도 많았고,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고전 책들과 친숙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내용들도 많아 ‘그래, 이거야!’를 연발하며 단숨에 읽었다.

친절한 이 책은 일단 ‘고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면 당연히 그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든, 그 당사자부터 고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생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일고십 모임(개인 고전 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을 통해 고전을 읽으며 고전이 무엇일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은 느낌이다. 일단 저자는 고전을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수준이 있는 책으로 정의한다. (p.31) 그래서 ‘great book’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도 한다. 특히 인문학이 열풍인, 오히려 점차 시들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 더더욱 제대로 된 인문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을 제공한다. (p.36) 그래서 고전을 잘 들여다보면 과거로부터 얻어지는 삶의 지혜가 생기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p.39) 이 정도 정의와 이 정도 이유라면 나에게는 충분한 듯 하다. 아무 책이나 많이 읽는 것은 안 읽는 것보다 훨씬 해롭다(p.49)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한다.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그 책이 주고 있는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인지, 내 마음의 위안을 찾기 위해서인지, 혹은 더 깊은 나를 찾고 발전시키기 위해서인지. 그 목적에 맞게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의 욕구, 자아 발견 및 자아 성찰의 목적이 큰 나에게는 고전을 읽는 것이 필수인 것이다. 이처럼 읽으면서 아이의 독서 지도에 관한 생각보다 오히려 내 독서에 관해서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 이 책에게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이었다.

-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마크 트웨인 (p.58)

저자는 고전이 일반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내용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 고전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려주고, 철학 고전은 인간의 생각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역사 고전은 삶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이 본질을 다루기 때문이고, 본질이야말로 모든 이야기의 근본이 되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까지 강조한다. (p.65) 두근 두근 했다. 고전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어쩌면 이런 좋은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뻤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가 있고, 내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지속적으로 이렇게 고전의 장점만 논설하진 않는다. 8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기재하고 있다. 어른들이라면 스스로 고전을 찾아 읽는 능동적인 독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능동적인 독서를 위해 끊임없이 주변 환경(혹은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를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독서 중간에 어떤 전략으로 제대로 읽게 할 것인지, 어떤 독후 활동을 통해 더 깊은 이해로 이끌 것인지,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깨알 같은 책이다.

그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3가지 사항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이야기이다. 책 육아 혹은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많은 집에서 거실을 서재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나 또한 가능하면 서재 공간을 따로 만들 생각이다. 이 때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하고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붙여 놓기, 도서관처럼 책을 분류하기, 아이를 사서로 임명하기(p.168) 방식으로 실천할 내용들이었다. 특히 아이를 사서로 임명하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도 자신이 책임 지는 공간이 생겨서 책임감도 생기고 더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고, 나 또한 집 안에서 대출과 반납이라는 시스템이 재미있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차례 읽기이다. 개인적인 문제점 아닌 문제점은 차례를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공부 방식의 책을 읽으면서 차례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보긴 했지만, 여전히 귀찮은 마음이 더 컸다. 굳이 내용을 읽어서 알게 될 것을 차례를 따로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책을 읽기 전, 중, 후에 차례를 활용하여 제대로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실천해 봐야 하는 방법이었다.

마지막은 독서록에 관한 방식이다. 독서노트를 쓰고 있기는 한데, 뭔가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좋은 방식이 없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 독서록 : 자신이 파악한 책의 내용과 작가의 생각을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정리한 것, 글의 주제에 대한 생각과 견해를 밝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 자신의 느낌, 생각, 주장, 의문점 등을 글로 표현, 읽기 전에는 동기나 독서전략, 예상 내용을 기재, 읽은 후에는 핵심 내용, 느낀 점, 배운 점 기록. (p.250-251 정리)

좀 더 내가 생각하는 노트로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좀 더 정리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을 늘리는 것이 좀 더 제대로 된 독서가 될 것 같다.

이 뿐만 아니라 필독 도서부터 시작해서 음독이나, 독후 활동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부모님이라면 마음을 내려놓고 양서 한 권을 제대로 읽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양보다는 질이다. 몇몇 아이 독서와 관련된 카페에 보면 몇 권 읽히기, 혹은 100권 마무리 등과 같이 시간 대비 많은 책을 읽는 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작정 많이 읽힐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어도 진정 아이 자신의 책을 읽게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글담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