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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루도 사랑주간 우수
사랑은 하루도 사랑

표지가 예뻐서 선택한 책이다.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것 같았다. 이 책에는 삶이 쉽게 좋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나온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 관계의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누군가를 돌보며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는 특별히 아름다운 순간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따뜻하다. 아마 그 이유는 이 소설 속 사람들이 서로를 구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곁에 있어준다. 밥을 같이 먹고, 아이를 돌보고, 함께 살고,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무너진 일상을 조금씩 수선한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질 거야.” 이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살다 보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확신보다, 지금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와 함께 견디는 일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모든 상처가 낫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미래를 약속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으니까.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사랑과 조금 달랐다. 사랑은 반드시 설레는 감정도 아니고, 누군가를 완벽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도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은 상대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곁에 남아주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삶을 지탱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두 개의 삶을 지탱하는 편이 낫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사람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정말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반드시 거창한 도움일 필요는 없다. 힘든 날 옆에 앉아주는 것, 제철 과일을 함께 먹는 것, 잃어버린 것을 같이 찾아주는 것,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는지 묻는 것.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한 사람의 삶을 붙잡아줄 때가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난 사람도, 지나간 시간도, 이미 멸종한 생명도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기억할 수는 있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잊지 않는 것. 한때 존재했던 사람과 마음과 시간을 쉽게 없던 일로 만들지 않는 것. 그래서 “기억하는 사람은 살아남는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동안,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닐 테니까. 이 책의 환상적인 장면들도 그래서 좋았다. 분홍색으로 보이는 잃어버린 것들,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귀신, 밤의 물을 담아 만든 부적, 물속에서 잠시 빛나는 아이의 손톱.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작가는 환상이라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외로움. 말하지 못한 사랑. 잊고 싶지 않은 기억.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온기. 그런 것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명랑하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명랑하다는 것은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걱정이 많고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함께 살아보자고 말하는 마음에 가까울 것이다. 망가진 방충망을 새것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일단 테이프로 막는 것처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면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고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옆에 누군가 있다면, 혼자 하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삶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결국 잘될 거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잃어버린 것을 기억해도 된다. 조금 지쳐도 된다. 혼자 살아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이 고단한 하루를 다음 하루로 건너갈 수 있다고.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모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 함께 먹는 제철 과일. 돌봐야 할 사람의 작은 손. 떠난 사람을 잊지 않는 마음. 그리고 힘든 날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 그 정도의 것들이 모여서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어졌다. 잘 지내냐고 한 번 더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 역시 완벽하게 괜찮아지려고 애쓰기보다, 오늘의 삶에 작은 테이프 하나쯤 붙이며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또 조금씩 서로를 통해 살아난다. 그래서 사랑은 특별한 하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에도 사랑이고, 내일 하루에도 사랑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 책의 제목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 아무리 괴로운 날이라도, 우리가 함께라면. 그 하루를 건너는 일도 사랑일 테니까. #사랑은하루도사랑 #서고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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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인테리어는 처음입니다_<쇼와인테리어스타일>리뷰어클럽
레트로 인테리어는 처음입니다_<쇼와인테리어스타일>

"레트로 인테리어? 쇼와 시대?? 그게 뭐죠.." <이 서평 쓰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독자본인 쇼와 시대 , 쇼와 천왕이 재외했던 1920~1989년의 일본의 시대를 가르키는 말이다. 즉, 2000년대 이후 태어났던 나는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지나간 정서이며, 똑같이 현재 2030 세대에게도 대부분 낯선 것이다. 애초에 국내도 아닌데 잘 아는 쪽이 소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성큼 다가온 책이 있다. 바로 1950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사랑 받아온 일본의 실용 전문 출판사 그래픽샤(Graphic-sha)의 <쇼와인테리어스타일> 책이다!! 쇼와 시대의 라이프 이 책은 단순히 '쇼와시대란 1920년경 시작되어....' 와 같은 지루한 이론서가 아니다. 어떻게든 독자가 이 레트로 인테리어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아주 잘 드러나는 책인데, 애초에 글보단 사진이 훨씬 더 많이 차지하니 말 다했다 싶다. 이 책은 매 챕터마다 실제로 거주했던 집들과 그 집주인들을 취재하며 쇼와 인테리어에 담긴 추억과 애정, 매력을 담담히 풀어내는 글로 시작한다. 인위적으로 재현된 레트로가 아닌, 실제로 그 집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며 어느새 우린 그저 독자가 아닌 집들이를 온 사람들로 녹아들게 된다. 분명 원색이 강하고 화려해 약간 촌스러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던 사진들도 각 인테리어마다 깃든 이야기를 읽으며 그것에 깃든 애정에 감화되버린 건지, 금새 "...꽤 예쁜 것 같은데?"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나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을 마치며 2000년대에 들어선 우리에게 이젠 1980, 90년대는 이제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된 것은 향수를 남기기 마련이고, 단순히 이것을 옛것이라 치부해 묻어두기엔 너무 아까운 짓이지 않을까? 꼭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 인테리어에 담긴 아름다움과 애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Rim_ul
Rim_ul
우리 모두 질문 금지 구역에 살았다인기 리뷰
우리 모두 질문 금지 구역에 살았다

