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리뷰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 시 제목: 늙은 감나무 처럼 시 원문: 4월의 감나무가 이파리 면적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쪼글쪼글해진 줄기의 다 늙은 감나무가 저리 환한 연두 이파리를 내다니 여든 쯤 되었는데 만날 때마다 천진난만한 8층 할배 같다 오늘도 청바지에 청재킷 받쳐 입고 짝꿍이랑 봄나들이 가데 만날 때마다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배지 빼곡한 빨간 모자 삐뚜름히 쓰고 해맑은 미소 스카프 휘날리며 훠이훠이 두 어깨 번갈아 추어올리며 깨금발로 가데 할배 보내고 나를 보니 회색 검정색 일색 나도 그만 칼라풀하게 쫙 빼입고 따라가고 싶더라 사람은 늙어도 해마다 청춘 되는 감나무가 부러운데 사람도 늙어 하늘 비친 이파리 낼 수 있다는 걸 8층 할배는 저 감나무한테 배운 걸까 오늘 두 노거사를 차례로 만나고 나니 마른 몸 여럿여럿 연둣물 드는 것 같더라 감상문 삐뚜룸, 할아버지의 비뚜룸한 빨간 모자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오래된 봄이 느리게 가고 있다. 늙은 감나무 주름진 가지에 연두가 돋을 때, 여든의 할배는, 봄맞이 청바지에, 배지 빼곡이 달린, 빨간 모자로, 봄햇살의 속도를 느리게 늘리고 있다. 사투리,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스카프는 휘날리고, 깨금발은 경쾌하고, 양어깨는 우퍼스피커 진동판처럼, 짝발로 번갈아 들썩인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젊음과 접속해 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행복하다는 뜻의 가장 희귀한 사투리일 뿐이다. 오류, 허리는 삐걱거리는 오래된 경첩이 되었을지라도, 몸은 굼뜬 구형 단말기가 될지라도, 마음은 방금 업데이트된 앱처럼, 눈빛은 5G 탑재한 화면처럼 빠르게 연동하며 봄볕을 업로드한다. 이 할배에게 늙음이 끝이라는 공식은, 오래된 소프트웨어의 오류였다. 주름, 나무는 연두로 봄을 열고, 할배는 빨간 모자로 봄볕을 받는다. 나무는 나이테에 새봄을 새기고, 할배는 주름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나이테는 어제를 새겨 딱딱하게 멈추지만, 할배의 주름진 미소는 부산북항의 부캉이처럼 밤낮으로 봄을 늘리고 있다. 번역, 감나무 둥치와 할배에게는, 서로 접은 주름만큼 아무도 모르는 몰래 치른 삶의 기록이 빼곡이 숨어있을 것이다. 주름은 소멸이 아니라 번역이다. 오래 쓴 만년필이 손의 각도를 기억하듯, 주름은 할배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각도이다. 자리, 늙은 감나무처럼 누구나 어느 자리에서 무슨 하루를 맞이하게 될지, 누군들 처음부터 알았으랴, 자리를 고르지 못했다고, 생의 봄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자리는 달라도, 생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늙음,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행복마저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저무는 일만이 아니다. 한 겹씩 세월이 쌓일 때마다, 꾸준히 봄을 향한 새 창을 더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 불씨, 행복은 한 몸에 머물다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다른 가슴으로 옮겨 가는 불씨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감나무에 걸린 연두색 봄은 세월의 나이테를 오늘만큼 둘러야 했고, 할배의 주름도 오늘 만큼 깊어야 했다. 안식 시인의 시집에 감나무 마른 가지가 자란다. 치열한 삶에 눈먼 행복이 오랜 방황 끝에, 시인의 시집에서 비로소 조용한 연둣빛 안식을 품는다. 늙는다는 건 낡아가는 일이 아니라, 시인께서 붙잡아 둔 시집에서 봄볕이 스민 이파리를, 한 장 더 내는 일이다. 새김 시인은 시집에 감나무 한그루를 앉힌다. 언젠가 더는 잎을 내지 못할지라도, 시인께서 시집 속에 피워 낸 감나무의 봄 잎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여전한 봄향기로 남을 것이다. 불씨 시인의 시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봄 잎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심장으로 건너가는 봄의 불씨였다. 이 속에서 나무는 영원히 푸르고, 할아버지께서 웃는 봄날은 계속될 것이다.
ksd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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