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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웨이주간 우수
언니가 떠난 자리에서, 다시 삶을 써 내려가는 사람

《버터밀크웨이: 남겨진 세 사람의 기록》을 읽고 — 백다희 작가의 글을 중심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세 명의 작가 가운데 백다희라는 작가의 글에 유독 오래 머물렀다.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보낸 동생은 그 이후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함께했던 시간은 어디에 남고,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백다희 작가는 이러한 질문에 거창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언니가 떠난 뒤에도 계속되는 평범한 하루를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늦은 도착」에서는 언니를 다시 마주하기까지의 망설임과 그리움이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더딘 과정인지 생각하게 한다. 「내 생일」은 특별한 날이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빈자리를 보여준다. 평범한 하루에도 작은 즐거움을 선물하던 언니. 그 다정함이 사라진 뒤에야 일상 곳곳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스며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특히 「노을의 총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노을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아름다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노을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의 무게와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다. 사람은 떠날 수 있어도 그 사람이 남긴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동안 문장을 곱씹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백다희라는 작가의 출발점을 만난다. 우연히 접한 한 편의 소설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작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글쓰기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메리 고 라운드」에서는 언니가 남긴 물건들을 마주하며 기억을 다시 들여다본다.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을 하나씩 마주하는 일임을 느끼게 한다. 백다희 작가의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슬픔을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 태도였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려움은 두려움대로,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그 글들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슬픔만 남지는 않는다. 생일의 기억, 오래된 물건, 저녁 하늘의 노을처럼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깃들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표현으로 독자를 압도하기보다, 소박한 장면 하나로 오래 마음을 머물게 하는 힘. 나는 그것이 백다희 작가가 가진 문장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평은 세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그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백다희 작가의 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상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노을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파랑
파랑
초등 과학책 추천, 인체와 세균이 궁금하다면?리뷰어클럽
초등 과학책 추천, 인체와 세균이 궁금하다면?

세균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세요? 손 씻기, 충치, 식중독. 아무래도 우리 몸에 들어오면 안 되는 나쁜 존재라는 생각부터 들죠. 그런데 우리 몸속에도 세균이 살고 있고, 그중에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세균도 있다는 사실! 초등 고학년 눈높이에서 인체와 세균을 탐구하는 초등 과학책 《초등학생을 위한 마이크로 탐험대! 몸속 세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1. 몸속 세균,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신기한 스쿨버스'처럼 작아진 아이들이 엄마의 입으로 들어가며 탐험이 시작돼요. 입에서 시작해 위와 창자, 피부를 거쳐 눈과 귀 등 우리 몸 곳곳을 살펴봅니다. 충치세균, 위와 작은창자, 대장의 구조를 알아보고 그 속에 있는 세균들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소개합니다. 몸속 세균을 중심으로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까지 배우게 되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밖으로 나와서는 피부와 두피, 눈, 귀, 코의 세균까지 알아보고요. 여드름이 생기는 원리, 상처가 딱지로 변하는 과정과 감기에 걸리는 원리 등.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들의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 더 집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2. 과학책인데 귀여운 그림으로 사로잡는 페이지 초등 과학책 독서의 최대 난관은 재미! 내용도 어려운데 글씨만 빼곡히 나열되어 있으면 아이들은 바로 책을 덮으니까요ㅠㅠ 이 책은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일러스트가 많아서 일단 펼쳐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만화를 읽듯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몸속 기관의 위치와 역할, 세균이 살아가는 환경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세균에 관한 지식을 줄줄 나열하기보다는 초등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니, 저절로 설명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3. 세균은 무조건 없애야 하는 존재일까? 