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어선정도서

78moom
- 작성일
- 2018.11.24
득도 아빠
- 글쓴이
- 사와에 펌프 글,그림/고현진 역
애니북스
도를 깨치고 부처가 된 아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는 아빠. 1년 365일 가사를 입고 맨발로 다니는 아빠. 사람들의 번뇌를 사라지게 만드는 아빠.
범천이의 아빠를 이렇게 설명하기엔 이 책에 담겨진 아빠는 너무나 큰 존재이다. 초등학생의 진지한 고민을 깨달음으로 풀어주는 그는 단순히 만화적인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배우려 노력해야 할 인물이다.
처음에 리뷰신청단을 모집하는 포스트에서 책을 보고, 신랑과 아이들이 떠올랐다. 다니던 학원에서 파격적인 이미지 형성을 위해 원장님의 허락을 받고 시도했던 빡빡머리.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려 한 번 밀고는 다시는 기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동네 또래들이 아빠의 머리를 보고 놀리는 일에 상처를 받는다는 점이었다. 가끔은 우스갯소리로, 가끔은 진지하게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의 스타일에 아이들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와~!!!! 이 책이다! 이 책이면 신랑도 아이들도 함께 읽으며 즐겁게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신랑도 너무나 즐겁게 읽었다. 어른이 완독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책이라, 아이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게다가 만화가 아니던가. 간결한 듯 그러나 세세한 심리묘사가 훌륭했기에 그 속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어마어마했다.
개미가 싫은 아이. 벌레가 싫은 아이. 살충제로 대량살상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명은 소중하니까 죽이면 안돼. 당장의 무섭고 싫은 마음이 과연 이런 말들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이의 방에서 발견한 도토리 한 알. 께름찍한 느낌에 서랍을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마어마하게 모여있는 도토리들. 다다다다 쏘아댈 잔소리는 0.1초만에 머릿 속에 떠오르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가야 할지는 모르겠다. 득도 아빠는 뭐라고 했을까?
아이가 어디선가 엄마가 바람을 핀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에게 전했다. 그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 아내의 바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그러이 용서를 했을까? 아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이것이 득도아빠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깨달음이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항상 너그러우며, 항상 이해하고, 항상 포용하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이란 주어진 일에 늘 충실하며, 어떤 일이라도 허투로 보지 않으며, 매사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득도아빠는 보여주었다.
범천이와의 대화를 보면, 아빠는 정말 열심히 들어준다. 그리고 감정이 묶여 있는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의 생각의 끝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내어준다. 참, 깨달음을 얻지 않고선 하기 힘든 일이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편한 방법은 내가 생각한 대로 아이가 하지 않을 때, 혼내고 잔소리해서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끔 만드는 일이다. 아이는 약자이다보니 결국 목소리 크고, 힘도 센 부모에게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힘든 방법은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주고, 기다려주고, 다시 한번 반복해주고, 재촉하지 않되 늘 나아갈 수 있게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것은 세심한 작업이다. 잘 관찰하고, 잘 들어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힘들다.
꼭 깨달음을 얻지 않아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못한 거라고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는 대신 온화하게 미소짓는 득도아빠를 보며 그저 슬그머니 세웠던 머리를 숙인다.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행복했던 득도아빠와의 시간. 좋은 추억으로 상처가 아물었던 시간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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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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