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푸코 '실존의 미학'을 다루는 논문을 쓰면 어떨지 가능성을 탐색하며 막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차에 납득과 공감 가는 좋은 신간이 나와서 얼른 구입해 읽었다. 네*버 지식인 보면서 항상 생각하지만, 역시 내가 궁금해하는 문제는 이미 다른 사람이 궁금해했기 마련인듯. 내가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야에 대해 이미 누군가 잘 정리해두었다. 현문서가에서 알*딘을 끼고 출간 기념 역자와의 만남 이벤트를 걸었기에 신청, 선정되어 다녀왔다.

김상운 선생님 강의를 몇 년 전 중앙대 자유인문캠프 푸코 강의에서 들었다. 푸코 논의를 꾸준히 공부하시고 좀 더 적절한 언어로 번역하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라고 보았다. 이 역자와의 만남에는 나처럼 인터넷 서점 이벤트 끼고 신청한 사람들과 도서관 행사 끼고 오신 동네 주민들이 섞여 있는 듯했다. 태풍 전야라 궂은 날 일부러 발걸음한 사람들이었다. 당일 나는 서울에 볼 일이 여러 개라 서울을 한 바퀴 돌고 피로한 몸을 이끌고 미리 도착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책 내용 전체를 요약, 설명해주시리라 기대한 게 나뿐인가 싶은데, 역자께서 매우 학구적인 자세로 일본인 저자의 주장에 대해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말씀만 하셔서 이날은 좀 의아했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고, 학위논문 수준에서 기존 논의를 잘 정리하면서 자신의 '+a' 지점인 들뢰즈와 푸코 비교를 통한 '바깥의 미학' 논의 이끌어내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읽고 있던 차였다. 푸코와 랑시에르 논의 사이에 연관성은 없는지에 대해 나도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더욱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책 잘 만드는 현문서가에서 이런 이벤트를 열 때는 안 그래도 잘 팔리기 어려운 학술서적에 독자가 마음을 열고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책을 많이 팔기 위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을 텐데, 담당자님 뵙기 좀 짠했던 저녁이었다. 이제 공부 시작하는 초심자라 깊은 내용을 왈가왈부하기 조심스럽지만 역자께서 의문을 제기하셨던 부분에 대해 나는 책을 읽으며 힌트를 얻곤 했던 듯하다. 역자 스스로 '미학'에 관심이 적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내가 위와 같이 의아해하는 자체가 부당한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허경 선생님 글을 납득하며 읽었기에, 당일 언급하실 때 '?'... 했다).

후기 푸코가 '윤리학으로 전회'한 태도에 대해 당대 사람들이 비판을 했다고 하는데, 푸코는 스스로 자신의 초기 인식론과 중기 권력론은 사실 항상 주체화를 이야기하려는 맥락 하에 있었다고 밝혔다. 권력론을 다룸으로써 근대 '개인'의 발견 이후 그들을 주체화하거나 예속화하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이 책 저자는 푸코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권력이 '규율' 면에서는 개인 기계적 신체에 관해 '해부-정치'(힘 분산 시키거나 효율화하는 관리)하는 한편, '조절' 면에서는 생물학적 인구에 대해 '생명-정치'를 수행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므로 규율 권력과 생명 권력 논의는 일관된 맥락 하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푸코는 만년의 어떤 논문에서 그때까지 자신의 연구 목적이 권력 현상들의 분석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문화에서 인간 존재가 주체화할 때의 상이한 양태들의 역사를 산출하는 것”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는 “제 연구의 전체 테마는 권력이 아니라 주체입니다”라고도 말했다. 물론 이런 발언은 권력이라는 테마가 푸코에게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권력과 주체의 깊은 연결에 주의하라고 촉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푸코는 동시기에 한 어떤 강연에서, “이제부터 제가 하는 작업은... ‘개체화하는 권력’이라는 문제와 관련된 정체성의 문제일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만년의 푸코는 주체의 대상화라는 관점에서 권력에 접근함으로써, 법과 제도 같은 모델에 기반하지 않고 권력을 생각하려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97-98쪽.