이 책은 세균을 무조건 나쁜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 몸 안에 -심지어 위장과 피부에도- 다양한 세균들이 있고 장내 미생물이 일부 탄수화물의 분해를 돕고 면역계와도 상호작용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성인인 저도 '세균=무조건 나쁜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읽다 보니 우리 몸속의 유익균들이 참 많더라고요! 물론 모든 세균이 유익한 것은 아니지만요. 유해한 세균=>질병의 작용 기전을 보면서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돌아볼 계기도 되고요. 4. 초등 생명과학에 흥미를 붙이고 싶다면 《초등학생을 위한 마이크로 탐험대! 몸속 세균의 세계》는 세균과 인체의 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초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초등 과학서입니다. 충치나 여드름처럼 아이가 직접 경험하는 현상부터 소화기관과 면역의 원리까지. 가볍게 시작해 깊은 지식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어요. 책을 읽는동안, 아이에게 과학은 암기과목이 아닌, 신기한 내몸속을 탐험하는 과정이 됩니다. 생물, 인체를 궁금해하는 아이라면, 몸속 세균들의 세계부터 탐험해 보세요. 동글동글 귀여운 세균과 신기한 몸속 장기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장사이사이
책장사이사이
돈을 모으는 기술을 넘어, 삶의 선택권을 만드는 경제적 자유인기 리뷰
돈을 모으는 기술을 넘어, 삶의 선택권을 만드는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재테크#서평#미다스북스#팝팝 『회사를 그만둬도 월급은 나옵니다』는 경제적 자유와 조기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희망 대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평범한 맞벌이 부부가 오랜 시간 돈을 벌고도 생각만큼 자산을 모으지 못했던 경험에서 출발해, 지출을 통제하고 내 집을 마련하며 절세계좌와 지수추종 ETF를 활용해 경제적 자유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재테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돈을 모으는 데에도 자신만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저축한다고 해서 저절로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파악하고, 얼마를 모을 것인지,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앞으로의 삶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저자가 13년간 맞벌이를 하고도 순수하게 모은 돈이 5,000만 원에 불과했다는 대목은 소득이 있다는 사실과 자산이 쌓인다는 사실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큼이나 돈의 흐름을 살피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책의 실용적인 부분은 내 집 마련부터 연금저축펀드, ISA, IRP와 같은 절세계좌, 그리고 지수추종 ETF까지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자산 형성의 순서를 제시하며 각 금융상품의 특징과 활용 방법을 알려 준다. 또한 자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끝나지 않고, 은퇴 이후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주식을 매도해 생활비로 사용할 것인지 배당금으로 생활할 것인지, 건강보험료와 세금은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까지 다룬다. 자산을 불리는 방법만큼이나 모은 돈을 오래 유지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경제적 자유가 단순히 많은 돈을 소유하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당한 금융자산을 형성한 뒤에도 시장의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크게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이를 통해 은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높은 수익률이나 자산의 총액만이 아니라, 시장 상황이 나빠져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흐름과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성공담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판단의 한계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 경제적 자립은 단순히 원하는 물건을 사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지거나 직장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할 때,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돈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원하지 않는 상황을 견뎌야 하는 시간을 줄여 줄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자유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기보다, 일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 가깝다. 이 책은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주기보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점검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도록 이끈다.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실천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자산 형성 과정과 은퇴 계획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미래의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선택과 꾸준한 실천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미르
미르
290호 K-콘텐츠의 중심 한글, 세계가 주목하는 언어인기 포스트
290호 K-콘텐츠의 중심 한글, 세계가 주목하는 언어

