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6학년 대상 창작 동화라고 하기에 처음에 구입을 망설였는데, 카렐 차페크의 책이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여 구입하게 된 책이다. 실제 읽어보니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꽤 수준 높은 이야기이기에 부모님들이랑 함께 보면 좋은 대화거리이고, 읽을거리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주 진지한 철학적 이야기를 숨겨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편향적인 독서문화(?)로 주로 미국, 영국이나 프랑스 등 국가의 이야기는 비교적 다른 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는데, 동구권과 러시아 등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기회에 체코의 삶과 풍속에 좀 다가갈 수 있기를.

크게 6편의 이야기, 그 속에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1. 어느 의사 선생님의 길고 긴 이야기는 매실씨를 삼킨 수리산의 마법사 마하수리와 그를 치료하러 온 의사들의 이야기이다. 햇빛을 잘 보지 못해 아픈 공주, 도깨비 꽥꽥이, 감기 걸린 물도깨비와 온천, 다리를 다친 요정의 헐리우드행.
2. 어느 경찰 아저씨의 길고 긴 이야기는 경관과 다람쥐 파랭이, 수도국 물도깨비, 머리 일곱의 괴물이야기, 자그마씨와 히드라 새끼(마법에 걸린 인간)와 공주.
3. 작은 새와 천사의 알 이야기. 새들을 통해 본 인간군상들. 닭이 날지 못하는 이유, 개가 꼬리를 흔들게 된 이유 등

4. 집 없는 떠돌이 이야기. 떠돌이 거지 왕가옥과 어느 신사가 맡긴 가방. 까만 까마귀들 속에 하얀 까마귀 같은 왕가옥, 왕씨와 왕은 무슨 관계일까? 사라진 까마귀의 왕을 찾으려는 까마귀들의 외침 ‘가옥, 가옥’
5. 집배원 아저씨 이야기. 우체국 김배달씨와 난쟁이들의 편자카드 놀이, 당신은 몇점짜리 편지를 쓰는지요? 에이스는 진심을 담아 쓴 편지(자기 자신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한테 쓴 편지) 등. 받는 사람 이름이 안 적힌 편지의 주인을 찾기와 한솔이와 누리의 사랑.
6. 물도깨비 이야기 여러 종류의 물도깨비와 그들의 인간 세상의 적응, 구와구와의 청혼과 물속에 있는 하늘

찬찬히 보면 느끼게 될 재미와 교훈, 우리와는 좀 다른 체코의 이야기, 주로 물도깨비가 많이 등장하고, 사람과 요정과 도깨비들이 잘 공존하고 있는 것이 좀 특이했다. 우리네 이야기는 좋거나, 나쁜 도깨비들 이야기가 많은 데에 비해 자신의 일(자신의 임무)을 하는 물도깨비로 그렇게 무섭거나, 나쁘지 않는 게 좀 특이하다. 글과 같이 있는 삽화도 약간 특이한 그림이었는데, 이 책이 형제의 작품으로, 형이 그림을 그리고 동생이 글을 쓴 것이었다. 성인들이 봐도 괜찮을 정도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또 다른 기쁨을 줄 것 같다. 카렐 차페크의 매력에 빠져 보시기를. 더불어 도롱뇽과의 전쟁도 한 번 보시기를. 약간 아쉬운 점은 너무 한글로 다듬기를 해서 원전의 맛이 약간 떨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