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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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거인
감독
김태용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4년 11월 13일
평균
별점7 (0)
새벽2시커피


  무능력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방관하는 엄마, 아직 어린 동생, 영재는 집을 나와 성당의 후원을 받는 그룹홈에서 지낸다.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장래 신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지만 영재의 온전한 꿈이 아니다. 그룹홈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영재의 절실함이다. 대안가정이라 할 수 있는 그룹홈은 사실상 대안가정이라기보다 돈벌이로 아이를 수용하는 시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룹홈이 구역질나는 아버지가 있는 집보다 백배 낫기에 영재는 악착같이 그룹홈에 남으려고 애쓴다. 


  일을 하지않고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며 돈을 받아 살려는 아버지는 영재를 불러내 교회 목사에게 인사시켜 후원을 받아내려하고 그런 아버지에 염증을 느끼는 영재는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룹홈의 원장부모는 그룹홈을 운영하지만 아이들을 애정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버러지취급을 한다. 영재의 아버지가 교회의 후원을 구걸하며 다니듯이 그룹홈의 원장부모도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길뿐이다  자식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부모의 모습은 비단 영재의 아버지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느날 영재와 같은 방을 쓰는 범태의 아버지가 찾아오자 범태는 당황하며 원장부부에게 인사하겠다는 아버지를 만류한다. 


  아버지와 엄마는 자식들을 맡길 곳만 있으면 홀가분하게 갈라설 기회만 노리고 언제 쫓겨날지 모를 그룹홈의 일상은 막연한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불안함속에 영재는 창고에서 신발을 훔쳐다 몰래 팔지만 범태가 도둑누명을 써도 그룹홈에서 쫓겨나도 다시 그룹홈에 들어갈 수 있게 원장아버지에게 잘 좀 말해달라고 부탁해도 외면한다. 같은 처지에 한집에 살고 같은 방을 쓰며 살지만 범태와 영재는 살가운 정을 나누는 처지이기보다 떨려나지 않기위한 경쟁자다. 


  협박에 가까운 영재의 절실함에 보좌신부님이 과외선생을 알선해준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해 대학에 들어간 윤미는 영재를 살갑게 대하고 윤미의 엄마의 식당에 데려가 밥을 먹인다. 윤미의 모친이 여자들만 있어서 이런 아들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챙기고 그렇게 다정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영재는 윤미의 과외를 받는 날 미리 윤미를 만나 원장아버지에게 잘 좀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영재의 아버지는 호시탐탐 동생인 민재마저 영재가 있는 그룹홈에 넣으려고 하고 그때마다 영재는 돌아갈 곳을 잃지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막으려하는데 윤미의 과외가 있던 날, 그룹홈으로 아버지가 민재를 데리고 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당장 아버지를 쫓아보내야한다는 절박함에 영재는 자해를 하고, 결국 멀리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진다.


  아직 어린 영재의 삶은 바늘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이 갑갑하고 버거워 보인다. 영재의 삶에는 감정적인 사치가 끼어들 틈조차 없다. 삶이 무겁기만 하다. 영재의 삶위에 문득 한공주가 겹쳐진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구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는 공주는 스스로를 건사하는데 익숙하다. 잠시 담임선생의 모친에게 맡겨지자 먼저 나서서 일을 거드는 싹싹함을 보인다. 공주의 성격이 바지런해서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영재를 보니 어디에도 기댈곳 없는 그 아이만의 생존수단이었음이 새삼 와닿았다. 영재의 세상은 무겁다 못해 암울하고 무겁다. 동생이 졸라 허리를 다친 엄마가 있는 바닷가 이모네를 찾아가는데 아주 잠시잠깐이나마라도 숨통을 틔우는 여행이 될 수도 있었으련만 모처럼만에 찾은 바다는 온통 흐리기만하다. 뿌연 날씨처럼 영재에게 건네지는 것은 한숨마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절망적인 무거움이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던 아틀란티스의 형벌이 어린 영재의 삶이다. 끊임없이 돌덩이를 밀어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삶은 되풀이되긴 하지만 오르내림이 있는데 비해 아틀란티스의 삶은 어깨가 끊어질 듯한 눌림뿐이다. 누구의 형벌이 더 무거울까. 작은 거인의 삶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다. 한공주에서는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공주를 이해할 수 있는 손길이 절실했다면, 영재는 실질적으로 몸을 뉘일 지붕있는 방한칸이 절실하다. 아무리 윤미가 영재의 처지를 이해한다하더라도 영재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듯이 영재는 스스로 어떻게해서든 버티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시설로 떠나는 영재에게 원장아버지가 말한다. 세상에서 너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고. 누구나 삶이 버겁고 힘들다는 말인줄 알지만 영재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말이 저런 껍데기를 쓸 수도 있구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그룹홈 역시 일정한 나이가 되면 떠나야만 하는 시설인지가 무척 궁금했다. 고아원같은 시설은 일정한 나이(만 18세)가 되면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받고 떠나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상 500만원을 가지고 당장 어딘가로 나가야한다면 맘 편히 몸을 뉘일 방한칸이래봐야 고시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재는 다른 시설로 떠나기 직전 동생에게 옷과 지갑이 담긴 상자를 건네기 위해 찾아간다. 상자를 받아든 민재가 영재에게 '얼른 어른이 되서 우리 둘이 돈많이 벌어서 살자' 는 말이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희망이랄 수 있다. 한공주가 물에 빠졌을때 마음으로나마 힘껏 응원했듯이 영재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건넨다. 함께 사는게 죽기보다 싫은 부모를 그나마라도 돌아갈 곳으로 삼아야만 하는 현재를 벗어나기위해서 조금만 더 견디라고. 부모대신 형제끼리 기대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느냐고. 영재를 위해서라기보다 영재의 삶을 보는 타인인 나를 위해 건네는 참 씁쓸한 위로아닌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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