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레터입니다. 1926년 첫 '가갸날'로 시작된 10월 9일 한글날이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훈민정음 반포 580돌과 어우러진 이번 한글날은 지난 1세기 동안 우리말과 글을 지켜온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어는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글로벌 위상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어 사용 인구는 모국어와 제2외국어 사용자를 합쳐 세계 20위권 내외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 수 또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세계인이 배우는 언어로 도약했습니다. 심지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 욕을 공부하는 외국인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해도 한글의 가치와 매력을 다룬 책이 다수 출간되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글 단어의 의미와 역사를 짚어보는 언어 교양서 『어쩌다 한국어』,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부터 한글날 10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필진이 참여한 『한글』 그리고 한국 욕을 향한 심층 분석 『NEW 욕』까지 깊이 있고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소개합니다. - 규 PD 이전 레터 보러가기 K-콘텐츠의 중심 한글, 세계가 주목하는 언어 '‘낭만’은 우리말일까? ‘점심’은 왜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뜻으로 쓰일까? 다양한 외래어의 기원, 역사적 배경, 변천 과정을 정리한 인문 교양서. 나민애 서울대 교수가 지난 100년간 한국 문학 작품 속 단어 142개를 모으고 그 안에 담긴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명대사 속 욕을 살펴 폭넓은 감정과 욕망을 아우르는 한국어의 응축된 힘을 조명했습니다. 한국어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끝까지 읽히는 글의 비법을 분석하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글쓰기 원칙을 제시합니다. 훈민에서 계몽으로, 계몽에서 민주로, 투쟁의 기록으로 읽어낸 한글의 연대기입니다. 음악 창작자 영케이, 작사가 김이나, 시인 배시은, 한문학자 안대회 등 10명의 한글 사용기를 엮었습니다. 생각을 여는 이번 주의 문장 # 사대의 역설, 조선이 만든 : 이렇게 경쟁하는 민족주의의 이면에는 깊은 아이러니가 있다. 한국 민족사에서 기자를 배제하려는 움직임과, 중국의 영토주권이나 문화적 영향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자의 역사성을 주장하려는 움직임은 모두 기자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동일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양측 모두 기자를 ‘중국’을 대변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의 맥락에서 기자신화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며, 이는 식민지와 탈식민지, 그리고 민족주의적 맥락이 기자의 모든 상징적 의미를 박탈하고, 기자를 쇠퇴한 ‘중국’ 제국 체제를 가리키는 텅 빈 이정표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조선왕조는 공간을 조작하여 자국과 기자의 연관성을 강화하고, 이를 명나라 사신들로부터 인정받으려 했다. ‘중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기자는 조선의 엘리트들에게 조선의 정치적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대로 이어지는 자랑스러운 계보를 제시했다. 사실 기자가 수행한 역사적 기능은 바로 후대 비평가들이 비판했던 그것과 정반대였다. 즉, 중국과 구별되는 조선의 독립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 p.411~412 # 서양의 탄생 : 나는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스-로마의 지중해에서 시작하고 르네상스 이탈리아에서 재출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청동기 시대부터 대항해 시대까지 여러 사회가 만나고 얽히고 때로는 멀어져가면서 지금 “서양”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든 관계들을 추적하고 싶다. 더 넓게 보자면, 나는 역사의 변화를 추동한 것은 문명들이 아니라 연결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 p.19 # 양키와 오키나와 : 오키나와에서 만난 양키 다쿠야는 “일도 없고, 오키나와가 싫다. 여기 사람도 싫어”라고 내뱉듯 말했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자기 고향을 거리낌 없이 싫다고 말하는 것을 처음 들었기에 나는 놀랐다. 그가 싫어하는 오키나와란 무엇일까. 애초에 그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 걸까. 물음표가 뭉게뭉게 생겨났다. 이 물음표들이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진 오키나와 조사의 출발점이다. --- p.9 # 탈주자들 : 대도시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종종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거액의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들은 출근하고, 돈을 벌고, 주택 융자금을 갚는 마치 숫자 게임과 같은 과제를 완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도시를 동경하는 이상, 끝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궤도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헤이룽장성의 허강에서는 집값이 제곱미터당 350위안(약 7만 60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46제곱미터의 집 한 채를 1만 6000위안에 구입할 수 있었다. --- pp.29-30 예스24 인문교양 주목신간 우체부 페르디낭 슈발이 33년간 혼자 궁전을 지은 이야기. 설계도도, 스승도, 의뢰인도 없이 어떻게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지나치게 타인에게 집중하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증상을 고기능 공의존이라고 합니다. 30년간 고기능 공의존을 상담해온 저자의 책.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만일까요? 일자리 중심 청년정책이 청년들의 대탈주를 막지 못한 이유를 분석합니다. 일곱개의 이름, 다섯개의 국적, 하지만 책상 앞의 그는 평생 한 사람입니다. 격동의 역사를 통과한 ‘20세기의 인간’ 정수일 선생의 일생.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대륙. 음악과 혁명, 미식과 예술로 만나는 가장 매혹적인 라틴아메리카 여행! 라틴아메리카 연구자 김경희 저자가 쓴 『도시로 보는 라틴아메리카사』를 예스24에서 가장 빨리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예스24 인문교양 주목 이벤트

인문PD
인문PD
가호요즘 인기 책
무라카미 하루키 《가호》, 실체와 메타포가 간섭하고 꿈과 현실이 중첩되어도 또렷해지는 모호함...

