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학교를 다니면서 금세 살이 붙었다. 학교에서 먹는 밥은 늘 부실하다. 그런데도 살이 찐다. 그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식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업 사이 공강에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편의점 도시락과 떡볶이는 나의 배를 채워주기는 커녕 오히려 초라한 마음을 들게 했다. 그나마 잘 먹은 식사가 학교 앞에서 사간 김밥이다. 수업 후에는 귀찮다고 굶거나 너무 배고플 때는 늦은밤에 치킨을 시켜먹었다. 그럼에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더부룩함에 먹어도 늘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방학을 기다렸다. 거창하게 엄청난 건강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의 몸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종강날 배송된 책. 바로 책을 챙겨 알바 가는 버스에 탔다.

"배부른 다이어트" 나의 식사는 늘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데 배부른 다이어트라니..

표지를 열면 이렇게 김옥란 선생님과 할아버지가 함께 식사준비를 하는 정겨운 사진이 있다.

버스에서 책을 보는데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음식 준비 과정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정말 맛있는 식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옥란 선생님은 할아버지의 높은 혈압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준비하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에계계!" 하지 않는 음식으로 다이어트를 함께 만들어주고 싶어 식사도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 "에계계!" 하지 않는 음식이라니 성장기인 나에게 딱이다.

이 책의 특징은 나온 요리들이 모두 정말 쉽고 간단하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먹겠다 ..!!'는 각오만 있다면 호로로록 만들 수 있는 샐러드와 수프 레시피.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부터 빼놓지 않고 먹는 재료가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것들만큼은 떨어지지 않도록 늘 준비해두었다. 끼니가 되고, 반친이 되고, 간식이 되는 좋은 지료들이다. 종일 마시는 물은 우엉과 여주, 작두콩 중에서 두가지씩 합해 끓였다. 끓이고 식혀서 하루에 1리터 이상씩 마셨다. 콩들은 불리고 생것과 삶은 것으로 갈라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용했다. 빵들도 사온 날 얇께 썰어 통에 담은뒤 냉동실에 넣어두었는데, 이렇게 하면 확실히 조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편했다.

호밀빵, 양상추, 토마토 말린 것, 삶은 계란 등 건강한 식재료를 일주일에 한번씩 애벌로 준비해두는 작업은 필수적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한끼 식사 뒤에는 먹는 것에 대한 할머니의 깊은 애정과 부지런함이 느껴졌다. 요리를 준비하는 할머니의 다정한 글을 따라가다 보니 그동안 무작정 빈 배를 채우려 먹어왔던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좋은 재료가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이 약한 음식이 좋아지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점점 밀가루 음식도 찾지 않게 되고 간식도 생각나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이렇게 먹는다는 것, 이토록 간소한 음식들에 감사하게 되며 운동에 대한 욕구도 활활 타오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따뜻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이라도 내 식단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하루아침에 삼시세끼를 모조리 건강식으로 먹지는 못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아침에는 끼니를 거르기 십상이었는데 이제는 토마토에 삶은 계란 하나라도 꼭 먹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선생님 말씀대로 '운동에 대한 욕구도 활활 타오르'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속은 편하다. 비록 밀가루와 완전히 이별하지는 못했지만 떡볶이를 먹기에 앞서 떡볶이집 앞에서 서성거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먹은 모든 것이 나를 이룬다. 식사에 대한 애정이 바로 내 삶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김옥란 선생님께 배웠기 때문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