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보는 유럽사

이 책은?

이 책 『도시로 보는 유럽사』는 여행기 겸 역사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을 설명하는 부제는 <아테네, 로마부터 파리, 프라이부르크까지 18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이다.

저자는 백승종.

이 책을 단순히 ‘여행’과 ‘역사’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만 없는데, 그 것은 그가 지은 책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자의 책 중 『중용, 조선을 바꾼 한 권의 책』, 『금서, 시대를 읽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책과는 궤를 달리하여 여행과 유럽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 신선한 감이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책 제목이 『도시로 보는 유럽사』인만큼, 당연히 이 책에서 유럽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도시는 모두 18개인데, 다음과 같다.

아테네, 로마, 스톡홀름, 콘스탄티노플, 베니스, 브뤼헤,

프라하,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런던, 비엔나, 파리,

베를린, 코펜하겐, 취리히, 모스크바, 스트라스부르, 프라이부르크,

이를 나라별로 다시 분류해 보자.

그리스 - 아테네 / 이탈리아 - 로마, 베니스 / 독일 - 베를린, 프라이부르크 /

덴마크 - 코펜하겐 / 스페인 - 마드리드 / 스웨덴 - 스톡홀름 /

영국 - 런던 / 프랑스 - 파리, 스트라스부르./ 스위스 - 취리히 /

벨기에 - 브뤼헤 / 네델란드 - 암스테르담 / 체코 - 프라하 /

오스트리아 - 비엔나 / 터키 - 콘스탄티노플 / 러시아 - 모스크바

위와 같이 국가 별로 분류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위와 같이 나라와 도시를 연결시켜 분류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는데, 몇 개가 헷갈린다. 먼저 그 중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잠시 망설였다. 콘스탄티노플이 어느 나라더라?

역사의 한 켠을 장식한 도시이긴 한데, 해서 이름은 익숙한데, 현대에 와서는 이게 어딘지, 어느 나라인지 헷갈렸으니. 역사와 지리가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도시다. 그나마 이 책으로 겨우 바로 잡았으니 다행이다. 그 도시는 터키에 속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중에 콘스탄티노플의 성당이 세계 뉴스에 오르는 일이 생겼다. 바로 소피아 대성당이 문제가 되었다.

성당으로 건축된 그곳이 시간이 흘러 역사의 주체가 바뀌면서 모스크로 바뀌는 등 곡절이 많았는데,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 85년만에 이슬람 사원 ‘모스크’ 전환>(2020, 7, 12)이라는 뉴스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브뤼헤는 또 어느 나라?

찾고 묻고 해서 알게 된다, 벨기에.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도시가 브뤼헤다.

대체 그 도시가 어때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을까?

저자는 이 도시의 역사부터 파고든다. 중세시대부터 시작하여 무역으로 경제의 중심지가 되고, 또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찬란한 문화 예술을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는 별 수가 없어서, 오랫동안 도시가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점 때문에 중세의 모습을 변함없이 간직한 도시로 남게 되었다는 것, 이제 그 점이 도리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시대가 되었다. (125쪽)

또 있다, 스트라스부르.

괴테의 자서전을 읽다가 알게 된 도시가 스트라스부르인데, 괴테가 이 도시에서 공부하던 중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들어오는 길목인 이 도시를 거쳐가면서, 얽힌 사연이 있어 이를 글로 옮긴 바가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괴테, 그리고 메데이아 [1]

http://blog.yes24.com/document/12392183

마리 앙투아네트와 괴테, 그리고 메데이아 [2]

http://blog.yes24.com/document/12394923

마리 앙투아네트와 괴테, 그리고 메데이아 [3]

http://blog.yes24.com/document/12414435

물론 이 책에서는 이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 양국 간에 땅의 임자가 몇 번 바꾸는 사연이 있는 도시인데. 지금은 유럽 의회가 이곳에 있다(359쪽)는 사실도 흥미롭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해서 밑줄 긋고 기억해 둘 것들

그리스, 근대 이전에는 그리스라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스 반도에는 언어와 신화, 역사와 전통을 공유하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비잔티움 등 수십 개 도시국가가 때로 연대하고 때로 갈등하면서 공존하였을 따름이다. (21쪽)

바이킹의 뿔 달린 투구는 없었다.

바이킹의 모습을 상상할 때 사슬로 된 갑옷에 두 개의 뿔이 달린 투구를 쓴 전사를 떠올린다. 역사가들의 고증에 따르면,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바그너가 오페라를 창작하면서 멋대로 상상한 것이다. (67쪽)

역사에는 항상 명암이 교차하는 법!

스페인이 아메리카를 경영하였기에 그곳에서만 서식하던 토마토, 옥수수, 감자 등이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156쪽)

스페인에는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하학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스페인 문화에 존재하는 구조적 특징도 고도의 기하학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가령 『돈 키호테』만 해도 겉으로는 서사 기법이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복잡하고 질서정연하다. 그래서 후세는 이 작품의 해석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견을 보이는 것이다. (162쪽)

다시, 이 책은? - 여행하는 법, 제대로 배운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니, 새삼 저자의 여행 스타일이 부러워진다.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이렇다.

우선 가고 싶은 도시를 선택하고, 여러 달 동안 그 도시와 나라의 역사를 자세히 공부한다. 마침내 목적하는 도시에 도착하면 열흘 이상 그곳에 한가로이 머문다. (5쪽)

부러운 방법이다. 실제로 모든 여행이 그래야만 할 것인데 그저 여행이 맛집 탐방하고 유적지에서 인증사진 찍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려 안타까운데 이런 방법이 대세를 이루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소원해 본다.

그래서 <그 도시가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곳에서 내 마음을 끈 가장 매력적인 공간 또는 유뮬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는> (8쪽)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의 도시가 그 나라의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유럽 역사 또는 세계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곰곰이 살펴보는 것이 즐겁다>(5쪽)는 저자 덕분에 하나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단지 그 도시에 생각이 멈추는 게 아니라, 그 도시를 통하여 그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뜻밖의 수확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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