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귄의 『게드 전기』에서 마법사는 사물의 이름을 알게 되면 사물을 좌우하는 힘을 손에 넣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노老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 빼앗고 센으로 명명함으로써 계약으로 묶어버리고 목욕탕에서 일하게 한다.

 치히로를 돕는 하쿠라는 사내아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쿠는 “(작품) 끝에 치히로와 함께 하늘을 날아갈 때. 치히로가 어린 시절 ‘고하쿠가와’에서 하쿠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여,”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기억해내”(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253쪽)게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니기하야饒速’라고 한다. 다치바나의 말을 좀더 들어보면 이렇다.

 마사키 아키라는 현대 일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최대의 사상가이기도 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다치바나는 마사키가 쓴 책에는 호의적이지 않지만, 미야자키가 사상가라는 그의 생각에는 찬성한다.

 이 말은, 즉 나 같은 사람이 미야자키의 작품을 날것으로 독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얘기가 복잡해질는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의 독해는 만화책 『나우시카』의 독해와도 이어진다. 왜냐하면 “만화책 『나우시카』를 진정으로 독해하다는 것은, (만화책) 『나우시카』를 그린 것과 동시에 병행하여 제작된 미야자키 영화의 작품군을 독해하는 일과” 이어지며, “그 역도 참”(같은 책, 307쪽)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흐름 속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더욱 다양하게 볼 수 있으니.(같은 책, 307쪽)

 그러나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만화책 『나우시카』를 통해서 12년에 걸쳐, ‘만신창이가 되면서’ 이어온 물음, “우리 동세대의 인간들이 심각하고 철저하게 고뇌해야만 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같은 책, 307쪽)는 사상의 깊이 이해하기 위한 좋은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되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으로 일본에서 출간 된 지 실로 십수 년 만에 나온 것이다.

『출발점 1979~1996』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일에 뛰어들어 33년간 써온 기획서, 연출각서, 에세이, 강연, 대담 등 총 90편”이 실려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미야자키를 이야기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원자료가 모두” 있으며, “어!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는 건가? 싶어질 만큼, 대담 솔직하고도 분명하게 견해를 피력”(같은 책, 305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런 두껍고 비싼(2만 5천원, 560쪽) 책을 미야자키 감독에게 관심도 없는 이가 사서 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note

『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