최근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 http://blog.yes24.com/document/10404936과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 http://blog.yes24.com/document/10605233 을 읽어 나가면서 중세 기독교 문화가 근대 국가 권력이 행사한 기술을 만드는데 미친 영향에 대해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겼다. 개인의 내밀한 영혼까지 관리하고자 하는 사목권력, 고행하는 수도자를 좁은 독방에서 생활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수도원 공간 등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사목권력이 합리적 통치이성을 표방하는 국가권력이 개인에 대한 생명정치를 하도록 영향을 끼친 면이 있는 듯하다. 푸코는 역사적으로 사목권력 같은 세밀한 인도에는 항상 '대항인도'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근대 이후 개인 신체, 생물학적 인구에 대한 관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정치에 대한 저항 가능성을 예술, 미학에서 찾고자 하는 듯하다.

“... 이것은 또한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극진한 배려가 불가피하게 주체의 예속화에 이르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서 봤듯이, 사목권력의 본질은 어떤 집단의 개인들의 생명을 평생 동안 배려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것은 개인들로 향하면서, 그들을 지속적·항상적인 방식으로 구제로 인도하는 권력 기술들이었다. 여기서 사목권력과 근대적 국가권력을 비교하면, 양자에서의 권력의 형태나 목적의 동형성이 부각될 것이다. 양자는 둘 다, 생물로서의 인간 생명이나 활동을 배려하는 동시에, 그 관리와 최종적인 예속화를 꾀하는 권력이었다. 이로부터는 서양에서의 정치적 합리성이 우선 사목권력이라는 이념에, 이어서 국가이성이라는 이념에 뿌리를 내리게 됐던 경위를 엿볼 수 있다.” 109쪽.

“사목권력에서 국가로 이행하는 가운데 일어난 것은 특정한 종교적 가치관과 결부됐던 권력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다양한 국면에서 인간의 생명에, 행동에 개입하게 된다는 사태이다. 그리고 이로부터는 가족, 의료, 정신의학, 교육, 고용 등의 형태로 다양한 권력이 전개될 것이다. 이런 권력들은 뭔가의 제도로서보다는 일상적인 삶에 직접 행사되고 개체화하는 기술(가령 내치 같은)로서 나타난다. 거기서 일어나는 것은 권력이 개인들의 신체, 몸짓, 태도, 일상 행동에 침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권력의 ‘육체화’incorporation이다. 거기서 권력은 주체에 의한 재현이라는 중계를 거치지 않고, 신체의 두께 자체 속으로 물질적으로 침투하게 된다. 의식으로의 내면화를 거치지 않고 신체로 침투하는 권력, 그것을 가리켜 푸코는 ‘생명권력’bio-pouvoir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109-110쪽.

“푸코가 1960년대에 저술한 수많은 예술론은 동시대의 그의 사고에서 분리된 단순한 ‘비평’이 아니라 그것과 비밀스럽게 연결된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 시대의 푸코는 이들 예술 속에 하나의 변혁의 힘을 인정했다. 즉, 그것은 사회의 바깥에서부터 우리의 진리를 밝혀냄으로써, 혹은 사회에 대한 ‘위반’을 행함으로써 거기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파악됐던 것이다.” 87쪽.

지난 학기에 '미학교육연구' 강의를 듣고 기말 과제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초기 푸코가 반짝 수행했던 미학 논의들을 찾아 읽고 소논문들 정리 작업을 했다. 이 책에서도 초기 푸코 예술론을 좀 다루고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후기 푸코 예술론들을 모아두고 있다. 그림에 대한 초기 예술론은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고 문학론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했다. 저자의 학위논문을 기반으로 쓴 책이라 그런지 푸코 예술론과 전반적인 논의를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예술론이 어떻게 실존의 미학으로 연결되는지 (후기 강의록이 번역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논의되지 않고 있는 후기 푸코 이론을 맥락을 잘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특히 현대 예술 분야에서 경험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저항 가능성의 이론적 근거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실존의 미학과 생명정치는 아래와 같이 연결됨으로써 주체화 메커니즘을 설명할 근거가 되었다.

“그는 말년에 “자기의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한다”는 이념에서 출발해 ‘실존의 미학’esthetique de l'existence이라는 매우 중요한 개념을 제출하기도 했다. ‘실존의 미학’이 의미하는 것은 우선 자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삶의 방식이며, 자기에 대해 작동을 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변형으로 향해가는 삶이다. 이 개념은 ‘생명정치’ 개념과 이른바 표리일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생명정치’에 있어서 주체에 작용하는 권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관해 푸코 나름의 사유가 담겨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이 개념은 ‘생명정치’에 있어서 어떤 주체의 양태가 가능한가에 관해 푸코가 제시하는 구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0쪽.

