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대출하려고 보니, '사라진 금오신화'는 무려 여섯달 동안이나 연체돼 있었다. 일단 예약을 하고 다른 책 반납하려고 도서관에 갔을 때, 사서에게 장기간 연체되고 있는 책이라고 귀뜸을 해두었다. 그러고나서 며칠 뒤에 책이 반납돼 빌릴 수가 있었다. 만약 내가 대출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사라질 뻔한 책을 내가 구한 것은 아닐지 나름 뿌듯한 마음을 안고 책을 펼쳐들었다.

책을 소재로 삼은 추리작품이 꽤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제목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에 '금오신화'가 갖는 조선 최초의 소설이라는 국문학사적 의미와 상징에 왕위를 찬탈한 세조시대라는 배경, 그리고 천재 김시습이란 존재가 뿜어내는 저항정신까지. '사라진 금오신화'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 마음대로 대략적인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짐작한대로 김시습과 '금오신화'가 존재하고 있다. 세조 편에 서서 단종을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권신들이 부귀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이 김시습은 정처없이 떠돌다 경주 금오산에 터를 잡고 글을 쓰고 있었다. 한양의 권신들은 그런 김시습을 몰래 감시했고, 김시습이 가진 영향력을 견제하며 그가 어떤 글을 쓰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시습의 글을 둘러싸고 살인사건도 벌어지고, 방화도 일어나고 그런데도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사건이 없었던 듯 이야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개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려는 추적이 부각되지 않고, 김시습의 글과 행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추리를 포기한건지, 작품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개과정보다는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실마리가 더 흥미로웠다. 작가가 현존하는 '금오신화'외에 진짜 '금오신화'는 숨겨두지 않았을까? 하는 지극히 작가다운 발상으로 작품을 써내려 간 것이었다.

아쉬움이 들었다. 이 발상을 잘 살렸다면 흥미진진한 작품이 됐을텐데. 마지막에 반전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만시지탄이었다. 전체적으로 숨겨진 진짜에 이야기가 모아졌어야 하는데, 시선이 집중되지 않고 흩어져 버린 감이 없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