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우수정답 없는 삶에서 내 답 찾기사실 이 책의 "지독하게 평범한 40대 퇴사러의 우당탕탕 생존 모색기"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흔히 볼 수 있는 퇴사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결국 성공해서 자유로운 삶을 얻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방향과 조금 달랐다. 이 책에는 화려한 퇴사 성공담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의 공식도 없다.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계획했던 일이 실패하고, 돈 걱정을 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일까... 저자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거치며 14년간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40대 가장이었고, 왕복 4시간의 출퇴근과 야근을 감수하면서도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특히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에게 안정적인 직장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안전장치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퇴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가족과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성공담에 내가 가장인 가족이 계기가 된 이유는 적었기 때문일까...뇌리에 확 박혔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부동산 공부에 하루 대부분을 투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준비하는 동안 현재의 가족과 멀어졌다. 결국 아내가 이혼을 이야기할 정도로 관계가 흔들리고 나서야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책에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두고 계속해서 정답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동안의 선택이 언제나 위험한 것을 피하고 덜 위험한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삶. 사회가 정해놓은 객관식 문제 속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답을 선택하며 살아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의(특히 8090년생들..) 많은 사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취업에 유리한 길을 고민하고,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내가 원하는 삶보다 연봉과 안정성을 먼저 생각한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런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퇴사 이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원증을 내려놓았다고 갑자기 자유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라는 이름이 사라지자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이제 무엇을 하며 먹고살 것인가라는 훨씬 어려운 질문이 남았다. 아내와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려 했지만 탈락하기도 하고, 광고비와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는 현실도 경험한다. 여기에 아내의 실직까지 겹치면서 가족의 고정적인 수입마저 사라진다. 이 과정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함께했다는 것 인상 깊었다. 이 책은 이런 실패를 멋진 성공담을 만들기 위한 장치처럼 포장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흔들리고, 후회하고, 다시 다른 것을 시도한다. 그 과정이 꽤 오랫동안 반복된다. 결국 자체 제작 상품이 수능 선물 판매 1위까지 올라가고, 상품 판매 경험은 공동구매 벤더 업무로 연결된다. 예전에 공부했던 부동산과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은 부동산 사이트 운영이라는 또 다른 일이 된다. 하나의 직업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이 조금씩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N잡러가 되어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성공 자체보다 쓸모없는 경험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험도 시간이 지나 다른 기회와 연결될 수 있고, 실패했던 일이 다음 시도에서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일단 시작하고, 실패하고, 조금씩 방향을 수정하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다. 특히 지금 가장 두려운 건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이유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마음이다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새로운 선택을 했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익숙하고 안전했던 자리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단순한 퇴사 이야기라기보다 삶의 중간에서 자신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이야기로 읽었다. 회사에 남는 것이 틀린 것도 아니고, 퇴사하는 것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저자 역시 퇴사를 권하거나 회사 밖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 역시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준 삶처럼 반드시 완벽한 답을 찾은 뒤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작은 일을 시작해보고, 실패하면 방향을 수정하고, 그렇게 여러 번 움직이다 보면 그제야 내가 원하는 방향이 조금씩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저자가 회사 밖에서 찾아낸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입이나 멋진 직업이 아니었다. 내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현실적인 의미의 삶의 주도권이 아닐까 싶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뿐 아니라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1995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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