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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웨이주간 우수
언니가 떠난 자리에서, 다시 삶을 써 내려가는 사람

《버터밀크웨이: 남겨진 세 사람의 기록》을 읽고 — 백다희 작가의 글을 중심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세 명의 작가 가운데 백다희라는 작가의 글에 유독 오래 머물렀다.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보낸 동생은 그 이후의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함께했던 시간은 어디에 남고, 사라진 사람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백다희 작가는 이러한 질문에 거창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언니가 떠난 뒤에도 계속되는 평범한 하루를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늦은 도착」에서는 언니를 다시 마주하기까지의 망설임과 그리움이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장소가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더딘 과정인지 생각하게 한다. 「내 생일」은 특별한 날이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빈자리를 보여준다. 평범한 하루에도 작은 즐거움을 선물하던 언니. 그 다정함이 사라진 뒤에야 일상 곳곳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스며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특히 「노을의 총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노을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그 아름다움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노을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의 무게와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다. 사람은 떠날 수 있어도 그 사람이 남긴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동안 문장을 곱씹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백다희라는 작가의 출발점을 만난다. 우연히 접한 한 편의 소설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작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글쓰기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메리 고 라운드」에서는 언니가 남긴 물건들을 마주하며 기억을 다시 들여다본다.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을 하나씩 마주하는 일임을 느끼게 한다. 백다희 작가의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슬픔을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 태도였다.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려움은 두려움대로,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그 글들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슬픔만 남지는 않는다. 생일의 기억, 오래된 물건, 저녁 하늘의 노을처럼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깃들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표현으로 독자를 압도하기보다, 소박한 장면 하나로 오래 마음을 머물게 하는 힘. 나는 그것이 백다희 작가가 가진 문장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평은 세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그중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백다희 작가의 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상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노을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파랑
파랑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인기 리뷰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

박진규 시인의 “늙은 감나무처럼” 시 감상문 시 제목: 늙은 감나무 처럼 시 원문: 4월의 감나무가 이파리 면적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쪼글쪼글해진 줄기의 다 늙은 감나무가 저리 환한 연두 이파리를 내다니 여든 쯤 되었는데 만날 때마다 천진난만한 8층 할배 같다 오늘도 청바지에 청재킷 받쳐 입고 짝꿍이랑 봄나들이 가데 만날 때마다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배지 빼곡한 빨간 모자 삐뚜름히 쓰고 해맑은 미소 스카프 휘날리며 훠이훠이 두 어깨 번갈아 추어올리며 깨금발로 가데 할배 보내고 나를 보니 회색 검정색 일색 나도 그만 칼라풀하게 쫙 빼입고 따라가고 싶더라 사람은 늙어도 해마다 청춘 되는 감나무가 부러운데 사람도 늙어 하늘 비친 이파리 낼 수 있다는 걸 8층 할배는 저 감나무한테 배운 걸까 오늘 두 노거사를 차례로 만나고 나니 마른 몸 여럿여럿 연둣물 드는 것 같더라 감상문 삐뚜룸, 할아버지의 비뚜룸한 빨간 모자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오래된 봄이 느리게 가고 있다. 늙은 감나무 주름진 가지에 연두가 돋을 때, 여든의 할배는, 봄맞이 청바지에, 배지 빼곡이 달린, 빨간 모자로, 봄햇살의 속도를 느리게 늘리고 있다. 사투리, 아이고 허리야 잇몸이야 하면서도, 스카프는 휘날리고, 깨금발은 경쾌하고, 양어깨는 우퍼스피커 진동판처럼, 짝발로 번갈아 들썩인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젊음과 접속해 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행복하다는 뜻의 가장 희귀한 사투리일 뿐이다. 