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그리고 차무진까지 여러 명의 작가가 악플과 막말이라는 소재로 쓴 앤솔러지다. 청소년 소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이야기는 표지가 더 한몫 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서로 떠드는 가운데 한 학생은 책상에 앉아 귀를 틀어막고 있다. 앞에 있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자신에 관련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세로 보아서 그렇다 싶기도 하다. 단지 말이 듣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말을 할 때 중요한 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이란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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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천재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정해연 작가의 <리플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로 인해서 화가 난 학생이 댓글을 쓴 당사자를 찾는 이야기다. 자신의 행동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 이야기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정명섭 작가의 <말을 먹는 귀신>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아버지가 외국인인 친구를 놀리다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출석 정지가 되어 버린 한 학생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화되자 사람들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두 신상털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최악의 사태가 이어진다. 그 댓가일지 모르겠으나 귀신이 붙었다는 이유로 무당인 할머니에게 보내진다.

사실 말과 관련된 속담들이 엄청나게 많을 정도로 말이라는 것은 중요하고 그 쓰임도 다양하다. 좋은 말만 하면 좋겠지만 또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해 놓고 나중에 돌아서서 이렇게 말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말이라는 자체가 글과 달라서 지우거나 앲앨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한 지도 모르겠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실이라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할 수 있다면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 다시 한번 소설을 통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는 이야기는 색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분명 십대의 학생들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햄릿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이야기도 역시나 앞의 이야기처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배경이 되고 있다. 말이 사라진 세상이다. 사람들은 말로 인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단순히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칩이 내장되어 있는 마스크를 쓴다. 여기서도 차이가 있다. 비싼 마스크일수록 더 많은 더 다양한 소리가 들어 있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그런 세계다. 저 세계가 얼마나 답답할까. 인간에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청소년 소설이라 해서 그냥 설렁설령 넘겼다가 중요한 교훈을 하나 배웠다.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십대뿐 아니라 전 연령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