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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
- 작성일
- 2021.12.7
우울의 중점
- 글쓴이
- 이은영 저
나비클럽
나는 이 작품을 가제본으로 먼저 읽었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폭풍, 그 속에 갇히다> 라는 작품을 무척 좋아했다. 해당 작품에는 ‘우울에서 벗어나는 법’ 이라는 문장이 등장했고,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겠지만 내게는 적잖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가제본 이후에 출판사 관계자와 잠시 개인계정으로 DM을 주고 받았던 적이 있다. 관계자는 도서명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고, 나는 조금 밝게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다. 나의 그런 제안은 몹시 섣부른 생각 이었던 것 같다. 도서명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품과 일맥상통하고 연상선이라고 느껴질테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어떤 심오하고, 지평적인 느낌을 주었고 그런 결과를 도출해 냈을 때, 도서명은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말하고자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깊은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뭐랄까, 오히려 작품의 이름이 책을 구성하는 것들 반전 속의 반전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요소들이 또 하나의 반전을 만들어 낸다고 해야 할까. 이름만 보고는 이 작품의 매력을 전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는 좋아하는 작품이 하나 더 늘고 늘어가서 결국 이 책을 사랑하게 됐다. <우울의 중점>은 나의 첫 SF 소설이지만 동시에 왜 사람들이 SF 소설을 읽는지 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기도 한 책이다. 현실과 멀어지는 그 순간 만큼은 내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의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억압 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시공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으며,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며, 잊고 사는 것들을 되새기도록 교훈을 준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우울증이 조금 사그라든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이 책의 이름은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줄곧 나는 우울에 지배 당해왔고, 내 의지로 우울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우울의 중점’ 이라는 이름은 그것 만으로도 나를 지배하는 우울증을 통제하는중점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이 책을 신청했다. 책이 말하는 것과 나의 욕구가 다르더라도 개의치 않게 될 만큼 너무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다. 그런 것 같다. 우울에는 반드시 원인이나 요인, 기제가 있는 것 이라는 것 이라고, 우리도 그럴테지. 거기서 나는 알 수 없는 기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굉장히 스릴 넘치게 읽었다. 나는책을 덮으면서 저자 ‘이은영’ 이라는 사람이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을 만하다며, 고개를 끄떡끄덕 거렸다. 한 권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기분. 끝으로 나는 읽을 예정인 독자들을 끌어 당기기 위해 해당 작품의 좋아하는 문장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작품이 마음에 들면 주로 하는 행위라는 것을 다들 알까.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참고, 이만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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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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