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야 단식이라는 편견을 깬 새로운 단식법, FMD(단식 모방 식단)〃

다이어트는 현대인들의 일상이 되었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든 건강 상의 이유든 종교적 이유든,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다이어트를 작심한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의 다른 말이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다이어트를 작심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간혹 성공하는 '독한 이'가 있기도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요요 현상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다. 다이어트는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식욕은 본능적 욕구이며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고 너무도 쉽게 그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이어트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풍요로운 식단을 마음 껏 누리기가 곤란하다. 마음 껏 식욕을 따르다 보면 비만과 더불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너무 잘, 많이 먹어서 오히려 몸이 망가지는 것이다. 또 하나, 그런 풍요로운 사회에서 요구하는 미의 기준은 날씬한 몸매이니 어떤 이유로든 살찐 몸으로 살아가자면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못하는 무절제한 사람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에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퍼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이 시대 우리 대부분의 자화상일 것이다. 설령, 다이어트를 안 한다 할지라도 체중계의 숫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10대 때부터 주위 친구들이 다이어트 하는 것을 보아 왔다. 당시 다이어트는 안 했지만 나 또한 항상 체중계의 숫자에 민감했었고, 30대에 큰 수술을 한 후, 갑자기 살이 쪄서 거의 반년 동안 우유만 먹으면서 굶는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다. 굶으니 살이야 쭉쭉 빠졌지만 피부 노화와 변비, 그리고 몇 달 후엔 빈혈이 생겨서 정신을 잃은 적이 있을 만큼 부작용도 심했다. 단순히 굶는 다이어트는 지속적으로 하기에 너무 어려웠고 무엇보다 건강이 염려되어 중도에 그만 두게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가 운동을 조금씩 하며 일 년 정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했는데, 과중한 업무와 회식, 불규칙한 식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조금씩 루틴이 엉망이 되면서 다이어트를 그만 둔 일년 후 부터 가파르게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요요 현상이 온 것이다. 그 당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안 해본 운동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 하지도 않고, 운동에 소질도 별로 없었기에 한 가지 운동을 세 달을 지속해 본 적이 없었다. 각종 운동 장비들만 방 한쪽 구석에 쌓여 갈 때 쯤, 운동 마저도 접어 두고, 그냥 살았다. 잊을 만하면 공원 산책을 한 번씩 하며 알 수 없는 죄책감에서 잠시 벗어나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갱년기가 다가 오면서 내 몸에 더 이상 방관자가 될 수가 없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심상치 않았다. 혈압, 혈당, 관절 등 몸의 많은 기능들이 위험의 경계를 넘나 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한 기사나 관련 서적들을 저절로 찾아 읽게 되었고, 이 책 또한 그러한 관심으로 만나게 되었다.

'먹는 단식'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이 묘하게 어떤 기대 심리로 작용하여 첫인상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물론 이해하기 쉬운 내용과 현실성 있는 방법이 제시 되어 있어 실제로 재미있게 읽었고 책에서 제안하는 FMD 방법을 실천 할 경우 실생활에서 변화 될 부분들을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체계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 및 책 소개)

이 책의 저자이며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정양수 선생님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식이요법에 대한 강좌와 캠프를 통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전엔 단식과 디톡스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한다. 캠프를 통해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았지만 일상생활에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단식 모방 다이어트(Fasting Mimicking Diet), 즉 FMD를 접하게 되었다 한다.

FMD는 단식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지만 음식은 섭취할 수 있으므로 비교적 무리없이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굶기만 하면 살은 효과적으로 빠지겠지만 경험상 건강을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FMD는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이라고 들어 보았을 것이다. 48시간 혹은 24시간이나 16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한 후, 나머지 시간에 음식의 종류나 양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복시간이 길수록 효과적이라 한다. FMD도 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의 경우 오랜 공복 상태를 사람들이 참기 힘들어 하여 실패률이 높으며 당뇨 환자의 경우 때에 따라 저혈당이 올 수도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간헐적 단식은 무리하게 굶고 먹기를 반복하다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단식의 원리)

음식 섭취 후 몇 시간의 공복 시간을 가지면 혈당과 인슐린 농도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근육과 뇌 및 다른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도당이 줄어들면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해서 사용한다. 이 과정은 공복 시간에 이루어진다. 공복을 유지하지 않고 음식을 계속 섭취하면 간에서 글리코겐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여 더 이상 포도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할 수가 없다. 저장하지 못한 포도당은 지방산생합성을 통해 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
12시간 안에 식사를 하고 12시간을 공복으로 유지한다면 살이 찌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다.

(FMD의 이론및 원리)

그에 비해 FMD는 평소에는 일상적인 식생활을 유지하고 5일은 FMD에 맞춘 식사를 하면 된다. 단 12시간의 공복을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 12시간이라는 공복이 필요한 이유는 위에서 인용하기도 했지만, 인체는 굶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더 건강하고자 하는데 2016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식과 같은 영양결핍 상태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가포식 작용이 일어난다고 한다. 자가포식 작용이란 세포가 자신을 이루는 구성물을 없애거나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자기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관과 인체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움으로써 더 건강해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자가포식 작용인 것이다.