오류, 허리는 삐걱거리는 오래된 경첩이 되었을지라도, 몸은 굼뜬 구형 단말기가 될지라도, 마음은 방금 업데이트된 앱처럼, 눈빛은 5G 탑재한 화면처럼 빠르게 연동하며 봄볕을 업로드한다. 이 할배에게 늙음이 끝이라는 공식은, 오래된 소프트웨어의 오류였다. 주름, 나무는 연두로 봄을 열고, 할배는 빨간 모자로 봄볕을 받는다. 나무는 나이테에 새봄을 새기고, 할배는 주름으로 새봄을 맞이한다. 나이테는 어제를 새겨 딱딱하게 멈추지만, 할배의 주름진 미소는 부산북항의 부캉이처럼 밤낮으로 봄을 늘리고 있다. 번역, 감나무 둥치와 할배에게는, 서로 접은 주름만큼 아무도 모르는 몰래 치른 삶의 기록이 빼곡이 숨어있을 것이다. 주름은 소멸이 아니라 번역이다. 오래 쓴 만년필이 손의 각도를 기억하듯, 주름은 할배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각도이다. 자리, 늙은 감나무처럼 누구나 어느 자리에서 무슨 하루를 맞이하게 될지, 누군들 처음부터 알았으랴, 자리를 고르지 못했다고, 생의 봄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자리는 달라도, 생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늙음,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행복마저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저무는 일만이 아니다. 한 겹씩 세월이 쌓일 때마다, 꾸준히 봄을 향한 새 창을 더 늘리는 일이기도 하다. 불씨, 행복은 한 몸에 머물다 사라지는 불꽃이 아니라, 다른 가슴으로 옮겨 가는 불씨라는 사실을 알기까지, 감나무에 걸린 연두색 봄은 세월의 나이테를 오늘만큼 둘러야 했고, 할배의 주름도 오늘 만큼 깊어야 했다. 안식 시인의 시집에 감나무 마른 가지가 자란다. 치열한 삶에 눈먼 행복이 오랜 방황 끝에, 시인의 시집에서 비로소 조용한 연둣빛 안식을 품는다. 늙는다는 건 낡아가는 일이 아니라, 시인께서 붙잡아 둔 시집에서 봄볕이 스민 이파리를, 한 장 더 내는 일이다. 새김 시인은 시집에 감나무 한그루를 앉힌다. 언젠가 더는 잎을 내지 못할지라도, 시인께서 시집 속에 피워 낸 감나무의 봄 잎은, 누군가의 가슴속에 여전한 봄향기로 남을 것이다. 불씨 시인의 시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봄 잎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심장으로 건너가는 봄의 불씨였다. 이 속에서 나무는 영원히 푸르고, 할아버지께서 웃는 봄날은 계속될 것이다.

ksd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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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호 아시안게임을 24배 즐기는 방법은 역시 독서인기 포스트
289호 아시안게임을 24배 즐기는 방법은 역시 독서

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레터입니다.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행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여전히 국제 스포츠 행사에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립니다. 2026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리그가 있는 인기 종목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농구 팬이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3개의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의 활약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자 농구, 남자 농구, 3X3 남자 농구 이렇게 3 종목을 석권했는데요. 남녀 농구 동반 금메달은 12년 만입니다.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누리는 이현중, 여준석, 이정현 선수가 앞으로 펼칠 활약이 기대됩니다. 하승진 이후로 끊긴 NBA 통로를 다시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마라톤이었습니다.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박민호 선수가 피로 물든 신발과 함께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많은 사람이 울컥했습니다. 박 선수는 레이스 도중 발바닥이 찢어졌지만, 끝까지 고통을 참으면서 완주하며 8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전에 정해진 결말도, 완벽한 시나리오도 없는 경기장에서 예측 불가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투영하며 전율을 느끼지요. 땀 흘려 노력한 만큼 달콤한 결과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과 실패 앞에서 넘어지기도 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고난이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스포츠는 우리 삶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에 빠집니다. - 규 PD 이전 레터 보러가기 아시안게임을 24배 즐기는 방법은 역시 독서 20년차 스포츠 전문 기자가 전하는 유쾌하면서 깊은 이야기. 명경기와 유명 선수의 일화를 스포츠 용어에 버무려 지혜로 빚어냈습니다. 초일류 선수는 뭐가 다를까요?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 한덕현 교수와 국내 최초 3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아랑 저자가 비법을 공개합니다. 축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요? 자본주의와 권력 투쟁의 게임이 된 축구의 타락을 해부합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최의창 교수가 말하는 스포츠 리터러시의 세계.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를 제대로 향유하는 것은 곧 인생을 잘 사는 길입니다. 인간의 움직이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꾸준히 변화, 발전해온 스포츠의 역사적 궤적을 따라가면서 인류의 거대한 문화사를 재구성했습니다. KBO 명감독 염경엽 감독의 자서전. 