“틀림없다. 이 남자는 가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순식간에 낱낱이 읽어낸다. 마치 개미핥기가 가늘고 긴 혀 끝으로 흰개미집을 깨끗이 핥아버리듯. 그녀는 반사적으로 실제 개미핥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떠올린 건 검은 털의 커다란 암컷 개미핥기였다. 개미핥기도 고개를 들어 그 크고 새카만 눈으로 그녀 쪽을 보았다... 남자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러 카드로 간단히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가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나 그대로 걸어 가게를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pp.12~13) 소설의 초반에 등장하는 문단이다. 주인공인 가호는 소개팅한 남자로부터 ‘그쪽처럼 못생긴 상대는 처음’이라는 말을 듣는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마치 그 남자가 자신의 생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가호는 ‘암컷 개미핥기’를 떠올리는데 재미있는 것은 가호의 생각 속의 ‘암컷 개미핥기’를 (소설 속) 현실로 소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의 발췌 부분 뒤에 이런 문장이 따라 붙는다. ‘뒤에는 가호와, 비유로서의 암컷 개미핥기만 남았다.’ “... 책을 사서 조금 걸어간 곳에 마침 독서하기 딱 좋은 근사한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니, 마치 짜맞춘 듯 너무 매끄럽지 않은가. 의혹의 눈길로 보자면 죄다 실물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모조품 같기도 하다. 이게 ‘현실’이라 불리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현실이란 얼마나 얄팍한 것일까. 영화 촬영장의 세트와 마찬가지로... 반면에 흰개미 여왕이며 개미핥기 부부며 BMW 모터사이클을 타는 수호 천사, ‘칼 가는 집’의 귀가 뾰족한 주인······ 이들은 애네 얼마나 확실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가. 그들은―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존재할 리 없는 그것들은―내 눈에 다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훨씬 리얼한 존재로 비친다... 그렇다. 그들은 메타포인 동시에 명백한 실체다. 그 둘(메타포와 실체)은 분명히 분리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p.338) ‘가호와, 비유로서의 암컷 개미핥기만 남았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충만한 하루키의 재기발랄을 즐겨야지, 하였다. 하지만 소설은 ‘암컷 개미핥기’와 ‘비유로서’ 눈 마주치는 것을 실제로 등장시켜 버린다. 처음에는 ‘비유로서’ 등장한 개미핥기는 이어서 ‘꿈’ 아닌 듯 그러나 ‘꿈’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에 그리고 종국에는 ‘가호’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등장을 마무리한다. “이야기는 나도 좋아해. 뭐랄까, 그게 좋은 이야기라면 말이지... 좋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유용성이 포함되어 있지... 아마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을 거야. 진정한 이야기란 눈에 보이는 형태로든 감춰진 형태로든 반드시 어떤 유용성을 포함한다고...” (p.164) 소설은 결국 이러한 메타포와 실체를 연결해주는 매개로서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주인공인 ‘가호’의 직업은 그림책 작가인데 《가호》에는 액자 소설의 형태로 두 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호는 얼굴 없는 소녀가 얼굴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쓰면서 소개팅남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 그리고 흰개미 여왕에게 몸을 빼앗긴 엄마를 구출하는 과정 중에 미소라라는 소녀가 비밀 출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쓴다. “가호 씨, 아까도 말했다시피 당신은 깊은 의미를 지니는 경계선 하나를 밟고 넘어가버렸고, 이미 이곳은 과거에 당신이 잘 알던 세계가 아니라고... 당신은 당신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뒷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돼. 원인과 결과 사이를 잇는 실을 찾아내야 해...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대로 자아낼 수 있어. 대단히 중요한 재능이지. 이 세계에서 그 재능이 당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거야. 발터 벤야민이 매우 적절히 논했다시피, 좋은 이야기란 반드시 어떤 유용성을 포함하고 있으니까.” (p.279) 소설 속에서 가호라는 인물은 개미핥기, 흰개미 여왕, 재규어 같은 메타포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진짜 실체는 소설을 쓰는 작가 자신이고 가호 또한 그의 메타포임을 떠올린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메타포 아래에 또 하나의 메타포라는 층을 만들어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실체와 메타포의 간섭과 동시에 꿈(혹은 꿈 같은 것)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하루키 월드의 원칙에 부합하는 소설이 된 셈이다.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흰개미 여왕이 왜 그렇게까지 해서 저한테 들러붙어야 할까요? ... 왜냐하면, 이건 당신 자신의 세계 속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필연적으로 그 세계의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선도 악도 아닌 것도 다 같이 당신 품으로 밀려듭니다. 보세요, 이렇게 개미핥기도 오지요. 재규어도 나타나지요. 흰개미 여왕도 찾아옵니다. 당신이 그것들을 끌어당기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밀려드는 그것들 가운데서 어떤 것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단호히 제거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주인공인 당신의 책무입니다―받아들일지 내칠지 판별해서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것, 그게 당신 역할입니다.” (p.17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의도하는 바를 알리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지는 못한다. 또한 경계에 걸쳐 있는 ‘모터사이클 남자’가 아니라 명백하게 비현실성의 영역에 있는 ‘개미핥기’를 서사의 매개체로 삼은 것도 아쉽다. 환상적인 우화의 외피가 곧 내피이기도 한 소설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 모호함이 (너무 익숙하여) 또렷해져 버린 것도 애석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역 / 가호 (夏帆) / 문학동네 / 374쪽 / 2026 (2026)