FMD의 핵심 이론이 이 자가포식 작용과 생체리듬을 이용한 것이다. FMD는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는 식이요법이다.한 달 중 5일은 FMD식단에 따라 먹고 나머지 25일은 평소대로 먹으면 된다. 이는 장기간 단식의 힘든 점을 극복한 방법이며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영양은 풍부하지만 칼로리를 어느 정도 제한했기 때문에 체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오로지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FMD를 하는건 아니다. 그 외에도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치매, 자가면역질환 등의 질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FMD의 기본 이론과 원칙, 식단, 준수 사항 및 주의점 등은 2,3,4강에 걸쳐 이해하기 쉽게 체게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험에 대한 신뢰를 주고, 중요한 내용은 도표를 활용하여 설명해 주어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져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의학적 지식도 쉽게 풀어 설명을 해주어 평소에 궁금했던 건강 상식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롱고 박사가 추천하는 FMD는 단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단식의 효과를 최대한 살린 방법이다. 기간도 한 달에 5일, 1년 중에 몇 번만 투자하면 된다. 단식처럼 눈으로 확인되는 체중 감량을 기대하고 FMD를 시작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FMD는 체중 조절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돕기도 하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건강은 하나의 척도만으로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체중만 빠졌다고 건강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빠른 시간에 체중을 줄이는 방법은 굶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굶을 수 있을지, 지속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이미 밝혀져 있다.

(한국식 FMD)

FMD 이론은 롱고 박사가 25년간 연구한 이론으로 저자는 한국인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여러모로 노력해 왔다. 특히 두드러진 부분이 식품과 그에 맞는 식단인데 롱고 박사의 식단은 지중해 식단이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한국식 FMD 식단을 연구하여 한식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식단을 재구성했다.

한식에 대해 개인적으로 무한히 긍정적이였는데 한식을 다룬 단원을 통해 한식에도 단점이 많음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다소 충격적이였던 것은 김치와 된장의 배신이었다. 소금에 절인 채소로 만들어진 김치의 나트륨 과잉과 고혈압의 관계, 된장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익균 외에 암을 유발하는 유해균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의 나의 밥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기존의 김치 담그는 방식 대신 샐러드나 겉절이처럼 절이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나트륨의 섭취를 낮추자는 저자의 대안에 귀가 솔깃해졌다.

(현재 나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

연초에 받은 건강 검진에서 혈압과 혈당이 모두 경계로 나와 걱정을 하던 중이었는데 짭잘하게 먹어야 입맛이 돌고 간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으로 나트륨과 탄수화물 그리고 당분의 과잉 섭취가 원인임을 재차 확인 했다. 그에 비해 육류나 생선을 좋아하지 않으니 단백질은 불충분한 다소 영양 불균형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채소나 과일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간식을 좋아하다 보니 떡, 떡볶이나 빵, 과자를 평소에 즐긴다. 탄수화물이 내가 섭취하는 주된 영양소이다.

당뇨 가족력이 있어 주의해야 함에도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대체로 탄수화물이라 보니 바쁘거나 귀찮을 때 아무 생각없이 먹었던 것이 탄수화물 중독으로 이어진게 아닌가 싶어 나의 몸에게 무슨 짓을 했나 싶기도 하다.

지금 당장 고혈압, 당뇨 판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식습관으로 살아 왔음을 절감한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책도 있다. 몸에 내가 먹은 음식물이 흐른다. 내가 먹었던 음식들이 내 몸을 오염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심코 혀가 즐거운 음식을 손에 잡히는 대로 먹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이제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그 기본기를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다.

FMD 식단에서 제시한 먹어야 할 식품군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구하기 쉬운 식재료이다. 그리고 다행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품들이 많이 있어 FMD에 각별히 관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12시간의 공복이라면 거뜬히 실천할 수 있다.

( FMD 식단)

FMD는 채식 기만 식사를 추천하지만 건강한 해산물을 함께 먹는 페스코 채식을 바탕으로 한다. 채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 채식은 많은 장점이 있다. 그리고 한식의 장점도 채소를 풍부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식 FMD 식단에 제시된 식품군과 식단을 보면 통곡물과 다양한 컬러의 채소, 그리고 해산물, 견과류 등으로 구성 되어져 있다.

5일 동안 FMD에서 제시한 식단을 실천한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고 칼로리는 평소보다 적지만 공복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굶지 않고 단식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에 도움이 될 만한 영양이 가득한 메뉴들과 레시피가 소개 되어져 있다. 대충 훑어 보니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 편한 간편식이여서 요리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도움이 될 만하다.

저자는 몇 번의 해독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만들고 경험한 사람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식사를 만들어 먹기가 번거롭더라도 기본만 익히고 나면 그 후에는 입맛에 맞게 변형 시킬 수 있는 자유로운 작업이 요리라며 요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께 용기를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요리는 장보기 부터가 시작인데 좋은 식재료 구하는 법부터 번거롭지 않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팁들도 상세히 알려 준다.

FMD를 실천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첫 시작은 힘들었지만 이내 적응을 해서 자신에게 맞게 실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5일이라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레시피를 반복해도 되고 다양하게 먹어도 된다. 시간과 취향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요리를 만들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쉽게 포기하게 되므로 '식사는 여유있게, 준비는 신속하게' 할 것을 권한다.

그에 대한 팁도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마무리)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건강과 수명을 동시에 결정한다.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과 산업화로 손쉽게 배고픔을 해결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영양 과잉으로 각종 만성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삶은 편리함이라는 덫에 걸려 건강을 위협 받고 있다. 비우고 버리는 삶의 방식으로 오염된 우리 몸을 정화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몸을 되살리는 방법중 하나인 단식을 통해 몸을 청소하고 맑은 기운이 흐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FMD를 통해 굶는 것의 고통에서 벗어나면서도 단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높아져 100세를 기대 수명으로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중요한 건 장수보다 건강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풍요와 편리함 대신 조금 덜어냄으로써 우리 몸의 타고난 기능을 돌보고 강화시킴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탁월한 방법 하나를 전수 받을 수 있어 든든하다.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