통산 타율 1할대의 타자가 위대한 지도자로 변신하기까지, 야구에 관한 책이면서 리더십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생각을 여는 이번 주의 문장 # 늙음의 레슨 :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을 씁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쓴 말도, 나중에 “지금 말은 없던 걸로!”라고 쓴 말도, 양쪽 모두 노인에게는 실제 경험이 뒷받침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생은 순식간이다”라는 말도, “인생은 되새길수록 길다”라는 말도 노인의 입장에서는 둘 다 실감이 납니다. “결혼은 지옥이다”라는 말도, “결혼은 천국이다”라는 말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둘 다 사실이구나” 하고 실감하죠.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겁니다. 다양한 의견이나 감상에 대해 어느 것이든 “그러고 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 p.18 # 판결의 온도 :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노동자가 평생 벌어도 손에 쥘 수 없는 돈을 횡령하고 배임을 해도 법원이 정상참작하고, 감형을 해주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형 집행을 유예하는 선고를 하는 만큼, 법원이 노동자에게도 그만큼 정성을 들여 판단해 주면 좋겠다. 얼마 전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종교지도자에 대해 법원이 감형 사유 중 하나로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이유를 들지 않았나. 앞서 초코파이 사건, 반반족발 세트 사건, 버스 요금 횡령 사건 등을 살펴보면서,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 pp.70-71 # 뉴요커의 문장들 : 우리는 글을 쓸 때 늘 더 많이 넣으려 하곤 합니다.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독자에게 납득시키고 싶어 더 많이 설명하고 증명하려 들게 됩니다. 명문은 반대로 작동합니다. 독자가 느껴야 할 본질적인 진실만 남기고 나머지는 가차 없이 잘라냅니다. --- 「뺄셈의 법칙」 중에서 # 과몰입 사회 : 언론은 우리의 불안과 고독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더 심해지고 있는지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그리고 그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온갖 설문조사 결과들을 들이민다. 그러나 그 결과들을 검토한 결과, 나는 우리의 감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보다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데도 곧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보도가 넘쳐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뉴스에 클릭이 많기 때문이다. --- p.17 예스24 인문교양 주목신간 디지털 기기에 빼앗긴 감각을 되찾는 법. 가장 먼저 시작할 건 관찰입니다. 19가지 관찰 연습을 제안하는 이 책은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줍니다. 세계는 왜 케이팝에 열광하나요? ‘덕후’로서의 경험과 과학기술학을 공부한 연구자로서의 관심사가 결부된, 케이팝 팬덤을 말하는 새롭고도 균형 잡힌 기록.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작가의 현대사회론. 현실의 자신보다 이상적 이미지를 좇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입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 저항, 투쟁 그리고 연대의 목소리. 23개의 목소리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벌이지고 있는 참극을 증언합니다. 여의북클럽 : 돈, 얼마면 돼?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여의북클럽 3회, 주제는 '돈'입니다. 돈, 얼마나 있어야 불안하지 않을까요. 왜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할까요. 돈에 관한 인생책을 서로 소개하며 가을 여의도공원의 정취를 느껴보시죠. 예스24 인문교양 주목 이벤트

인문PD
인문PD
가호요즘 인기 책
가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에 장편소설, 여주인공을 내세워 하루키 월드를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26살의 그림 작가인 가호는 블라인드 소개팅을 통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하라란 남자로부터 미인이 아니란 말을 듣는다. 처음 본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서슴없이 말을 건넨 그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느끼던 그녀가 이후 현실에서 조금씩 뭐라 말할 수 없는 균열을 느끼는데, 그 기묘한 분위기는 마치 현실과 환상의 조합으로 그녀의 삶을 변하게 만든다. 전작인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이르는 그가 펼쳐 보인 세계는 메타포로 이어지는 동시에 일상의 빈틈을 찾아서 그 틈을 통해 삶에 대한 균열들을 포착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 이 작품 또한 모터사이클을 모는 사람, 개미핥기, 흰개미여왕, 칼 가는 가게주인, 이어서 소미라라는 소녀에 이르기까지, 잠시 꿈을 꾸는 듯싶다가도 어느덧 현실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가호 그녀 자신의 모습을 비춘다. 