"왜 공부하냐?" 책을 덮고 나서도 이 한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그리고 그 앞에서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는 장면이 가장 서글펐다. 중학생 작가 김민기의 첫 장편소설 『질문 금지 구역』은 교육부가 사라진 2035년을 배경으로 한다. 섬에 세워진 새 학교 '넥스트 스쿨'에 부모들은 마지막 희망이라며 아이들을 보낸다. 그러나 어른들이 그 섬에서 원한 것은 땅 아래 묻힌 희토류였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듣는 그 귀한 자원을 캐기 위해, 어른들은 더 귀한 아이들을 소모한다. 소설은 일자리를 잃은 김혜솔의 무력감에서 시작하는데, 전부 망가지고 있었다는 문장이 꼭 요즘 현실 같아 서글펐다. 지금의 선생님들도 이런 마음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의 아이들은 섬에 오기 전부터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그 누구도 아이들을 어루만져 주지 않았다는 문장, 아버지가 문 너머로 혹 하나 뗐다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내려앉았다. 섬의 하급반 아이들은 하루 일곱시간씩 땅을 파면서도 우리가 멍청해서 이 고생을 한다고 말한다. 어른들이 만든 틀 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자기 비하가 안타까웠고, 질문하는 아이가 오히려 배척당하고 소외되는 이상한 아이가 되는 모습이 서글펐다. 이태운이 떠올린 시 「고래를 위하여」처럼, 고래는 청소년이 되어야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바라볼 별이 없었다(135쪽). 아이들의 별이 되어 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함이 밀려왔다. 가장 아팠던 건 오지환이 꿈을 접는 과정이었다. 탐험가를 꿈꾸던 맑은 눈의 아이는 꿈을 지켜주던 엄마를 사고로 잃는다. 엄마를 잃고, 가장의 절박함 속에서 공부로만 내몰린 아이. 그리고 친구를 지키고 떠난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부당함 앞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준 아이였다. 다스겔트 회장은 갇힌 돼지들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울타리는 무엇보다 약하다고 말한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진실이 악당의 입에서 나왔다. 서로를 미워하던 최한성과 오지환이 화해하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전교 2등 최한성이 나는 내가 정한 길이 없다고 고백할 때는 아팠지만, 손을 맞잡는 두 아이에게서 소망이 생겼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태운의 말, 그 앞에서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는 오지환의 목소리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법정 장면에서 사람들은 깨닫는다. 평생 질문이 금지된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우리 시절에도 교실에는 질문이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쓴 사람이 중학생이다. 지금의 아이들도 교육의 현장에서 여전히 묻지 못하고, 해야하는 공부에 대한 눌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소외되고 방치되고 폭력 속에 살아온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변화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웠다. 이태운은 아이들이 "왜 공부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할 수 있을 때 행복한 교육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목표만 보고 오르라고 강요해 온 어른 중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게 된다.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먼저 물어봐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자녀를 둔 부모, 교육에 몸담은 사람, 그리고 한때 질문하지 못하던 학생이었던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질문 금지 구역』 | 김민기 장편소설 | 미문사 | 2026년 11월 5일 출간 #질문금지구역 #김민기 #미문사 #신간소설 #소설추천 #서평

