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선의책읽기
  1. 이재선의살아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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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리길을 걸어 다니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그 오가는 길에서 관심 있는 것이 많아서 밤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때는 대보름날에 쓰는 쥐불놀이하는 것을 돌리며 집으로 온다. 귀신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무서웠다.




한 번은 올라 가다가 무엇인가 큰 동물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발이 얼어붙은 적이 있다. 아마도 산돼지가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토록 무서워하면서도 왜 그렇게 늦게 집에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집안 일 돕기 싫어서 늦게 집에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시골의 어느 개구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추수한 뒤의 땅콩 밭을 뒤지기, 복숭아 서리하기, 개울가에서 고기 잡기, 얼음을 깨서 뗏목처럼 타기, 심지어는 불장난을 하다가 산에 불이 붙어 큰 산불을 내기도 했다. 특히 복숭아 서리는 비오는 날에 많이 했다. 주인이 들으면 화가 나겠지만 비오는 날이 되면 주인이 원두막에서 잘 나올 수도 없고 빗소리 때문에 서리하다가 소리를 내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4학년부터는 반에서 상위권에 들었으며 졸업 때는 3등을 해서 안동군수 상을 받았다. 3학년까지는 수나 우보다 미가 많았지만 4학년부터는 수가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친구들은 안동 시내 등 먼 곳으로 중학교를 다녔지만 나는 가까운 곳에 곧 중학교의 분교가 생기면 그곳으로 입학하라는 아버님의 말씀대로 한 해 동안 집안일을 거들면서 보낸 후 다음해에 그 분교에 입학하였다.




아버님께서는 전문대학을 나오신 분이신데 동네의 일을 맡도 계셨다. 그래도 그 1년 동안 고마운 일은 아버님께서 영어 알파벳과 발음기호를 가르쳐 주셨고 그걸 다 외웠다는 점이다. 이것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골에 오시는 선생님들이 초임이 많아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제대로 가르치지를 못하셨다. 영어 첫 시간에 그냥 Good morning! 하고 진도가 나가버리니 누구는 굿모닝이라고 쓰고 누구는 굳모닝이라고 쓰는 등 난리였던 모양이다. 내 생각으로는 가장 가까운 것이 긋모닝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는 대입학력고사를 볼 때까지 늘 책이 옆구리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행용 영어는 한다고 자부한다. 영어권이나 일본어 권에 가면 술 마시고 노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나는 늘 여행용 영어, 여행용 일본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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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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