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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1.6.11
삼형제의 병원경영 이야기
- 글쓴이
- 선승훈 저
매일경제신문사
어릴 적 꿈이 외교관이었던 저자 선승훈은 경영학을 전공하여 대학원을 졸업하자 씨티뱅크에 취업했다. 그의 아버지 선호영 박사는 대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삼형제 모두 타지에서 생활했기에 곁에서 도와주는 자식이 없다고 늘 불만이었다. 그런 아버지께서 대전 병원으로 내려오라는 요청에 따라 씨티은행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의 나이 33살이었다.
의료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했다. 편하고 좋은 직장인 씨티은행에 비하면 병원 일은 거의 3D 수준이었다. 의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란 탓에 의사에는 영 관심이 없었던 그였다. 당연히 병원 운영에는 문외한인 탓에 이것저것 배울 것이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그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이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병원 10곳 이상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30 쪽)
미국 오레건주 작은 시골에 위치한 그리핀 병원은 인근의 타 병원에 비해 연봉이 5% 가량 낮아도 매년 5천 명의 지원자가 모여든다. 미시건 주에 있는 브론슨 병원은 간호부가 병원 경영의 중심에 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클리닉'은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그래서 그는 병원 시스템을 바꾸고 일류 의사를 스카우트 하는 일에 매달렸다.
핵심가치를 찾아서
제리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100년 이상 된 미국의 유망기업 중 20~30 곳을 연구하여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전 직원이 공유하는 핵심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핵심가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일 우선으로 한다'이다. 계산을 마치고 항공권을 카운터에 두고 간 고객을 찾아 공항까지 갔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선병원의 핵심가치를 찾기 위해 그는 며칠을 고심했다. 45년 동안 운영된 병원 문화 속에 이미 있는 것이었다. 선정형외과 의원 시절 어느 원무과 직원이 야반도주한 환자의 집을 찾아 갔더니 살림이 너무도 궁색했다. 이를 보고하자 오히려 그 집에 쌀을 사주고 오라는 부친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첫 번째 핵심가치는 '배려'가 되었다.
미국에 있는 명의를 한국으로 모셔 오려고 부친과 함께 미국 여러 곳을 찾아 다닌 적이 있었다. 하루는 날이 어둑어둑해 지길래 방문 일정을 미루자고 부친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부친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자며 끝까지 강행군을 고집했었다. 작은 의원을 운영할 때나 병원의 규모가 커졌을 때나 한결같은 열정이었다. 두 번째 핵심가치는 '열정'이 되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다.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근무할 때 자기통제는 무엇보다 우선한다. 가끔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십도 그러하다. 수술 부위가 바뀌어 수술이 행해졌다 또는 수술용 가제를 뱃 속에 둔 채로 봉합을 했다는 등의 의료사고는 모두 자기통제를 못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세 번째로 찾은 핵심가치는 바로 '절제'이다.
교토 기업의 탐방
제 1기 방문단에 병원관계자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가장 인상적인 기업은 'MK택시'와 '교세라'였다. 'MK택시'는 택시회사 경력자를 채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른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은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여성고객이 택시에서 내려 골목길에 들어서면 그 여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라이트 불 빛을 비춰준다. 서비스는 이 정도 되어야 함을 느꼈다.
'교세라'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모든 조직을 최소한으로 잘게 잘라서 경영한다. 이나모리 창업자는 "일과 사업의 성공 = 능력 x 열정 x 마음가짐"이라는 공식을 고안했다. 여기서, 마음가짐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마음가짐은 최악의 성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소울메이트 CCO
"상대방이 원하는 것, 그것은 경영의 출발점이다" (90 쪽)
CCO란 Chief Client Officer의 약자로 실시간 고객을 따라 다니며 고객의 불편을 파악하는 사람이다. CCO는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그들은 심지어 MRI촬영 때도 함께 들어간다. 선병원엔 CCO가 있다. 대기실 의자가 불편하다고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다음에 갔을 때 특별한 쿠션을 제공받아 너무도 감동이었다는 얘기를 듣는 곳이 선병원이다.
교육과 서비스
환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내 집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성공적이다. 환자가 편안함을 느낀다면 쾌유에도 도움되기 때문이다. 병원식에도 정성을 담으면 맛도 있을 것이다. 영양실 팀원들과 함께 시식하고 정해진 수준에 미달할 경우 그 음식은 환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영양팀장과 조리사는 일류를 스카우트했다.
서비스가 개선되려면 정신상태부터 개조되어야 한다. 신라호텔 객실담당 교육관을 대전으로 초빙하여 1박 2일 교육을 시켰다. 서비스 교육은 최고직 임원부터 말단 신입직원까지 열외가 있을 수 없다. 교육장소는 최고급 호텔을 이용했다. 그런데, 외부강사의 교육은 2%가 부족한 듯했다. 내부강사를 선정해서 자체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했다. 인근에서 교육의뢰까지 요청온다.
명의를 찾는 삼고초려
선병원은 지방병원으로 여건이 불리했다. 정형외과를 시작으로 성장한 종합병원이라는 점과 뛰어난 치과가 있다는 등 긍정적인 소문들이 있긴해도 여전히 부족했다. 병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리모델링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있는 의료진의 확보였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명의를 찾는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학벌이 좋고 지명도 높은 의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재야에 숨어 있는 명의를 찾는 건 어려웠다. 우선 명의를 찾기 위해 대상자와 면담을 가졌고, 그 사람이 우리 병원에 관심을 가진다면 삼고초려 심정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유비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세 번을 찾았지만, 우리는 열 번 스무 번도 마다 않았다.
한번은 서울에서 외과진료에 뛰어난 실력자가 이직을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전화를 걸어 함께 일하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단번에 거절했다. 거절의 이유는 가족의 생활권이 서울이기 때문이란다. 물러 설 우리가 아니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찾아가 가족 모두를 설득했다. 결국 우리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선병원이 만들고 싶은 문화, 발전 잠재력, 그리고 핵심가치가 통했다.
"천하난득자형제 이구자전야 天下難得者兄弟 易求者田也", 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이 형제이고 쉽게 구하는 것은 재물이다.
우리 삼형제는 한 방을 같이 쓰고 있다. 남들이 생각할 때 각자 번듯한 집무실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하나의 사무실을 공용으로 이용한다. 모든 공간은 환자와 직원이 우선 써야 하는 이유가 첫 번째고 두 번째 이유는 형제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27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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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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