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개의 문장의 옮겨 적는다. 이 책을 이해하고, 마음에 담아 두는 데 그게 가장 적절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8쪽)

“종종 나의 서재가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또 나의 자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18쪽)

“책 싸기는 이름 없는 공동묘지에 책들을 집어 넣어 그들의 주소를 서가라는 2차원에서 상자라는 3차원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 나는 텅 빈 서재 한가운데 서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 부재의 무게를 느꼈다.” (58, 59쪽)

“나의 서재에 있는 책들은 내게 위안과 유익한 대화의 가능성을 약속한다.” (89쪽)

“결국 인간의 존재를 정의한다면 호모 파베르도 호모 루덴스도 아닌 호모 레겐스(Homo legens, 독서하는 인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150쪽)

“세상은 우리가 읽으려 애쓰는 책이고 동시에 우리의 삶이 쓰이는 책인 것이다.” (178쪽)

2.

저자의 경험 몇 가지가 이 책의 계기가 된다. 하나는 프랑스에 마련했던 개인 도서관을 해체하고, 책을 상자 속에 싸게 된 일이다(프랑스 시골에 개인 도서관을 마련하던 얘기는 『밤의 도서관』에서 읽었다). 또 하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국립도서관의 관장이 된 일이다. 하나는 상실의 경험이랄 수 있고, 또 하나는 그 반대의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저자에게는 이게 그다지 다른 경험이 아니다. 어찌 되었던 책에 관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3.

우리나라 중앙국립도서관 관장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공무원 출신이다. 어떤 이력을 가진 사람이 국립도서관의 관장이 되어야 나은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도서관의 관장은 어찌 되었든 관리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번쯤은 저자 같은 이가 우리나라 국립도서관의 관장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공무원 자리 하나를 뺏는 게 될까?).

4.

저자는 자신이 앞으로 살 나이가, 즉 책읽기의 이력을 이어갈 기간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된다고 했다(책에는 자신이 19세기 전반기에 태어났다고 했는데(166쪽), 명확한 오타다. 20세기가 어떻게 19세기로 둔갑했을까?) . 그 부분을 읽으며 나는 책 한쪽 구석에도 이렇게 적었다. 나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평균 나이로 봐서 한 30년을 더 살고, 죽기 전까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치고, 지금처럼 책을 읽을 수 있다면(1년에 150권에서 200권), 한 5,000권쯤은 더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앞으로 살 날에 대한 보장도 없고, 죽기 전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책을 읽을 수 있으리란 것도 얼마나 신뢰가 가는 추정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5.

책 읽는 사람이 멸종해가는 종족이라고 하지만, 끝까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6.

옮긴이 주가 너무 많고, 너무 독자에 대해 계몽적이다. 옮긴이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독자인 우리가 읽는 것은 알베르토 망겔이라는 저자의 글이고, 옮긴이의 번역이다. 세세하게 저자가 쓴 글의 의미를 옮긴이가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저자가 쓴 글의 매력을 앗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옮긴이 주는 읽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길게 쓴 것은.

많은 번역서에 책 뒷부분의 <옮긴이의 글>에 대해서도 반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번역가 이상이고 싶어하는 욕심 같은 게 느껴질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