kos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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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권합니다.빛나는 리뷰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권합니다.

느리게 걷는 아이를 키웠던 한 사람으로 또, 아직 키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 책 제목을 봤을 때부터 궁금하고 끌렸어요. 그렇게 받아본 책 앞에서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책 속 아이의 모습에서 제 아이를. 그 아이를 바라보며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서 그 시절의 저를 만났거든요. 그렇게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한 장 한 장 공감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어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둘째와 셋째 아이는 돌부터 말을 조잘조잘 잘 했지만 제 첫째 아이는 말이 참 늦었어요. 그래서 33개월 즈음 발달센터를 찾았고, 말은 40개월 되던 때부터 시작했어요. 말을 시작하는 거의 동시에 한글을 혼자서 읽기 시작했지만 때가 되었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고 말이 트였는데도 발음이 이상하게 느껴지게 부족했고 이러한 저러한 이유들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단체생활에서 사회성 마저도 부족했던 아이라서 장애인이 아니냐 하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멀쩡한 아이에게 무심코 던진 말 치고는 너무 가혹했어요. 잠도 못잘 정도로 화도 나고 마음이 무너지고 또 무너졌었어요. 그렇게 늘 걱정많고 불안하고 조급하던 마음들을 누르고, 또,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에는 기뻐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아이와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랐고, 그토록 간절하고 애가 타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있었어요. 이제는 많이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 시절의 마음들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을 잘 지내고 잘 잘라준 아이에게 마음 깊이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제 모습에도 여전히 어떤 순간에는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기도 해요. 아이가 이렇게나 많이 자랐는데도 말이에요. 아이의 성장에 따라 걱정의 모습만 달라질 뿐, 엄마인 저 역시 아이 나이에 맞춰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는 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조금 느리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도, 빠르게 자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도요.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저마다의 어려움과 기다림이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또 잘 자라기를 바라잖아요. 저는 내 아이가 잘 자라는 것만큼이나 주변의 아이들도 함께 잘 자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 아이 곁에서 함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서로의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고,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어 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때로는 내 아이가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의 어려움이나 그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악의 없이 건넨 말 한마디나 무심코 보인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해요.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고 자라는 중이에요. 서로 다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금 느린 친구를 어떻게 대하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도 함께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는 곁에 있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라기를 바란다면, 우리 어른들이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이 다른 아이의 성장까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제가 잊고 지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고,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 보게 해준 책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간절히 지나고 있는 시간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저처럼 이미 지나온 시간이겠지요. 하지만 어떤 시간을 지나고 있든, 이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아이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함께 잘 자라날 수 있도록요. 좋은 책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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