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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
- 작성일
- 2024.4.1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 글쓴이
- 가키야 미우 저
흐름출판

아무리 정해진 '혼기'가 없는 시대라지만
부모님에게 있어 자식의 결혼은
자식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본인들의 '인생과업' 중 하나로 생각해
어느 정도 나이가 찬 뒤부터는
'결혼할 생각 없니?' 하는 질문을
잔소리처럼 자꾸 들먹인다.
나 역시 언젠가부터 그런 질문이 나오면
자연스레 다른 화제로 돌리거나
'내 인생인데, 왜 당신들의 뜻을 강요하지?'
싶어서 되려 반발이 드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우연히 이 책 제목을 보고는
'부모님이 어떤 마음인 걸까' 하는 궁금증에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해 갈등 아닌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님과 자녀 세대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법한
소재가 담긴 이야기로
현실 속 사회문제를
재치 있고 생생한 표현으로 담아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소설,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이다.
책의 주인공은
28살 외동딸 도모미를 둔 50대 주부 지카코.
그녀는 어느 날 문득
나이가 들어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더 이상 딸 옆에 부모인 자신들이 있어주지 못하게 되고
아직 결혼하지 않아 혼자 남게 된 딸을 떠올리자,
혼자 살면 경제력도 문제이지만
외로움 속에 살아갈 것이라는 걱정으로
'부모 대리 맞선'이라는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부모 대리 맞선은 먼저 부모들끼리 만나
신상명세서를 교환한 뒤
자녀들에게 의사를 물어 맞선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지카코는 맞선에만 참여하면
딸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신랑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하지만,
막상 맞이한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지카코는 결혼도 하나의 손익계산처럼 따지는
부모들 앞에 생각이 많아지기만 하고
여기에서 누구를 골라야 하나 고민에 빠지고 만다.
몇 번의 대리 맞선의 실패에 지치는 건
지카코와 남편뿐만 아니라
딸인 도모미 역시 매한가지이고,
회차를 더해갈수록 '억지로 끼워 맞춰
적당히 하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보다는
혼자 사는 삶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각오가 된다.
그제야 '결혼=인생의 완성'이라 생각했던
그동안의 삶이 정답은 아니라고 깨닫게 된다.
그녀의 주변에만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으며
독신인 친구들과 집을 사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이뤄가며 삶을 사는 친구도 있고,
일찍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한 뒤
혼자서 육아를 꾸려가는 친구도 있다.
이에 비하면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커리어도 놓지 않은
지카코와 같은 삶도 있고 말이다.
이처럼 같은 나이, 세대를 살고 있지만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삶의 형태로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은 물론,
딸의 결혼 앞에 우선시했던 가치가 흔들리고
재정립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혼자 남은 외로운 삶'과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기대어 소극적이던 딸 도모미 역시
맞선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보며
나이나 외모,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또 본인의 '주관'을 가지게 되었다.
지카코 가족은 맞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단합하며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결혼의 역할,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
어떠한 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경험 끝에 답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런 답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결혼'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결말을 맞이하였다.
원하는 조건을 추려 맞는 값을 충족하는 사람끼리
가정을 이룬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표면적으로 좋아 보이는 조건을 선택한다고 해서
행복한 삶과 가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많은 울림을 주었다.
결국엔 가정을 이루어 긴 인생을 살아가는 건
자녀의 몫이자 시간이기에
부모님의 가치관이나 강요만으로
결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결혼을 하면 고민은 끝인 것 같아도
자식은 부모에게 늘 걱정거리이기에
무조건 '적령기'를 따져 독촉하기보다는
자녀가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스스로 결혼을 결심할 수 있도록
뜻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 먼저라는 것,
자식 역시 마냥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기 싫다는 편견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닫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결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도 답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인생에 있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 결혼이라는 선택의 길목 앞에
행복할 수 있고
서로의 뜻을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연을 찾아가기 위한 지카코 가족의 여정,
결혼을 하는 것이 맞다 아니다를 떠나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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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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