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라, 과연 그런 방법이 있기나 할까? 있다면 얼마나 많은 기술과 디테일을 담고 있을까.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어멈, 생각과 전혀 다르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좋다! 잘 그리고 싶다! 이런 바람이 중요한 원동력이란다. 심지어 좋다라는 자신의 감정과 솔직히 마주하란다.

1. 최고의 그림은 마음가짐에서 출발

의무감으로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유한한 인생에 가성비가 아주 나쁜 일이란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먼저 그리라는 것이다. 최고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라며! 그러면 최소한 그리기의 기초 기술부터 논해야 하는 거 아냐? 탐탁지 않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일이 그렇듯 출발이 중요하다.무작정 목표를 향해 돌진하기 전에, 나는 정말 그리는 일을 좋아하느냐 묻는 일이 최고의 그림을 그리는 첫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골라 그려나가다 보면, 왜 그 캐럭터를 좋아했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취향을 깨달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과 스킬을 익히는 것이라고 이야기기 한다.

스킬을 익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책의 작가 무로이 야스오가 추천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이것이다. 바로 잘하는 사람의 그림을 따라하라는 것! 스튜디오나 책, SNS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3명 이상의 스승을 찾고 그들의 노하우를 열심히 흡수한다. 3명의 좋은 점만 취해 배운다면 가히 성장속도는 놀랄 정도로 빠를 것이다.

저자는 배우는 과정 중에는 남들과 비교하며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수시로 변하는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자신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이며, 이런 기쁨을 평생 이어가기 위해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육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 더 잘 그리기 위한 성장방법

마음가짐이 준비도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리기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저자 아무로 야스이는 잘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전에 '잘 그린다'의 의미부터 파악하라 말한다. 나아가 어떤 의식을 가지고 그리는 작업에 임해야 하는지 마음가짐을 다시 체크해 준다. 내용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실력이 좋아지는 두 가지 패턴 활용법이었다.

저자는 '숙성'과 '확장'의 개념을 통해 한 가지 형태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형태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그리기를 넘어 다양한 장르에 공통되는 성장방법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기술적인 방법을 익히기 위해 저자가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은 모작과 데생이다.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실력이 느는 방법은 잘 하는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배울때나 글쓰기를 배울때도 마찬가지다. 잘 하는 사람을 열심히 흉내내고 따라하다 보면 금방 속도가 붙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실한 모작에 갇히지 않고, 익숙함을 벗어나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는 것이다. 성실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깨서 더욱 성장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모작 다음 단계는 데생이다. 기호화된 그림이 아닌 사진이나 실물의 관찰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체의 여러가지 움직임과 여러 사물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지난한 데생 연습과 관찰이 필요하다. 모작과 데생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면 이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책의 중반을 넘긴 4장 다양한 방법과 성장법에서는 그림 실력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스킬들이 소개된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들의 장단을 논하기도 하고, 실루엣, 뼈와 근육, 원근법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덧붙여 그림의 완성도가 어느정도 높아 졌을 때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방법, 즉 남들이 보아주는 그림을 그리는 수준에 까지 이르러야 함을 짚어준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프로가 되기까지 지나온 성장곡선을 설명해주어, 초보에서 프로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대략적인 이해를 돕는다.

에반게리온 시리즈 애니메이터 무로이 야스오

20년 그림인생에서 건져올린 모든 이를 위한 그림 필독서!

3. 프로의 세계 그리고 삶에의 적용

프로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생활의 일부이자 생업이 된 사람이다. 프로는 결과가 전부인 사람이며 돈을 지불하는 쪽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요구를 만족시킨다는 말은 또 다른 말로 상대에게 부족한 부분에 자신에게 남은 것을 옮기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주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부족함을 감성으로 채우는 센스가 프로에겐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그가 말하는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과 방법들이 우리 삶에 적용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찾고, 성장해 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붙들어야 할 마음가짐들은 당장 우리 삶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인생은 실험이라고 말한다. 시험 삼아 시도하고, 시도했다면 검토하면 된다. 결과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잘 되었는지 아닌지, 즐거웠는지 아닌지 파악하고, 다음에 다시 할지 결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험만 고집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때로 극단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저자는 우리를 독려한다.

무로이 야스오

애니메이터. 1981년 출생. 중앙대학 졸업 후 스튜디오 지브리에 입사. 퇴사 후 『나투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Q』등의 작품을 거쳐, 『전뇌 코일』의 여러 회에 참가하는 등 활약. 그 후 콘티, 연출에도 참여. 현재는 '사설 애니메이션 학원'을 설립하고, 원생을 지도하는 한편, YouTube, Twitter 등에 노하우를 공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용자에게 인기가 높다. 저서로는 『DVD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작화 기획』이 있다. (책 표지 저자 소개)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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