이야기의 구성이 현실과 상상의 어떤 빈틈 속에서 펼쳐지는 과정 속에서 그녀에게 닥친 불안함과 어려움들을 그녀 곁에서 도움을 주고 그녀 자신도 그 동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야기는 확장되고 그 확장된 공간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내용들을 들려주기에 실상 저자가 다루는 타 작품들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의 경험이 이야기로 생각되고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동화란 형식으로 들어가면서 다음 이야기 연결을 하는 동선과 소미라가 겪는 일들이 실은 가화 그 자신이 현실 속에서도 비슷한 곤경이라든지 해결책들을 함께 생각해 보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이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소설이란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이야기 전형의 패턴도 이미 익숙한 진행이라 새롭다는 느낌을 덜 받게 됐는데 가호란 여성이 겪는 몽환적인 꿈 속에서 이야기 책무로서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기까지의 고민과 그 일들을 행동으로 옮겨오고 결국 경계의 너머 세계를 넘어 현재의 세계로 넘어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책임감을 느끼는 과정은 성장과 회복이란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나 들려주는 이에게도 새로운 받아들임과 전달이란 형식을 통해 다른 이야기로 넓혀질 수 있다는 것을 가호란 인물 그 자신이 쓰고 그리는 그림책 속 소미라가 행한 일들을 통해 함께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은 하루키 작가가 추구하는 이야기의 확장성과 유용성을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해 들려주는 듯하다. 고양이 등장, 음반 레코드를 통한 클래식 듣기, 무심하게 툭 던지는 일상 에세이 형식의 대사들과 문장들이 연신 하루키표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다만 개인취향이겠지만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좋다는 느낌은 여전하기에 차후 작품은 에세이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monjardin
monjardin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빛나는 리뷰어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나 작문 수업 시간에 원고지를 앞에 두고 글을 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육하원칙에 맞추어 문장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다듬던 그때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러다 20여 년 동안 언어치료사이자 출판 편집자로 일해 온 김지호 저자의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었다. 10대 시절에 배우는 글쓰기는 평생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좌우할 만큼 대단히 중요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글 쓰는 일을 즐겨왔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렇게 꾸준히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글쓰기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문장의 기초부터 생각의 흐름을 잡는 법까지 알기 쉽게 안내한다. 책은 1부 글쓰기의 기초부터 2부 육하원칙과 3부 문장 연습 그리고 4부의 흐름과 분량 조절을 거쳐 5부 실전 글쓰기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다룬다. 특히 2부에서 다루는 육하원칙은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써야 하는지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문법 규칙만 나열하지 않고 4부에서 오감을 활용해 묘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령이나 헷갈리기 쉬운 조사의 쓰임새를 현실적인 예문으로 설명해 주는 구성은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10대를 위한 도서답게 나유진 작가의 다정한 그림과 일러스트가 본문 곳곳에 친근하게 배치되어 있어 글쓰기라는 무거운 주제에 부담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도 참 좋았다. 요즘처럼 짧은 숏폼 영상과 인공지능이 일상을 뒤덮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의 창의성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글로 쓰는 행위라고 믿는다. 질문만 던지면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내 머리로 고민하고 문맥을 조율하는 글쓰기 훈련이야말로 대체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유일한 통로이다. 책의 5부에 실린 창의적 글쓰기 파트와 인공지능을 글쓰기 파트너로 활용하는 대목을 읽으면서 저자 역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깊은 공감을 느꼈다. 기계에 생각을 통째로 맡기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글쓰기의 가치를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10대와 통하는 하루하루 자라나는 글쓰기는 흩어지는 생각을 문장으로 엮어내며 나만의 사고력을 단단하게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오래 생각하고 계속 쓰는 끈기야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 작문 수업의 설렘을 되살리고 숏폼과 인공지능의 홍수 속에서 글쓰기가 지닌 창의적인 가치를 재확인하며 내 생각의 결을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가꾸어갈 수 있는 소중한 기준점을 세워준 점에서 참 유익하고 좋았던 책이다. @chae_seongmo @chulsu815 #10대와통하는하루하루자라나는글쓰기 #김지호 #나유진 #철수와영희 #책도둑시리즈 #청소년글쓰기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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