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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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입니다
글쓴이
김순옥 저
민음사
평균
별점8.6 (46)
도치
요즘 한창 인스타그램 에서는 '아씨두리안' 이라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중 한 장면을 담은 영상과 댓글이
하나의 밈처럼 유행하며 번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칠순의 나이를 가진 배우가
마치 20대를 연상시키듯 화려한 스팽글 의상에
검은 단발머리를 하고 등장해서는,
클럽에서 새초롬한 표정으로 '함께 놀자'는
대시를 거절하거나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춤을 추고,
그 모습을 보는 한 젊은 남자는 반한 듯 보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두고 '진짜 웃기다'면서
작가에게 배우들이 뭔가 약점을 제대로 잡혔냐는
우스갯 소리를 하는 사람도,
혹은 저 나이든 배우 입장에서는 주목받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을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작가가 연하 남자에게 한 맺혔나고도 했고.

뭔가 기괴한 듯한 이 장면을 보고는 물론 당황스러웠지만,
이 밈으로, 극중 54년생으로 우리 엄마 또래의
(실은 우리 엄마보다 젊은 편이지만
극중 성형수술로 엄청난 동안으로 나온다)
여성에게 대중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화 된
'노인'의 이미지를 새삼스럽게 알게 된 순간 이기도 했다.

'60대는 노인인가?'라는 질문을 각 세대에 한다면
연령대에 따라 각기 다른 답이 나올 것 같다.

나 역시 어릴 때만 해도 60대라 하면
'환갑, 만수무강, 어르신' 같은 이미지 때문에
'60대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의 내 부모님을 떠올리면
60대 중반인 그들은 내 '엄마아빠'일 뿐
누군가에게 아직 노인이라 칭할 정도는 아닌 것만 같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손주를 두고 있어
실제로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듣지만 말이다.

엄마 아빠 스스로도 아직은 '노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편이기도 한데,
흰 머리가 자라면 부지런히 새치 염색을 하고
간혹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자리 양보라도 할라 치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며
때로는 당신보다 나이가 더 나이많은 70대 어르신이
'또래'로 보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한
에피소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 엄마 아빠는 친구들의 엄마 아빠 보다
훨씬 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도 길에서 마주친 수많은 가족들 중
우리 또래의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여지없이
엄마 아빠보다 연배가 있었는데
시간이 어느덧 흘러 언니가 40대,
우리가 30대가 되고보니 항상 쌩쌩한 것만 같던
우리 엄마 아빠에게도 어느덧 '노화'가 찾아온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 애매한 '초보 노인 입문기'의 부모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또 노년의 문턱 앞에 어떤 기분이자,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싶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아직은 나라에서 말하는 '노인'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스스로 늙었다는 자각이 없는 준비없는 실버기에 접어든
60대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마치 '사춘기'를 겪듯 '노인'임을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나이를 먹은 어른이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아니구나 라는 걸
새삼 알 게 되었다.

우리네 조부모님의 시대에만 해도 먹고 살기가 바쁘고
사회생활이 경제활동을 하는 남성 위주로 국한되어,
가정에서의 아이를 육아하고 키워내
그들이 성인으로 자라고 나면
내가 '노인'이 된다는 자각이 자연스레 있었다면,
여전히 활발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그리고 변해가는 분위기 속에 요즘은 나이만으로
나의 '노화'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 싶다.

엄마 아빠에게도 자주 "내년이면 국가가 인증하는
노인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몸을 사려야 해."
같은 잔소리를 하는 편이었는데,
당신들의 마음이 아직 준비 되지 않았음에도
내 기준과 입장으로만 생각해서 엄마 아빠를
'노인'이라는 테두리로 밀어넣었던 건 아닌지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구나 늙고, 노인이 된다.
하지만 그 시기와 시점이 모두에게 똑같은
어떤 정의와 기준점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사회적으로, 또 가정에서도
재촉하기 보다는 입문기의 초보 노인들이
스스로의 노년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세시대에 이제 겨우 절반의 반환점을 조금 지나
아직 달려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당신의 인생은 이제 막바지 입니다 라고
누가 임의로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인생의 매 시기, 가정과 사회에서 새로이 주어지는
역할과 기대하는 모습을 만족시키려면
누구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가 미숙한 어린이, 청소년기를 지나
어설픈 어른에서 오롯이 홀로 설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듯,

어른에서 노인으로 건너가는 시기의
망설임과 두려움, 갈등도 당연한 것이기에
이해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가 스스로 '우린 늙었어. 우린 이제 노인이야'
라고 얘기하기 전까지 그들의 실버 입문기를
말없이 지켜보고 응원해줘야 겠다는
작은 응원과 반성의 마음이 든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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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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