한편 그러한 저항은 윤리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것이다(랑시에르를 연상시키는 지점). 예술을 매개로 자기를 변형시키면 타자에게도 영향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자기 배려+타자 배려). 저자는 푸코가 미덕이 아직 미분화되었던 소크라테스 때 스스로 실천했던 파르레시아(파르레시아? 파레시아? 파르헤지아? 이런 저런 푸코 강의들이나 최근 출간한 책 제목들에서 파르레시아보다 파레시아가 더 많이 보인다. 어떤 용어를 써야 하는가? 책 제목에 붙일 정도면 연구자들도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고심한 후 정했을 텐데. 역자는 '파르레시아'는 푸코가 만든 개념이니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당일 강하게 밝혔다.)와 같은 실존의 기술을 발굴하면서 실존의 미학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는 '미학의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동의했고, 인간 신체를 대상으로 한 생명정치와 연결시키는 통찰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푸코가 고대의 철학에서 찾아낸 ‘실존의 미학’ 개념에 의해 제시되는 것은 우선 자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자기에의 작동에 의한 자기 자신의 변형, 이른바 ‘자기의 포이에시스’로 향하는 삶이다. 그러나 앞 절에서 논했듯이, 거기에는 자기의 실천에만 머물지 않는, 더 큰 대상에 대한 작동을 통한 변화도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자타의 구별을 넘어선 곳에 있는 변화이며, “세계의 일반적인 짜임새에 있어서의 변화”라고 그가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을 위해 요청되는 것이 진리라는 계기였다. 즉, 거기서 삶의 변용이 요구되는 것은 진리에의 도달이라는 목적 때문인 것이다. 여기에서는 삶과 진리 사이의 관계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어떤 미학적인 실천을 인식할 수 있다. 실제로 푸코는 말년의 어떤 인터뷰에서 진리를 아는 것에 의한 자기의 변형을 “미학주의esthetisme의 한 형태”라고 부른다.

‘자신의 고유한 지식에 의한 자기의 이런 변형은 미[학]적 경험과 매우 가까운 어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그림에 의해 변형되지 않는다면, 왜 화가는 작업을 하겠습니까?’” 194-195쪽.

후기 푸코의 ‘실존의 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미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도덕 교사로서 철학교육을 전공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자기도 잘 살고 타자도 잘 살도록 하려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도덕 시간에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도덕 교과는 앎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항상 비판 받곤 한다. 그 문제 해결에 대한 힌트를 실존의 미학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푸코는 후기에 헬레니즘 로마인들의 글에서 '자기 배려 기술'을 발굴하여 '인식=에토스'를 추구했던 그들 삶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진선미가 아직 철저히 분화되지 않고 착종되어 섞여 있던 시기에는 그야말로 아는 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추구했다. 자신의 존재를 걸고 '솔직하게 말하기'를 실천하는 파르레시아는 그런 삶의 기술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데카르트가 근대를 열었을 때 인식과 주체는 분리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존의 미학’은 푸코가 고대 그리스의 ‘자기에의 배려’의 문화에서 추출한 개념인데,... 여기서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주체와 진리의 관계이며, 진리의 획득과 자기의 실천의 연관이다.” 132쪽.

앎과 삶이 일치할 수 있는 이유는 진리와 주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식은 행동과 에토스를 불러온다. 이 메커니즘이 가능한 이유는 인식 주체가 자기 변형을 통해 진리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보편적인 규범인 법과는 다르다. 고대에 '유용한 지식'이란 실천에 영향을 끼치는 인식이었다. 알게 되면 자기가 바뀌고 그 결과물인 실천도 바뀐다. 여기에서 푸코는 '에토스 제작적인'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제작'이라니 다분히 예술 용어로 보인다.

“푸코가 퀴니코스파의 철학자 데메트리오스를 참조하면서 말하는 바에 따르면, 유용한 지식과 무용한 지식을 나누는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인식의 양태’이다. 즉, 어떤 지식이 무용하게 되는 인식의 양태는 “그 지식이 규정preion으로 변형될 수 없는 인식”이며, 또한 “지식의 인식이 주체의 존재 양태에 효과를 미치지 않는 인식”이다. 그에 반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지식을 명령preion으로 옮겨 적을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존재를 수정할 수 있는 인식”이다. 유용한 지식이란 그것을 인식하는 주체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지식인 것이다.