hyunsug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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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꼬마 히틀러인기 포스트
하루꽃 . 꼬마 히틀러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꼬마 히틀러 사람이 태어날 적에 높낮이가 있을까? 높은이와 낮은이로 갈라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모두 하늘빛을 품고서 태어나. 하늘빛에 ‘큰하늘빛’이나 ‘작은하늘빛’이 있을까? 아니지. 하나로 함께 있는 하늘이니, 누구나 ‘하늘아이’로 태어나서 철드는 사이에 ‘하늘어른’으로 피어나. 모든 사람은 나란히 ‘하늘사람(하늘빛사람)’이면서 하늘씨앗을 한 톨씩 일구지. 풀씨나 꽃씨나 나무씨에는 좋은씨·나쁜씨가 따로 없어. 그저 풀씨·꽃씨·나무씨란다. 사람도 좋은사람씨·나쁜사람씨가 따로 없어. 누구나 사람씨란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아이를 사랑하는 내리사랑을 펴며 하늘빛이 밝고, 어느덧 어른을 사랑하는 치사랑을 펴며 하늘빛이 맑아. 밝고 맑은 아이어른이기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고 즐겁게 이 살믈 누린단다. 그런데 “난 사랑받은 적 없어! 난 버림받았어!” 하고 외치면서 미움씨를 뿌린 사람이 나타나. 미움씨를 뿌리면서 ‘사랑아이·사랑어른’을 모두 끝장내고 싶은 나머지, “사랑없이 위아래로 금을 긋고 가르는 틀”을 세운단다. 위아래로 긋는 틀에 아무런 사랑도 빛도 노래도 없어. 위아래로 가른 담벼락에는 힘꾼·돈꾼·이름꾼만 있어. 바야흐로 위에 올라서려는 우두머리가 나오고, 스스로 꼭두에 서며 ‘임금’이 되었다고 외치지. 임금이란, 사랑없이 메마르고 사나워서 스스로 죽어가는 늙은이를 가리키는 이름이야. 요사이는 ‘대통령’이 임금 노릇일 텐데, 고을마다 시장·군수·도지사·국회의원·교육감·장관이 ‘작은임금’ 노릇을 하려고 나서네. 시의원·군의원·기관장에 부장·팀장·과장도 서로 ‘작은임금’으로 올라서려고 해. 어쩐지 다들 ‘꼬마 히틀러’가 되는구나. ‘꼬마 독재자’에 ‘꼬마 못난이’로 뒹굴면서도 좋아라 하네. 2026.10.18.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파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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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7> 책 리뷰요즘 인기 책
<트렌드 코리아 2027> 책 리뷰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마치 ‘트렌드 소믈리에’ 같다. 와인 소믈리에가 품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와인 선택을 돕듯, 서울대 소비자학 석·박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트렌드 소믈리에’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선별해준다. 이번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7>은 2026년의 흐름을 되짚고 2027년의 변화를 전망한다. 책이 제시하는 10가지 키워드는 권태사회, 라이프 ROI, 폼팩터 시프트, 해봄경제, 저장인류, 바이브 워킹, 리텐션 전략, 휴먼엣지, 하프 시그널, 안목자본이다. 처음 키워드들을 접했을 때는 다소 생소하고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각 키워드를 설명하는 사례와 통계 속에서 나의 모습, 친구의 모습,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피로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특히 최근에는 AI의 급격한 확산이 새로운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해 소소한 즐거움과 작은 성취를 추구한다. 책은 그런 노력의 흔적을 잘 포착해낸다. 이미 실천하고 있어서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었지만, 읽으며 "이건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하프 시그널’에서 다룬 갱년기 대비가 그랬다. 막연히 생각만 하던 문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사례들을 보며, 인생을 조금 더 정돈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은 느낌이었다. 책의 뒤쪽으로 갈수록 10개의 키워드가 서로 얽히며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와인도 10잔쯤 맛보다 보면 입안에서 풍미가 뒤섞이기 마련이다. 그때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것은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단순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현실을 소수의 키워드로 설명하려 했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기 위해 10개의 키워드를 유지했을 집필진의 고민이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독자로서 느끼는 약간의 혼란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사람들의 행동과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유전자나 개인의 기질보다 사회 환경과 시대적 흐름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머니께서 "너는 대체 누굴 닮아 그러니?"라고 물으시면, "어머니, 제 유전자도 있겠지만 <트렌드 코리아 2027>에 따르면 지금 사회에 이런 흐름이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물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시대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고 변명할 방패 하나쯤 장만하는 셈이다. 그런 방패막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복잡한 시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압축해 놓은 파일과 같은 책이다. 다만 압축을 풀고 실제 삶에 적용하는 일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트렌드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오로지
오로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가빛나는 리뷰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가

<이방인>을 읽으며 두 가지 질문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뫼르소의 살인은 자신의 선택이었을까, 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였을까? 1부의 마지막에 뫼르소는 뜨거운 태양 아래 아랍인을 향해 총을 쏜다. 강렬한 햇빛과 더위, 그날의 상황이 그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총을 쏜 사람은 뫼르소 자신이다. 어떤 상황이었든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2부의 법정에서 뫼르소는 살인 행위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사실, 어머니의 나이를 몰랐다는 이유로 더 많이 비난받는 듯했다.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하는 동안 정작 그의 목소리는 철저히 소외된다. 분명 죄에 대한 처벌은 받아야 하지만, 그를 심판하는 방식이 옳은 것일까? 감옥에서의 뫼르소를 지켜보는 일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자유를 잃은 채 기억 속의 가구와 거리, 여름의 냄새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린다. 사형 선고를 받은 뒤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살고 싶은 마음도 드러낸다. 무심해 보였던 그에게도 잃고 싶지 않은 삶이 있었던 것이다. 전부를 이해할 순 없겠지만 뫼르소의 마음이 조금은 들여다보이는 듯 했다. ✍️뫼르소가 마지막에 느낀 해방감은 삶에 대한 포기였을까, 죽음에 대한 수용이었을까? 나는 삶을 포기했다기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나는 옳았다. 여전히 옳았고, 언제나 옳았다”라는 문장이 마음을 울렸다. 자신의 삶의 방식이 사회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틀렸다고 할 수 없다는 뫼르소의 항변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사회가 정해 놓은 방식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부정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사회적 통념이라는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을까. 어쩌면 지금도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 <이방인>은 2부에 들어서면서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뫼르소의 살인을 비판하면서도 그를 심판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죽음을 앞둔 그가 떠올리는 평범한 일상들이 오히려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 남는다. 나는 과연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가. #이방인 #알베르카뮈 #저녁달 #우주세문단 #북스타그램 💕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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