... 그것은 내용상의 구별이 아니라 인식의 양태와 관련된 구별, 즉 인간이 신들과 인간, 세계에 관해 아는 것이 주체의 행동과 에토스에 어떻게 효과를 미치는가라는 점에서의 구별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실존 양태를 변화시키는 성질을 지닌 인식, 이른바 “에토스 제작적인”etho-poetique 성격을 지닌 인식이다...” 139-140쪽.

굳이 실존과 같은 큰 차원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예술이 나를 드러내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푸코는 '록'이라는 장르를 예로 들어 우리가 어떤 예술을 애호하느냐를 표명하는 일 자체가 자신의 태도와 삶 스타일을 드러내 준다고 주장했다. 원래도 클래식만 들었지만 물리적 여유가 비교적 많아진 휴직 기간 들어와 클래식을 공부하며 듣고, 온라인 공간에 들은 감상을 쓰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주장이었다. 이를 테면 무엇을 듣고 읽고 보느냐가 나다(내 관심사를 드러낸다). 비슷하게는 어떤 사람이 최근 무슨 책을 즐겨 읽었는지 목록을 살피면 그 사람의 관심사가 보인다.

“그런데 푸코는 ‘실존의 미학’을 고찰하는 가운데 삶에 있어서의 진리의 현전을 다양한 일상적 행위 안에서 찾고 있는데, 그 안에는 당연히 예술의 제작 행위도 포함된다. 여기서 이 예술의 제작 행위를 통한 자기의 변형을 앞에서 확인한 “세계의 일반적인 짜임새에 있어서의 변화”라는 아이디어와 함께 놓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예술을 둘러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재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즉, 그로부터는 예술을 만들어내는 자의 삶의 변형과 동시에 이를 건드리는 자의 변형을, 달리 말해서 예술을 통한 양자의 삶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는 푸코가 말하는 ‘실존의 미학’에서 출발해서, 삶의 포이에시스뿐 아니라 이런 예술, 혹은 더 넓은 ‘미적·감성적인 것’을 통한 상호관계로 이루어진 변형의 총체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푸코의 말년의 예술론에는 제작자뿐 아니라 수용자의 “예술과 삶의 연결”에 관한 언급도 보이는데, 그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 음악과 우리의 삶 사이의 깊은 연결이다. 그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가 됐으며, 록을 애호하는 것, 또 어떤 장르의 록을 애호하느냐는 것은 하나의 ‘삶의 방식’의 문제, 또는 ‘저항’의 방식이 된다고 한다. 푸코는 록이, 그 자체로는 ‘가난한’ 음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청중이 자기를 명시하는 것인 한에서, 그것이 “취미와 태도의 하나의 총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202-203쪽.

최근 고미숙,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http://blog.yes24.com/document/10635334 에서 그분이 항상 강조하셨던 '평생 공부하기'의 중요성과 실천 방법인 '읽고 말하고 쓰기' 필요성을 주장하셔서 반가웠다. 푸코 역시 (아마도 실존의 미학 맥락에서) 글쓰기(에크리튀르)를 강조한다. 푸코는 저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면서 예술작품 작가(저자)와 그 자신의 삶을 연결시킨다!! 그는 어떤 이가 제대로 읽고 말하고 썼다면 그 자신이 변형되리라 믿는다. '자신의 (그림)에 의해 변형되지 않는다면 (화가)는 왜 작업을 하겠는가?' 괄호에 어떤 구체적 예술 분야와 예술가를 넣어도 이 말은 성립할 테다. 삶을 변형시키는 예술, 스스로를 예술작품처럼 만들어가는 삶에 대해 말하는 '실존의 미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다음 세대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

“푸코는 1980년의 어떤 인터뷰에서 저작(의 집필)이 자신에게는 하나의 ‘경험’experience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경험이라는 말은, “그곳을 통과한 후에는 자기 자신이 변형되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하나의 책을 쓰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그리고 때로는 존재마저도 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그에게 하나의 ‘변형’transformation의 경험인 것이다. 이렇게 푸코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쓴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실험자’experimentateur라고 규정한다.

더욱이 푸코는 책 속에서 경험과의 관계가 가능케 하는 변형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타자에게도 일정한 가치가 있으며, 접근 가능한 성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2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